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꿈꾸는 남녀가 가장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는 사랑을 고백하기 직전의 마음 상태이고, 그보다 더한 긴장은 사랑의 고백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기 직전이다.  닉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닉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동안 닉의 마음은 애간장이 타고 있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간 윤리위원들이 마음고생 하는 걸 지켜보면서 닉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 미안함 때문에  거리를 유지하며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제 닉에게 진심을 전할 때가 되었다.

엘리스는 마리앙팡 여사의 초청을 받아 태고 마을에 갔을 때를 회상해본다. 마리앙팡 여사와는가톨릭의 '재속 프란치스코회' 활동을 하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초청받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은 알렉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태고마을에서 마리앙팡 여사를 통해 알렉스를 자연스레 소개받았다. 그 후에 마리앙팡 여사의 측근으로 있다가 배신한 헝티나가 알렉스와 손잡고 마리아팡 여사를 몰아내는 과정을 쭉 지켜보았다. 

그때 알렉스가 엘리스에게 했던 제안을 받아들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엘리스는  요양원에 있는 연로하신 이모를  시설좋은 스위스 병원으로 옮겨드리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그러지 못한다는 정보를 알렉스에게 흘렸다. 알렉스는 태고 마을에서처럼 메로나 마을을 접수할 계획을 알려주며 메로나 마을의 기금을 수중에 넣으면 둘이서 반타작하자고 엘리스를 유혹했다. 그러기 위해 메로나 마을의 정보를 알려주고 마을을 장악하는 데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엘리스는 마지 못하는 척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실상은 알렉스의 활동과 동향을 밀착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때 마침 전화벨이 울리며 엘리스의 회상을 멈추게 했다. '투란도트'의 비숍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첫사랑이었던 벤자민과 함께  평신도 프란치스코회에서  활동하던 엘리스는  벤자민을 저 세상에 보낸 후 '투란도트'에 가담하였다. '투란도트'는 '생명과 평화 연대' NGO(비정부기구)단체와 연관된 전위 조직이다. 

"현재 스티브와 알렉스의 동향은 어떤가요?"

"둥가돌프에게 태고마을에  대해 익명으로 제보한 이후 다비드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다비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스티브의 정체가 탄로 나겠지만 시일이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 다비드를 비롯하여 레이첼을 타깃으로 공격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에 월식현상이 일어난다는데 그때 알렉스가 보일 생리적 변화도 기대되는군요."

"그렇습니다. 태고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번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월식이 가까울수록 알렉스의 광기가 극심해겠지요."

"알렉스가 '검은태양단'과 아직도 연계되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아무쪼록 몸조심해요."

"알렉스는 걱정 안 해도 되요. 나를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까요."

전화를 끊고 나서 엘리스는  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닉에게 고백해야 할 시간이다. 닉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난 번 산보에서 마음을 열게 된 이후 닉과 사랑에 빠져도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엘리스를 사로잡았다. 닉은 초승달을 볼 때마다 히포크라테스를 떠올리고, 무함마드와 아기 예수에 얽힌 초승달 이야기를 전하며 엘리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바 있다. 더구나 앞으로 초승달을 볼 때마다 엘리스를 떠올리게 될 거라는 닉의 말에 엘리스는 이미 닉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 마음을 꽁꽁 숨기고 닉에게 표현하지 않았다.

닉이 사랑의 환상에 빠져들게 하려고 쳐놓은 그물망에 엘리스 자신이 걸려들고 만 셈이다.  그동안 엘리스는 내면의 갈등에 빠져 있었다. 닉을 향한 엘리스의 이성과 감정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감정으로는 끌렸지만 이성으로는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엘리스는 이성과 감정이 반대로 움직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정답은 없었다. 어떤 때는 이성이 판단하는 대로 했어야 했고, 또  어떤 때는 이성보다 감정이 시키는대로 했어야 했다. 지금은 감정이 끌리는 대로 해야한다고 엘리스는 생각했다. 너무 이성적으로 따지고 예측하려고 하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이다. 인간을 둘러싼 상황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다. 

메로나 마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닉은 엘리스에 대한 연정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스의 메시지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지난번 엘리스와 산책을 하며 가까와진 기억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간의 일을 돌이켜보며 혹시나 엘리스가 스티브나 알렉스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엘리스가 윤리위원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던 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엘리스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닉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엘리스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죠?"

엘리스의 질문에 닉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너무나 아름다우셔서 나도 모르게 계속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

닉의  답변에 엘리스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들은 자신의 속을 감추지 못한다니까요. 하긴 이 미모에 넘어가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죠."

닉의 말을 농담으로 받은 엘리스가 정색하며 묻는다.

"이번 초승달이 뜰 때 누구를 생각했어요? 나를 생각한 거 맞아요?"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초승달 속에서 마음의 갈등을 어쩌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엘리스의 모습을 봤지요."

"정말이요? 이제 보니 닉은 사랑꾼이었군요."

"사랑꾼이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아! 지금 나를 놀리고 있는 거죠?"

닉의 반응을 재미있게 바라보며 엘리스가 닉에게 물었다.

"닉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요? "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갈등에 관심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 이상은 잘 몰라요."

엘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 거라구요."

엘리스가 닉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혹시 재속 프란치스코회라고 들어봤어요?"

"평신도로 구성된 프란치스코회를 말하는 거죠?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존'을 추구하는 단체죠. 한때 수도사를 꿈꾼 적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냉담자가 되었지만."

"그래요?  우리는 인생의 동반자가 될 인연이 있었네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  닉이  산보를 가자고 제안하자 엘리스도 선뜻 동의했다. 닉이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닉과 엘리스가 서쪽 숲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마침 레이첼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음도 추스릴 겸 서쪽 숲길을 향해 산책을 하러 나왔다.  미행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가던 길을 되돌리기도 그렇고 하여 뒤에서 닉과 엘리스를 천천히 따라갔다.  둘의 대화가 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다. 엘리스가 닉에게 가까이 붙었다가 멀리 떨어졌다가 하는 걸 보니 닉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분명해 보였다.

닉은 마을의 윤리위원이다. 닉에게  마을 여성과 스캔들이 일어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윤리위원 전체의 수치이기도 하다. 레이첼은 그런 점을 염려하는 한편 엘리스가 의도적으로 닉에게 접근한 건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유럽의 꿈 커뮤니티에서 닉에게 무관심한 척하면서 가끔 닉에게 농염한 눈길을 주는 것이 레이첼의 안테나에 잡힌 것이다. 엘리스의 외모와 이미지를 보아하니 여러 남자와 다중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닉과 엘리스를 따라가던 레이첼은 과거 모사드 요원으로서의 본능이 작동하고 있었다. 닉을 은근히 유혹하고 있는 엘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엘리스는 일본계 프랑스인이다. 부친이 프랑스인이고  모친은 일본 오끼나와 태생이다.  그동안 레이첼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엘리스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가을 아카데미'라는 시민연대 집회에서 '유럽국가들이 아랍계 난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엘리스를 둘러싸고 복잡한 정치적 세력들이 연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레이첼은 생각했다. 엘리스는 과연 적일까 아군일까. 

닉과 다정하게 숲길을 걸어가던 엘리스는  닉과의 관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엘리스는 화려한 삶을 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마리 앙뚜아네트가 떠올랐다. 루이16세의 왕비로 작은 요정이라 불릴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던 마리 앙뚜아네트는  정략 결혼의 희생양이 되어 사치의 여왕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내면의 공허를 느낀 마리 앙뚜아네트는 스웨덴 출신의 미남 무관이었던 페르센 백작과의 사랑을 선택했다.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 마리 앙뚜아네트는 페르센과 비밀스러운 연애를 하며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 출처 : Pixabay)
( 출처 : Pixabay)

 

하지만 엘리스는 왕비도 아니고 더 이상 비밀 연애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마리 앙뚜아네트가 페르센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였듯이 자신도 닉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닉에게 기우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인할 수도 없다. 이쯤해서  닉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더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엘리스는 닉에게 다가가 닉의 볼에 살짝 가벼운 키스를 했다.

엘리스의 볼 키스를 받은 닉의 얼굴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불그스레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닉은 엘리스가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제부터는 겁먹지 말고 나에게 다가와도 돼.'  

엘리스의 눈동자가 닉에게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숲은 조용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소리만이 이따금 들릴 뿐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창백해 보이는 달빛은 대지에 곱게 내려 앉아 닉과 엘리스를 감싸주고  있었다. 고요한 밤하늘의 은은한  달빛에 비친 엘리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리스의  얼굴이 동화속의 요정처럼 더 없이 곱고 아름답게 보였다. 닉이 보기에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하강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레이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닉은 그동안 엘리스를 향해 쌓인 애틋한 마음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열망으로 가득찼다. 닉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나오는 격정에 사로잡혀  엘리스에게 입을 맞추었다. 닉은 엘리스의 볼그레한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다만 요동치는 심장이 자신의  것인지 엘리스의 것인지 분간이 안될 뿐이다. 엘리스와의 첫 키스는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저 멀리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첼이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오늘 닉과 엘리스는 돌아올 수 없는 레테의 강을 건널 것이다. 강 저 너머에 어떤 운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레이첼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뜨거운 격정을 못이겨 닉과 엘리스는 하룻밤을 같이 지낼 것이다. 처음 만난 청춘 남녀가 어쩌다 술집에서 눈이 맞아 하루밤을 지내는 것과는 격이 다르다. 이들은 메로나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각자의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이웃이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처음에는 행복하겠지만 나중에는 그 관계에 얽혀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레이첼의 염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닉과 엘리스는 뜨거운 키스와 포옹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닉과 포옹하던 엘리스는 첫사랑의 연인이었던 벤자민과 키스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비엔나의 벨레데레 궁전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감상하고 난 직후였다. 클림트의 '키스'는 사진으로 볼 때보다 원작을 통해 보는 황금빛 노란색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감상하던 벤자민의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림을 잘 봐. 여인의 볼은 발그스레하게 상기되어 홍조를 띄고 있고, 잔뜩 긴장하여 발꿈치를 곧추세우고 있어. 게다가 여인의 갸날픈 몸은 키스의 전율로 인해 황홀함과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혀 파르르 떨기도 하고 온몸이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듯 보여. 키스를 받은 채 영원히 잠들고 싶다는 듯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KISS' (출처 : Pixabay)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KISS' (출처 : Pixabay)

벤자민의 작품 감상을 들은 엘리스가 농담처럼 말했다.

"마치  저 그림 속의 남자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 군요."

"맞아요. 클림트의 '키스'를 감상하다보면 남자들은 다 그림 속의 남자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죠. 여자들이 저 그림 속의 여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듯이."

"그러고 보니 클림트의 '키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군요. 황금빛 채색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키스의 황홀함을 현실 속에서 재현해보고 싶은 욕구와 충동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었어요. "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면 누구나 키스를 꿈꾸죠. 클림트의 '키스'처럼 달콤하고 황홀한 키스를."

클림트의 '키스'를 감상한 그날 밤 엘리스는 벤자민과 첫 키스를 했다. 그 때 벤자민은 엘리스에게 키스의 달콤함을 노래한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로망스 시를 읊어 주었다.

' 네 입술을 내게로 기울여다오. 

그리하여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내 영혼이 다시 네게로 건네주는.'

그렇게 엘리스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던 벤자민은 어느 날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벤자민이 떠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닉과 키스를 하며 벤자민과 나누었던 키스의 순간을 떠올렸던 엘리스는 입속으로 밀려드는 닉의 부드러운 혀의 감촉과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엘리스를 갈망하는 닉의 열기와 입김이 엘리스를 파고들었다. 엘리스도 자신의 입김과 뜨거운 열기로 닉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엘리스와의 키스는 달빛 속에서 사랑을 열망하는 닉의 뜨거운 마음을 엘리스에게 전달해주는 사랑의  밀사였다.  얼마의 시간이 경과한 후 두 사람은 닉의 집 침실로 장소를 옮겼다. 레이첼의 짐작대로 닉과 엘리스는 그 날 밤  애뜻한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사랑하는 연인은 서로를 갈망한다. 실로 이날을 위해 닉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으며 엘리스에 대해 얼마나 많은 탐색과 상상을 하며 마음을 졸였던 걸까.  오늘이 있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우연과 인연이 겹쳐야 했던가. 닉으로서는 실로 감개무량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엘리스도 닉에게 푹 빠져들었다. 첫사랑에 실패한 이후 다시 사랑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알렉스와의 커넥션 때문에 닉에게 정보를 얻기위해 접근했다가 의도치 않게 닉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것이 어쩌면 엘리스에게는 사랑으로 이어지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에 찾아들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엘리스의 마음의 달빛은 닉의 가슴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오늘은 그 달빛이 임자를 만나는 날이다. 엘리스는 첫사랑이었던 벤자민을 생각하며 닉과 뜨거운 사랑을 불태웠다. 고요한 달밤에 정적에 잠긴 메로나 마을의 밤은 깊어만 갔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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