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명 공직자 우산동 임대 아파트 생활실태 전수조사에 투입
‘급여’나 ‘현금’ 지원만 해서는 소외계층 사회단절 막을 수 없는 현실 공직자가 깨우쳐
다양한 지역 자원 연계해 지속가능성 찾아

글 싣는 순서

1회: 건강 걱정 없이 노후도 마을에서 보낸다
2회:  ‘주민 손으로 만드는 의료·복지·돌봄’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3회: ‘장애인 자립 위한 통합 돌봄’ 제주시 장애인 케어안심주택
4회: ‘마을이 함께하는 공동육아’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 5회: ‘지자체 통합돌봄’ 광주 광산구 늘행복 아파트 프로젝트


광주 광산구는 2019년부터 지자체 스스로 지역에 맞는 ‘커뮤니티케어’ 모델 개발에 나섰다. ‘늘 행복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우산동 일대 임대 아파트 2곳에 대한 자체적 돌봄 시스템을 마련한 것.

광산구가 ‘돌봄·일자리·주거·의료·공동체’ 등 5개 통합 서비스 제공에 투입한 예산은 6억원 가량. 연차별로 수십억원이 지원되는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 사업 예산과 대비했을 때 현저히 적은 금액이지만, 주민들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30년 된 노후 임대 아파트는 이용자 편의에 맞는 공간으로 거듭났고, 단지 내 마을건강센터가 조성돼 이용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됐다. 이웃과 이웃 간 단절이 만연했던 아파트 단지는 독거어르신 안부확인, 야간시간 방범활동 등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사회적 관계망 형성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했다.

커뮤니티 케어 모델 개발은 지자체가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 제도를 수립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옥천군 역시 ‘지자체의 의지’만 수반된다면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기획 마지막 보도에서는 자체적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한 광주 광산구 사례를 소개한다. 


■ ‘늘행복 프로젝트’

‘늘행복 프로젝트’는 민선 7기 김삼호 광산구청장의 취임과 동시에 막을 연다. ‘광산형 복지혁신정책’ 수립을 위한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광산구가 우산동 일대 임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커뮤니티케어 모델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얼까. 

해당 사업의 대상지가 된 우산동 내 영구임대 아파트는 2곳. 총 3천75세대 중 70% 이상이 기초 수급자로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실제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진 않았다. 

총 146명의 광산구 공직자들이 직접 나서 진행한 ‘생활실태조사’를 통해 이는 더욱 공고화됐다. 주민의 대부분이 1인 가구였지만, 4~5가지 종류의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로인한 병원 이용 비율이 매우 높았다. 2019년 당시 광주시 전체 의료급여가 3천200억원 규모였는데, 이중 광산구에만 710억원이 투입될 정도였다.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위험 수준을 보였다. 조사대상 절반이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자살에 대한 생각과 시도 역시 있었다고 답했다. 행정복지망 안에 등록된 주민이 다수였고, 이른바 ‘제도권’ 안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같은 복지정책이 실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광산구는 이같은 ‘급여’나 ‘현금’ 지원에 갇힌 복지 정책만으로는 우산동 임대아파트의 사회적 단절과 도심 속 슬럼화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대대적인 복지 정책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는 곧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개개인에 맞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커뮤니티 케어’의 기본 기조와 맞닿았다.

■ 주민 삶의 질, 관계형 돌봄서비스로 향상

일방적 수혜로 이뤄지는 복지 서비스 대신 ‘관계형 돌봄 서비스’로 전환을 꾀한 것은 큰 변화를 이끌었다. △늘행복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주민들은 1일 최대 4시간씩 공동체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며 고립에서 벗어났다. 

인문학 또는 인권 교육, 마을 안전 교육에 참여하는 ‘마을 교육형’, 마을 순찰활동 또는 환경정화활동에 참여하는 ‘마을 정비형’, 이웃 돌봄이나 급식 지원 봉사에 참여하는 ‘마을 봉사형’ 등 다양한 유형이 마련됐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매월 5만원의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받는다.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광산구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삶의 질 향상 지원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해당 활동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서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공동체의 확장을 이루게 했다.

광산구 복지정책과 복지기획팀 이지영 팀장은 “지난해 공동체 활동에 1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주민 간 네트워크가 형성된 게 가장 큰 성과다”라며 “방범 순찰을 돌면서 새롭게 이웃을 알게 되고, 관계를 형성해가며 관계망을 형성해 고독사나 우울증 등 사회적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광주의료사협·늘행복 건강밥상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 연계

그간 복지 사업에서 결여된 ‘의료’ 영역 역시 해당 커뮤니티 케어 모델 안에 들어왔다. △늘행복 주치의사업 이라는 이름 아래 올해 늘행복 마을건강센터가 개소했고,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도 설립 인가를 받았다.

늘행복 마을건강센터는 맞춤형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허브’다. 케어매니저 2명과 방문건강관리사 10명으로 구성된 센터가 단지 내 통합돌봄 대상자를 발굴한다. 식사지원 서비스, 동행서비스, 왕진 서비스 등 개개인별 상황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적인 건강실천 프로그램 역시 마련해 단지 내 주민들의 참여도 유도했다. 

민관 연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의 출범은 광산구 커뮤니티케어 모델에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동네 의원’ 개소로 통합돌봄 사례관리자의 왕진과 가정간호 등이 이뤄진다. 커뮤니티케어에서 ‘복지’와 ‘의료’의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앞으로의 역할이 더 기대된다.

 

△늘행복 일자리 사업은 단지 내 경력단절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특히 다양한 민-관 주체의 도움으로 설립된 ‘늘행복 건강밥상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구조를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명의 단지 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늘행복 건강밥상은 마을건강센터에서 연계한 영양 관리가 대상자를 위해 주 1회 80여세대에 도시락을 제공한다. 영양사가 직접 짠 공통 식단은 고혈압 및 당뇨 등 대상자 건강 특성에 따라 ‘저염식’으로 조리해 배달되기도 한다. 


늘행복 건강밥상 조직을 맡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윤봉란 이사장은 “늘행복 건강밥상은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식자재를 제공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상가 무상 제공 등 협업기관의 자원과 연계로 탄생했다”라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 통합관리 대상자 뿐 아니라 일반 고객 발굴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향후 목표다”라고 말했다.

■ 내년 늘행복 2.0 프로젝트 계획, 광산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 굳히기

광산구는 우산동 중심 ‘늘행복 프로젝트’의 확장판으로 ‘늘 행복 2.0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산동 일대에서 진행되던 해당 사업을 21개 전동으로 확대하며 권역을 넓히고, 대상자 역시 확대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계획에서도 행정은 계획과 지원을, 주민은 참여와 제안을, 협업기관의 실행을 통해 촘촘한 민간 협력 구조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광산구 복지정책과 김양숙 과장은 “구청장님의 적극적인 의지가 곧 광산형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만들고, 안착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이와 함께 광산구에 자리잡고 있던 민간 조직과 행정의 결합도 큰 도움이 됐다”라며 “늘행복 프로젝트의 확장판으로 계획한 2.0 프로젝트 역시 지역자원을 활용해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어르신, 장애인 등)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자율형 통합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한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833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황민호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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