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비율 30.7% 초고령사회 ‘옥천’, 공적 돌봄 필요한 노인 다수
지역사회 구성원이 직접 돌봄 기획하고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 도입 필요
진천 등 타지자체 선도 사업으로 자체적 모델 개발 나서

글 싣는 순서

1회: 건강 걱정 없이 노후도 마을에서 보낸다
2회:  ‘주민 손으로 만드는 의료·복지·돌봄’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3회: ‘장애인 자립 위한 통합 돌봄’ 제주시 장애인 케어안심주택
4회: ‘마을이 함께하는 공동육아’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5회: ‘지자체 통합돌봄’ 광주 광산구 늘행복 아파트 프로젝트

 

“판수리에서 83년 한평생을 살았어. 농사지어 자식들 출가시키고 아내도 떠나보내고 이젠 혼자 남았네. 2년 전에 한 다리 수술 때문에 움직이는 것도 시원찮아. 몸 상태에 따라 귀도 잘 안 들릴 때도 많아져. 그래도 요양병원은 가고 싶지 않아. 내가 한평생 살아온 이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

김철수(가명) 할아버지는 앞으로의 생활이 더 힘들어지거나, 몸이 더 아파지더라도 요양시설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손을 내저었다. ‘생전 집에 못 오느니 몸은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편한 곳’이 좋다는 그는 일주일에 2번 3시간씩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가장 불편한 건 끼니를 해결하거나, 병원에 가는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없을 때는 노인용 전동차를 타고 면소재지에 있는 김밥집에 가서 음식을 사오거나, 홀로 한의원에 다닌다. 아직까지는 면소재지를 오고가는 일이 어렵지 않지만, 더 나이가 들고 아픈 곳이 많아지면 ‘혼자’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진다, 김철수 할아버지가 한평생 나고 자란 판수리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그를 상시적으로 보살펴 줄 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8년 11월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은 노인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출발했다. 자신이 살던 곳에 거주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게 요지다. 이를 위해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 등 분야를 세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철수 할아버지의 경우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식사영양관리사업을 통해 균형잡힌 식단을 꾸릴 수 있고, △병원동행서비스사업을 통한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대상자 선정 기준에 있어 소득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에 얽매이지 않는다. ‘저소득’ 노인들에게만 지원되는 복지서비스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자신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간 노인복지 사업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케어는 '수자 중심의 통합돌'에 방점이 찍혔다. 

벌써 타지자체에서는 선도적으로 커뮤니티케어 모델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19년 6월 노인선도 사업 5곳, 장애인선도사업 2곳, 정신질환자 선도사업 1곳이 선정됐다. 이어 대도시, 급속한 고령화, 도농복합, 농촌 등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통합돌봄 모형 발굴에 나서고 있다. 옥천군도 마을별 커뮤니티케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6월 백신예방 접종을 완료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내 프로그램이 다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백신예방 접종을 완료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내 프로그램이 다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커뮤니티케어’가 필요하다

옥천은 늙어간다. 군내 65세 이상 인구수는 7월 말 기준 1만5천461명. 5만312명 인구 대비 약 30.7%에 달하는 비율이다.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면단위 상황은 더 심각하다. 85세 이상 고령인구는 △동이면 206명 △안남면 113명 △안내면 140명 △청성면 217명 △청산면 206명 △이원면 274명 △군서면 150명 △군북면 162명을 기록했다.

옥천은 늙고 있지만 공적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인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옥천지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1~5등급, 인지지원) 내 진입자는 2천57명이다. 이중 84.57%인 1천730여명 정도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주야간보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군내 65세 이상 노인 11%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공적 돌봄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 역시 부족하다. 군내 노인장애인복지관은 옥천읍 1곳이다. 그나마 분소 형태로 청산면에 노인복지관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같은 시설 설치 편차는 읍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군내 10개의 요양시설 중 6곳이, 6개의 주야간보호센터 중 4곳이 모두 옥천읍에 위치해 있다.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 26개소 중 19개소(약73%)가 옥천읍에 위치해 있어 읍면별 편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재종 군수의 주요 복지 공약인 ‘공립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및 주간보호센터’ 역시 옥천읍 교동리 일대에 자리잡는다. 총 116억원이 투입되는데 요양시설(1인실~4인실)에는 70명이, 지상 치매전담실에는 40명의 노인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경증치매 환자 발굴과 관리를 위해 18억원(국비 4억4천200만원, 도비 2천200만원, 군비 13억3천6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치매안심센터 역시 옥천읍 가화리에 위치해 있다. 해당 시설 모두 군이 자발적으로 노인 돌봄을 위해 공적 자원을 활용하는데 의의가 있지만, 여전히 읍 중심이라는 한계에 마주한다.

지역의 고령화는 비단 노인이라는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되는 도시에 상주하는 주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산면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은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게 건강이다”라며 “지금의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처럼 젊은 세대 역시 그렇다. 하지만 지금 옥천의 의료 인프라든지, 복지시설 현황으로 봤을 때 정말 아팠을 때 타도시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 주민이 직접 ‘노인돌봄’ 뛰어든 안남면과 읍 상삼리, 공적 지원 필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옥천군과 같은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가진 농촌 지역을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인프라 부족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대상자에게 주민으로 구성된 돌봄 조직이 직접 돌봄을 제공하자는 게 해당 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옥천군의 경우 주민주도형으로 노인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주민 조직들이 많다. 

1천5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안남면은 2003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안남 어머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농촌의 여성 노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안남면사무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통학 수단은 안남면 순환버스다. 2009년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서강진, 이하 안남 지발위)가 대단위 주민지원사업비로 만든 버스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노인들을 위한 이동수단이 된다. 안남 지발위는 노인돌봄을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40억원), 특별 주민지원사업(12억원), 읍면 특화발전사업(7억원)을 면내 문화·복지 거점공간 조성에 투자한 것. 노인돌봄 기능이 포함된 노인복지관과 목욕탕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올해 준공되는 복지회관은 주간보호시설 형태로 노인돌봄과 점심식사 해결을 위한 식당 운영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옥천읍 상삼마을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일환으로 사업비 5억원(국비 3억5천만원·지방비 1억5천만원)을 투입해 조성한 ‘홀몸노인 공동생활홈’은 주거가 취약한 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해 9월 말 조성된 공동생활홈은 연면적 406㎡ 규모로 4개 취침실과 3개 화장실 및 샤워실, 부엌, 거실, 세탁실 등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정식 개소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65세 이상 여성 홀몸노인 8명을 모집해 2인 1실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안남 지발위나 상삼 마을회는 주민이 중심이 돼 돌봄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주체로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지원사업비를 활용해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같은 주민들의 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지난 17일 열린 안남 지발위 이사회에서 주교종 전 위원장은 “복지회관이 조성돼 노인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게 된다면 (마을에서) 큰일을 해내는 것이다. 우선 주민지원사업비를 통해 진행해보자”라며 “사실 옥천군에서 점심 한 끼는 예산을 투입해 책임지는 게 맞다. 시작을 하게 되면 예산은 어떤 식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옥천읍 상삼리 곽상국 이장은 “비단 상삼리 뿐 아니라 읍면별 홀몸노인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해당 모델을 읍면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군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남 지발위 회의 모습. 
안남 지발위 회의 모습. 
옥천읍 상삼리에 위치한 공동생활홈.
옥천읍 상삼리에 위치한 공동생활홈.


■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 개발 나선 충북 진천군과 부산 진구

인근 지자체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느끼고 모델 개발에 나섰다. 진천군의 경우 지난 2019년 충북 지자체 최초로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노인 예비형 선도사업 지원대상지도 선정됐다. 총 사업비 54억원(국비 50%·도비 15%·군비 35%)을 투입, ‘생거진천형 커뮤니티케어’라는 이름으로 △주거 △돌봄·요양 △보건·의료 등 분야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천군은 커뮤니티케어 사업 추진을 위해 같은 해 7월 주민복지과 내 선도사업팀을 신설한다. 보건소 간호직렬 공무원도 함께 포함해 4명의 인력이 군내 총 1천800여명 통합돌봄 대상자에 대한 사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진천군 주민복지과 선도사업팀 이재철 담당자는 “기존 복지대상자 사례관리는 소득이나 요양등급 등 기준이 정해져 있어 실제 어려움이 겪어도 즉각 지원과 대응이 어려웠다”라며 “하지만 통합돌봄의 경우 65세 이상 대상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보건과 의료 관점에서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천군은 2개 읍과 5개 면의 읍면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로당 24곳을 거점돌봄센터로 지정하고 지역주민을 동네복지사로 채용해 운영하는 등 ‘마을 자체 돌봄’이 가능하도록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재가 서비스와 차량 이동지원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진천형 뉴딜사업과 연계한 커뮤니티 센터를 조성도 계획됐다. 해당 센터를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중추 센터로 만들어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2019년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으로 시작된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의 ‘온마을 돌봄센터’는 범천2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마련했다. 주거가 취약하고 돌봄이 필요한 25세대 돌봄대상자를 발굴하는 한편, 온마을돌봄활동가 등을 육성해 돌봄공동체 만들었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선순환’ 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시도였다. 2021년에는 개금 2동에 공유주택 ‘이음하우스’를 조성해 주거 취약자들의 이주를 도왔다. 총 4세대가 입주해 현재 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내 종합사회복지관을 거점으로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같은 해 부산진구청 역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며 함께 맞물려 가고 있다. 초기에는 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민간 영역과 공공영역이 서로 다른 목적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음하우스 등 공유주택에 지자체가 보조금 지원을 하며 통합돌봄서비스 연계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 마을돌봄팀 김영주 팀장은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 자체가 지역 안에서 돌봄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내 거주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돌봄에 대한 인식전환과 돌봄환경을 구축하는 핵심 인적 자원인 주민들과의 관계였다”라며 “기존에 행복만들기 사업이나, 새뜰마을사업 등을 진행하며 형성한 유대감이 온마을돌봄센터 사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7기에 복지 시설 확충을 복지 분야 역점사업으로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옥천군은 △장애인복지관 신축 △장애인일자리나눔센터 건립 △공립치매전담형노인요양시설 건립 △옥천반다비체육센터 건립 △통합복지센터 운영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기획감사실 박노경 실장은 “현재 군내 부족한 복지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접근하고 있다. 향후 시설과 접목된 수용자 중심의 복지프로그램 개발 과제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복지과 정지승 과장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며 “주민복지과에서도 스마트기기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스마트 경로당 구축사업 공모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진천군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 중 하나로 의료진의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천군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 중 하나로 의료진의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어르신, 장애인 등)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자율형 통합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한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132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해윤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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