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의료인-돌봄인 협동 통해 의료·돌봄 문제 해결코자 한 안산의료사협
2019년 안산시 선도 지자체 선정 후 민-관 협력 ‘커뮤니티 케어’ 논의 본격화
민간 영역 동력 유지 위한 인건비 지원 및 지역케어회의 상설화는 과제로


1회: 건강 걱정 없이 노후도 마을에서 보낸다
2회:  ‘주민 손으로 만드는 의료·복지·돌봄’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3회: ‘장애인 자립 위한 통합 돌봄’ 제주시 장애인 케어안심주택
4회: ‘마을이 함께하는 공동육아’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5회: ‘지자체 통합돌봄’ 광주 광산구 늘행복 아파트 프로젝트

 

95세 고령 노인 이아무(가명)씨는 안산시 내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홀몸 노인이다. 자식들은 타지로 나가 생업을 이어가느라 사실상 이아무 할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그나마 경로당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신체적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혈압과 인지기능장애, 척추후만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아무 할머니의 삶에 안산 365 노인건강·복지·돌봄 네트워크 사업이 개입되면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2016년 3월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산의료사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으로 3개년간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노인 건강·복지·돌봄 네트워크 사업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안산의료사협은 안산시 곳곳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이아무 할머니와 같은 처지에 놓인 노인들을 발굴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노인,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노인,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아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등 행정망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경계에 놓인 노인들을 찾아 나선다. 

해당 사업을 통해 발굴한 대상자는 총 987명. (2017년 기준) 이아무 할머니에게 △주치의 등록관리 △방문진료 △노인지킴이(건강짝꿍) 연계 △영양관리 지원 등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지원이 이뤄진 것처럼 발굴 대상자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처방이 내려진다. 노인이 지역공동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단초를 마련한 안산형 커뮤니티 케어, 즉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첫 시작이다.

■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산의료사협)

3개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을 통해 민간영역의 커뮤니티케어 모델 개발에 나섰던 안산의료사협. 2000년 의료와 복지 사업으로 시작된 활동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돌봄으로까지 확장된다. 조합원의 연령대가 점차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노인 돌봄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맞물린다. 2019년 안산시가 선도 지자체로 선정되며 그간 민간영역에 머물렀던 안산 의료사협의 커뮤니티케어 모델에 지자체가 결합해 자체적으로 제공됐던 서비스가 체계화된다. 

우선 지자체는 복지정책과 내 ‘지역통합돌봄팀’이 신설했다. 당시 사회복지직과 간호직을 배치해 복지 부서와 보건 부서의 칸막이를 허물기 위한 작업이 선행된다. 안산시 내 25개 동에 통합돌봄 창구도 조성한다. 기존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이 통합돌봄 창구가 돼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 제공 기관에 연계해 통합 사례 관리를 진행했다. 

안산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의료 △주거 △일상샐활 지원 △돌봄 요양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수탁기관은 안산의료사협을 포함해 한의사회, 약사회 등이다. 의료 분야는 요양병원 퇴원환자나 의료기관 퇴원자 등을 중심으로 한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왕진수가 시범사업과 한방진료수가 시범사업, 가정방문 약사 시범 사업 등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지원이 목표였다.

주거 분야에서는 노인 특성에 적합한 사회적 주택을 제공 사업을 추진했고, 일상생활지원 분야는 ‘건강리더’를 양성해 지역사회 주민들이 노인들의 안부를 물으며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게 했다. 돌봄 요양분야에서는 재가의료급여시범사업(장기입원 수급권자의 퇴원 후 지역사회 정착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과 맞춤형영양서비스 지원, 응급 안전알림 서비스 등을 추진했다.

이 중 안산의료사협은 의료분야에서 주치의 서비스와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일상생활지원분야에서 건강짝꿍 제도와 동행 이동 서비스, 돌봄요양 분야에서 재가의료급여시범사업과 맞춤형 영양서비스(밥드림) 제공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안산의료사협은 1천여명 의 사례 관리 대상자를 발굴해 총 2만3천600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예산은 4억4천만원 가량이다.

안산의료사협은 2000년 의료와 복지 사업으로 시작해 노인돌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안산의료사협 365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는 주치의 서비스,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 등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안산의료사협)
안산의료사협은 2000년 의료와 복지 사업으로 시작해 노인돌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안산의료사협 365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는 주치의 서비스,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 등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안산의료사협)


■ ‘주민-의료인-돌봄인’ 통합돌봄 했더니, 입원한 노인 살던 마을로 돌아가 

안산시가 커뮤니티케어 선도지자체로 선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안산의료사협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산 의료사협이라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이미 지역사회 안에서 자생적으로 지금의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실현해 왔고, 여기에 지자체 사업이 결합되면서 시너지를 낸 것. 

안산의료사협은 2000년 6월 출범 당시 의료와 돌봄에 관련된 생활상의 문제를 지역주민과 의료인, 돌봄인이 협동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주민들의 ‘사회적 건강’을 고민하며 △보건의료 △돌봄 △일생생활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걸친 느슨한 돌봄 체계를 구축해 온 것. 몇십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지금의 안산의료사협은 지난해 기준 7천102세대가 조합원으로 들어와 있다. 출자금은 16억6천600만원에 달한다.

사업소는 지난해 기준 △의료 4곳(새안산의원, 새안산상록의원, 새안산한의원, 새안산우리치과의원) △보건 3곳(종합건강검진센터, 가정간호사업소, 방문간호) △돌봄 4곳(꿈꾸는 집 요양원, 재가장기요양센터, 봄누리데이케어센터, 장애인활동지원센터) △지원기관 4곳(365노인통합돌봄센터, 새안산 밥드림, 경기사회서비스교육원, 자원봉사단 ‘발로뛰어’)이다.

이같은 안산의료사협의 다년간의 걸친 사업 추진 경력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추진 시 다양한 협업체계가 가능케 했다. 우선 안산의료사협 ‘365 노인통합돌봄센터’의 주요 사업인 재가의료급여 시범사업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작은 모형으로 평가된다. 안산시 요양병원과 2~3차 병원에 입원 중인 60세 이상 대상자들이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안산의사협 새안산의원이 책임의료기관으로 의사·가정간호사·복지사업부·재가센터·밥드림팀 등을 한 팀으로 △의료 △돌봄 △식사 △이동 등 분야별 지원을 하고 있다. 안산의사협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자의 1인당 퇴원 전후 월평균 진료비가 73.3%(300만원→80만원) 감소되며 요양시설과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요양병원에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 나온다’는 노인들의 불안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 해결한 것이다.

■ 2025년 전국 시행 앞둔 커뮤니티 케어, 안착 위한 과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위해 질 좋은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위한 과제도 남았다. 민간 영역의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동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인건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민간 수행기관에 서비스 추진을 위한 비용은 지원되지만 사실상 활동 인력들의 인건비 충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산의사협 365통합돌봄지원센터 권성이 센터장은 “안산시가 선도사업 지자체로 선정되고 나서 공식적인 통합돌봄 창구가 마련되고, 기존 의료 사협의 정책들이 관의 예산을 받고 체계화됐다”라며 “하지만 현제 제도 안에서 민간 수행기관은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예산만 지원받기 때문에 상근 사회복지사와 활동가들의 인건비는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2025년에 전국 지자체에 확대 시행되는 만큼 민간 영역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산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그간 흩어져있던 공공참여 기관과 민간 참여기관의 인프라를 한데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는 만큼 지역케어 회의의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안산시는 공공 참여기관(노인복지과, 장애인복지과, 보건소, 도시재생과, 토지정보과, 치매안심센터, LH공사 등)과 민간참여기관(동별 종합복지관 및 노인복지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 자원봉사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요양시설 및 재가복지센터 등 돌봄기관)으로 구성된 지역케어회의 모델을 만들었지만 이같은 거버넌스 활성화는 과제로 남았다.

2025년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전국 시행을 앞둔 만큼 민관 거버넌스의 활성화는 지자체의 사업 추진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인이다. 지역통합돌봄팀을 조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부서간, 민-관 칸막이를 허무는 상시적 소통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 커뮤니티 케어가 단순한 별개 복지 프로그램으로 인식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산시 복지정책과 지역통합돌봄팀 이인희 팀장은 “지역통합돌봄팀을 주축으로 대상자들의 사례관리를 위해 개별적인 회의가 열리기는 하지만, 타부서 및 기관과 연계한 지역케어회의 활성화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도사업이 1년더 연장돼 내년 마무리되는 만큼 현 사업들이 안착되면 노인 뿐 아니라 장애인 등으로 대상자를 넓혀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어르신, 장애인 등)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자율형 통합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한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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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해윤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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