2011년 개구리어린이집 공동육아에서 시작된 봉제산공동체교육, 화곡동서 8년째 돌봄 이어가
돌봄 교사 전문성과 경력 인정하는 사회적 지도 뒷받침 목소리

글 싣는 순서

1회: 건강 걱정 없이 노후도 마을에서 보낸다
2회:  ‘주민 손으로 만드는 의료·복지·돌봄’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3회: ‘장애인 자립 위한 통합 돌봄’ 제주시 장애인 케어안심주택
4회: ‘마을이 함께하는 공동육아’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5회: ‘지자체 통합돌봄’ 광주 광산구 늘행복 아파트 프로젝트


‘마을이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명제에서 출발하는 돌봄 및 교육 공동체 활동은 학교나 시설 위주로 이뤄지는 공적 돌봄의 한계를 메운다. 지역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민간 영역의 공동체가 돌봄 활동을 진행하면서 육아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 옥천에도 돌봄 및 교육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다. △행복동이 작은도서관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 △꿈이 있는 작은도서관 등 읍면 거점별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거나, 건립이 예정됐다. 

이뿐 아니다. △장령(공동)돌봄 △쫌 노는 아이들 △향수뜰 행복돌봄 공동체 △고시산 청년회 실개천마을학교 △꼼지락꿈다락방 △라온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의 특성을 골고루 갖춘 사회적경제조직은 커뮤니티케어 실행에 열쇠를 쥐고 있다. 읍면 곳곳에 아동을 비롯한 노인, 장애인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욕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 ‘사회적경제조직’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돌봄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은 어디서 올까? 이번 기획 4회 보도에서는 2014년부터 돌봄 시스템을 갖춰 온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한다. 조합 구성원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를 만든 사례를 통해 옥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지난3일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 방과후’ 터전을 방문했다. 
지난3일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 방과후’ 터전을 방문했다. 
지난3일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 방과후’ 터전을 방문했다. 
지난3일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 방과후’ 터전을 방문했다. 
2011년 개구리어린이집 공동육아로 시작된 인연은 초등 방과후  모임을 결성하게 했다. 이후 2013년 봉제산 방과후협동조합이 창립됐고, 지난해 1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11년 개구리어린이집 공동육아로 시작된 인연은 초등 방과후  모임을 결성하게 했다. 이후 2013년 봉제산 방과후협동조합이 창립됐고, 지난해 1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봉제산 지구야 안녕 어린이 약속’

‘성윤: 일주일에 한번씩 채식하기, 라면 조금만 먹기’, ‘연서: 라면 최대한 조금 먹기, 고기 최대한 조금 먹기, 채식 많이 하기’, ‘지효: 일주일에 한 번 야채식으로 먹기’…

올해 봉제산방과후는 ‘지구야 안녕’ 터전(공동육아가 이뤄지는 공간) 활동을 통해 환경문제와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아이들과 함께 나눴다. 지구 환경에 관련한 영상을 다 함께 시청하기도 하고, 비건 베이킹 및 요리 활동으로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방과후 터전 벽면에 군데군데 붙은 ‘지구야 어린이 약속’ 역시 이같은 활동의 연장선이다. 올해는 ‘기후위기와 생태적 삶’이라는 주제 안에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봉제산방과후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4학년 학생들은 ‘선행학습’이나 ‘사교육’과 거리가 멀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 뺑뺑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자연 나들이, 요리와 미술 활동,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 나들이 등 초등기 아이들을 위한 체험 위주의 교육이 진행된다. 

이같은 봉제산방과후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초등 아이를 둔 부모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의 출자금과 운영비를 통해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하 봉제산공동체교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2011년 개구리어린이집(강서양천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을 졸업한 아이들과 부모가 중심이 돼 초등 방과후 모임을 논의했다. 이후 2013년 6월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이 창립되고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의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로 지금의 봉제산공동체교육이 완성됐다.

현재 18명이 봉제산방과후에서 초등 돌봄을 받고 있다. 벌써 8년째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 시간 동안 공간 문제로 2번의 터전 이사가 있었지만, 변함없이 양질의 돌봄은 이뤄졌다. 조합원 간 끊임없는 ‘소통’이 만들어낸 결과다.


■ 조합 구성원 모두 공동육아에 참여…교사회와의 끊임 없는 소통도

봉제산교육공동체는 일반 조합원과 직원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조합원은 모두 운영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한달에 1번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학부모로 구성된 일반 조합원은 △기획 △재정 △교육으로 나뉜 소위원회에 속하게 되고, 교사회 역시 별도 조직돼 있다. 

해당 소위원회에서는 공동육아가 이뤄지는 ‘터전’의 시설 관리는 물론, 조합 행사와 마을 축제 기획, 조합원 교육 등이 분과별로 이뤄진다. 교사회는 공동육아를 진행하며 느끼는 고민과 개선점 등을 일반 조합원과 공유하며 더 나은 돌봄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별명’을 쓴다. 아이들도 교사와 학부모를 ‘별명’으로 칭한다. 서로 평등한 구조로 민주적 소통을 지향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사회적협동조합 방식의 ‘공동육아’는 투명하고 민주적 운영을 가능케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조 아래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만, 소수의 목소리도 배제하지 않고 경청하는 형태의 소통 체계가 만들어졌다.

윤보림(푸린) 교사는 “상시적 소통 체계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터전을 완전히 닫지 않고, 협의를 통해 선택해 오기로 했다”라며 “공동육아라는 게 결국 ‘연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중요 사안들을 조합원과 소통해가며 대안을 찾곤 한다”라고 말했다.

돌봄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교사의 성장을 고민하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봉제산 방과후에서 다채로운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한 이유 역시 교사의 성장과 교육을 놓고 내부에서 함께 고민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봉제산공동체교육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을 통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수강하고, 전국 각지의 공동육아 초등방과후 교사들과 연계돼 소통한다. 이같은 지속적 교육은 ‘돌봄의 질’ 향상을 이끌게 되는 것.

김수림(봉봉) 교사는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사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현장학교 프로그램 등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봉제산공동체교육 교사들은 ‘지속가능함’을 위해서는 공동육아 방과후 교사의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하는 사회적 제도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의 공동육아 방과후 교사나 마을교사 활동 경력은 여타 아동 및 사회복지 관련 기관에서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제도권 밖에서 초등 돌봄과 공동체 교육에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청원을 통해 “영유아를 돌보는 협동 어린이집처럼, 민간에서 초등 돌봄을 담당하는 (사회적 협동)조합형 공동육아방과후가 법으로 인정받고 제도로 지원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며 “이와 함께 ‘조합형 다함께돌봄센터(우리동네키움센터)’ 모델을 검토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 이를 통해 의미있는 초등 돌봄 모델 발굴과 유형의 다양화는 향후 초등돌봄정책의 성공적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봉제산공동체교육, 또다른 지역 내 사회적경제조직과 연대 

봉제산공동체교육 신은정 이사장은 ‘전생애주기’를 포용하는 아이 돌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초등 고학년 대상의 돌봄도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안이 없어서다.
봉제산공동체교육 역시 초등 1학년~4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5~6학년이 되면 ‘졸업’하게 된다. 졸업하고도 봉제산교육을 찾을 수 있게 매주 ‘졸업생의 날’을 지정해 돌봄을 진행하지만, 저학년 학생과 고학년 학생 간 교육 간극이 커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봉제산공동체교육 신은정 이사장은 “영화 수업 등 졸업생끼리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고학년에 대한 돌봄은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다”라며 “그래도 이미 동네에서 형성된 관계망을 통해 다른 형태의 공동체 교류가 이뤄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봉제산방과후 터전에서 이뤄지는 초등돌봄 대상자는 아니지만, 이미 저학년 때부터 ‘동네’에서 형성된 부모들과 아이들 간 관계망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관계망’은 학년에 상관없이 또다른 공동체 활동을 이어지게 한다.

실제 개구리어린이집-봉제산방과후 등으로 이어진 부모와 아이들의 인연이 공동주택 ‘이을’을 건립하게 했다. 이을은 ‘잇다, 이어 나가다’의 의미로 5층 규모 9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2층에 조성된 20평 남짓한 커뮤니티실은 과거 봉제산 방과후의 터전이기도 했다. 

해당 공동주택 1층에는 봉제산교육공동체 조성 전부터 화곡동의 ‘동네사랑방’으로 역할을 한 육아사랑방 겸 카페 ‘바람쐬다’가 자리잡았다. 해당 거점 공간에서는 화곡동 내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과의 연대와 연결이 이뤄지며, 마을 공동체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건립된 2호 공동주택 ‘309’의 거주하고 있는 봉제산공동체교육 정진영(살리) 기획이사는 “공동주택 이웃들끼리 김장이나 여행, 목공 프로그램 등을 하며 관계망을 이어나간다”라며 “마을의 다른 공동체와도 연대하고, 다양한 활동 역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봉제산공동체교육 신은정 이사장은 조합의 지속가능성을 이같은 ‘연대’를 통한 확장에 있다고 봤다. 신 이사장은 “현재 봉제산공동체교육은 관의 지원 없이 조합비로 터전 월세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관의 지원이 수반되면 좋지만) 지금으로서는 공동육아의 문턱을 낮추고 협동조합의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라며 “향후에는 출자금을 낮추고 사업규모를 넓혀서 동네와의 연계성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832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해윤 옥천신문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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