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들의 농간, 교원 멸책 (2)

공무원의 직책 수행을 위해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의 6에 의하여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비가 있다. 직급보조비다. 해당 직급에서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기타 제반 비용을 보존해 주는 실비 보상 성격이다. 월 지급액을 놓고 볼 때 학교장은 일반직 4급 상당이요, 경찰직 총경, 군인 소령과 같다. 그러니까 학교장의 직급은 일반직 4급•군인 소령. 교감은 일반직 5급•군인 대위, 장학사는 일반직 6급•군인 원사와 동급이다.

직급보조비는 일반직 9급이나 군인 하사에게까지 지급한다. 그러나 교원은 교장이나 교감에게만 지급한다. 부장교사는 물론 수석교사마저 ‘해당 직급에서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기타 제반 비용’을 지급할 만한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검•판사이다. 그들에게는 직위에 따른 상하와,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라 서열만 존재한다. 별도의 계급이나 직급은 없다. 초임 검•판사가 3급 대우를 받는다. 임용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직급보조비를 수령한다. 가히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넘사벽’이다. 그래서 그리도 오만한가? 새파란 젊은 검•판사한테 영감님이란 호칭을 쓴다? 그런다고 그딴 소릴 듣고 으쓱거릴 건 또 뭔가? 39세 판사가 재판 도중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다그쳐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연합뉴스, 2010.02.08). 이를 두고 당시에 누군가 “나라의 품격이 아주 천민적인 나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법정 경위는 오늘도 ‘다리를 꼬지 마라, 모자를 벗으라, 팔짱을 끼지 마라….’를 되풀이한다(한겨레신문, 2021.11.30.). 일제의 잔재가 골수에 사무친 권위 지상주의의 표본이다. 그런 가학적 변태 권위를 유지하려면 햇병아리 검•판사마저, 평생 교직을 지킨 학교장보다 많은 직급보조비가 필요한가 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따지고 보면 ‘검사스러운 검새’나 ‘일베 부장판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공무원의 직급보조비 지급 구분표 비교>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별표 15],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4], 법관 및 법원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칙 [별표 6의 2] 참조

 

교원의 승급 횟수는 제정 당시부터 일반직에 준용하여 연 4회였다. 그러다가 일반직을 연 6회로 늘리면서, 5년 8개월 동안(73.4.~78.12.) 밑도 끝도 없이 교원만 연 2회까지 축소해 버린다. 원칙은 고사하고, 그 어떤 추론마저 불가하다. 이 때문에 교원은 최대 6개월의 경력 손실을 본다.

그러니까 75년 9월 1일 자로 임용된 필자는 이듬해인 76년 9월 1일에 승급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승급일을 연 2회(1월 1일과 7월 1일)로 한정해 버림으로써, 필자는 그 이듬해인 77년 1월 1일에 승급, 결국 4개월의 경력 손실을 본 것이다. 이런 손실은 모든 교원이 퇴직할 때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임금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2008년 1월에 이르러 모든 공무원이 매월 1일 승급하도록 개정된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군인의 경우 65년 1월 군인보수법 제정 당시부터 연 12회였으니, 차별의 현재(顯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굴 탓하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이 또한 군부독재의 유물이다.                                                              

교육공무원보수규정은 대통령령 제10956호(1982. 12. 20.)에 따라 이를 폐지하고, 공무원보수규정(대통령령 제11026호, 1982. 12. 31.)으로 통합 운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카스트(부자들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고 취약 계층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뜻)’니 ‘실업 팬데믹(일자리 찾기가 어려워 실업자가 넘쳐난다는 뜻)’이니 하는 신조어까지 도는 세상이다. 게다가 세계적 현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공무원을 두고 ‘세금 도둑’이라는 비아냥이 유행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년 연장은 필연적이다.

대법원판결(2019. 2. 21.)에 따르면, 도시에서 일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의 가동 연한은 만 65세까지이다. 즉, 일반 노동자가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육체 정년을 65세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 근거로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게 공사(公私)를 불문하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함이 합당하지 않을까? 현재 법에서 인정하는 가동 연한은 약사·공인회계사가 65세이고, 의사는 하급심에 따라 65·70세로 엇갈린다. 변호사•법무사•목사, 그리고 농어업인은 70세이다.

미리 말하지만,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하라거나 연장하라는 말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잡범보다 훨씬 더 노회하고 무지한(much more than normal. vicious) 정치꾼들이다. 그들에 의해 자행된 악습과 폭거 가운데 교원 멸책을 되짚어 봄으로써, 공무원의 직종간 계급간 형평성을 제기할 따름이다.

2021년 현재 공무원의 정년은 천차만별이다. 유•초•중등교원은 62세이다. 60세인 일반직•경찰직•소방직 공무원보다 길다. 차례대로 열거하면, 검사가 63세, 검찰총장•판사•대학교원이 65세,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70세이다. 군인은 40세(하사)부터 63세(대장)에 이르기까지 계급에 따라 다르다. 왜 이와 같이 직종간 계급간 정년이 다를까? 힘깨나 쓰는 자들이, 힘깨나 쓰는 자들 편에서, 그저 내키는 대로 숫자놀음한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사이다. 그렇다고 심오한 어떤 철리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헤집어 봐도 무슨 합리적 근거를 도출하긴 어렵다.

교원의 정년은 65세였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예산 절감과 교원 임용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유·초·중등 교원의 정년을 62세로 단축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지극히 정략적이었다. 교원은 그저 내쳐도 된다는, 교원을 하찮게 여기고 깔보는 일환책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늙은이가 빨리 나가야 젊은이가 들어오는 법’이라며, ‘늙은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3명을 채울 수 있다’라는 경제적 논리로 교원을 매도했다. 이로 인해 빚어진 교원 수급 대란은 주지의 사실이다. 쫓아낸 교원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퇴직 교원의 1/3 이상을 비정규직 - 기간제 교사 -으로 재임용하는가 하면, 교대의 신입생은 물론 학사편입학 정원까지 증원한다.

이마저 충분하지 못하자 교감에게 담임을 맡기고, 남아도는 중등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부랴부랴 초등 교사로 임용하는 편법을 자행한다. 초등에서는 증치교사의 문제점이 도드라지고, 교원과 교원, 교대와 사대 사이에 갈등만 유발한 채, 머잖아 초등 교원 임용 적체로 이어진다. 초등교육의 근간이 요동친 것이다. 그뿐이랴. 교원의 정년 단축은 사적 영역에서도 이른바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정규직 인원 감량과 함께 비정규직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

정부에서는 1993년부터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소위 공로연수를 보장하고 있다.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5급 이하 공무원은 퇴직 6개월, 4급 이상은 퇴직 1년을 앞두고 실행한다. 연수 기간 파견근무로 처리하고 결원을 보충, 후임자가 정식 배치되며, 협업 수당을 뺀 보수까지 전액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회고록이나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경우에는 예산을 지원하고, 연수가 끝난 퇴직예정자에 대하여는 정중한 예우를 갖추어 퇴임식을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교원에게는 단 하루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퇴직 예정 교원에게 부여되던 3개월의 ‘퇴직 준비 휴가 제도’라는 게 있었다. 1987년에 도입한다. 그마저 2012년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하면서 폐지한다. 당시에도 3개월을 보장받은 교원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3개월을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데다가 기간제 강사를 확보하려는 의지도 예산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실제로 이를 활용한 이는 그즈음에 서울수색초교에서 정퇴한 이 아무개 교감뿐이다. 아무튼, 비록 유명무실한 제도였지만 명목상 3개월의 휴가를 보장했다. 말도 많은 공로연수를 교원에게도 적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형평성을 제기할 뿐이다.

교원의 퇴직 준비 휴가 3개월을 폐지하면서 정부에서는 퇴직 3개월 전 학기 중에 남은 연가를 연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참으로 가관이다. 알량한 사탕발림마저 기만적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마저 방학 기간을 활용하라고 다그치는가 하면, 1급 이하 모든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가 보상금을 교원만 제외하고 있다. 흔히 방학을 빌미로 둘러대지만, 방학은 엄연히 <휴업일>에 관한 규정일 뿐, 교원의 휴가나 연가와 무관하다.

교육부에서는 한때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초중등 교사의 주당 책임 수업시수를 초교 26시간, 중학교 20시간, 고교 18시간으로 설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총 수업시수의 20%가량을 초과 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하지만, 빈말에 그치고 만다. 오나가나 돈줄을 쥔 놈이 장땡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달리 귀여워하고 사랑하던 경제기획원의 횡포는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지금이니 교과전담제 흉내라도 내지, 80년대까지도 9개 교과를, 주당 32시간이라는 살인적인 수업에 매진하던 초등학교 교사들이었다. 그러니 수업이랄 게 없다. 숙제 검사랍시고 도장 쾅쾅 찍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면 누가 믿겠는가? 보통교실의 규모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20평이다. 이 또한 일제의 잔재로, 교사가 한눈에 ‘생도’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크기의 공간이다.

학년당 보통 10~20학급이요, 학급당 학생 수는 70명이 넘는데 2부제 수업을 하던 초임 시절이다. 20평 안에서 아이들이 복작거리는데 뉘라서 옴치고 뛸 수 있을까? 숙제 검사랍시고 이리저리 책걸상 밀치면서 교실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쉬는 시간 종이 울린다. 물론 선생은 ‘도장’을 찍어 주기 위해 쉬는 시간에 칠판 가득 뭔가 깨알같이 적어 놓는다. 그나마 바쁘다는 핑계로 대개 ‘학습부장’이란 아이를 시킨다.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은 베껴쓰기 바쁘고, 선생은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자그마한 곰보책상만 덕지덕지 붙여놓았기에 가능했다. 사물함이나 교육 기자재, 냉난방 기기가 전혀 없던 ‘텅 빈’ 교실!

위로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소로 발생하는 여유 공간에 잉여 책걸상을 활용하여 맞춤형(수준별) 수업을 하고, 교실 가장자리에 컴퓨터를 설치하여 수업 중에도 자유롭게 정보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함. ⇨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의 경우 칠판 앞 여유 공간을 안락한 교수-학습 장소로 꾸미고, 아동의 정서와 감성을 고려하여 따뜻한 색상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책상을 사용함. ⇨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한쪽에 러그(lug) 또는 카펫을 깔아 포근하고 아늑한 학습공간을 조성하고, 특히 지상 1층에 위치한 교실의 경우 직접 옥외공간으로 나갈 수 있는 별도의 출입문을 설치함. ⇨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의 경우 학생들의 신장을 고려하여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칠판을 사용함. ⇨ 교실 중앙부를 가로지르게 커튼을 설치하여 필요하면 분반 또는 남녀 탈의 공간으로 활용함. (출처 : 조진일, <2018 주요국의 학교 공간 조성 사례와 한국교육에 주는 시사점> 16~19쪽)

 

통상적으로 1시간 수업을 준비하려면 3시간 가까이 품이 든다. 중등은 이미 사문화됐다지만, 그나마 예전의 육성회관리지침을 그 근거로 준용한다. 이로 인해 초중등 교원 간 차이가 현재하고, 동급 학교에서도 맡은 학년에 따라 시수가 상이할 뿐만 아니라, 보직교사에 대한 경감 조치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견주어 대학 교원의 책임주당시수는 보통 9시간 안팎이고, 보직교수는 책임시수가 없거나 부처장급부터 처장급까지 서너 시간씩 경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교원이지만 대학 교원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강의가 없는 날에는 출근을 안 해도 그만이다. 정년퇴임 이후에도 석좌교수나 명예교수 등으로 종신 고용을 보장해 주고 있다. 초중등 교원의 수업시수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한편, 초중고 교장과 유치원 원장 출신인 <원로교사>들은 주당 평균수업시수가 9시간, 연봉 1억 원 안팎을 받고, 그 가운데 55%가 별도 사무실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오마이뉴스, 2021.10.18.). 원로교사란, 오로지 ‘임기제가 종료된 학교장’을 지칭한다. 교장 아닌 교사는 원로교사가 될 수 없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이요, 옥상가옥(屋上架屋)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삼류적 발상이다. 말장난이 도를 넘었다. 도처가 요지경 속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저승길이 대문 밖인 늙다리 선생을 원로교사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래저래 선생은 꼰대 소릴 들어도 싸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교실 및 시설 확충을 위하여 각급 학교에 기성회를 조직한다. 학부모와 찬조자 중심의 조직이다. 당시에는 ‘비영리적·비종파적·비정당적’인 단체로서의 특징을 갖춘 사친회(師親會)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학부모와 교사가 협력하여 아동의 성장·발달을 도모하는 자주적 단체로 후원단체가 아니다. 결국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재정적 후원단체로 변질하고, 5·16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에 해산된다. 그러나 허기진 재정을 채우려는 방책은 비상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학부모 손을 빌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기성회는 사친회의 몫까지 떠안고 교실 건축 및 교육 시설 지원과 교원의 처우 개선을 포함하는 육성회로 둔갑한다.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1997년 학부모회로 이름을 바꾸고 학교급별에 따라 초중등에서는 학교운영지원예산(육성회비), 대학에서는 기성회비 명목으로 세금처럼 강탈한다.

생각해 보라. 학교운영지원비는 인건비와 운영비로 구분된다. 인건비는 다시 교원연구비•관리수당•강사수당•학부모회 소속 직원의 인건비 등으로 구성되고, 운영비는 학교교육비•교육과정운영비•학생복리비•자산취득비•시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공적경비는 정부가 부담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아직도 중등에서는 학교운영지원비를, 대학에서는 기성회비를 강제 징수하고 있다. 가당찮은 일이다. 말이 좋아 자율협찬금이지 국가가 학부모 재산을 강탈하는 꼴이다. 온갖 잡종금을 일소하고 초등 교원의 임금을 보전해 주겠다고 제정한 육성회비와 사친회비가 폐지된 연유를 상기하라. 국가 스스로 공교육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학교운영지원비는 물론 기성회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이로 인한 폐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초등과 중등 교원, 교원과 일반직, 초중등과 대학에 소속한 일반직…. 게다가 근무처가 도서벽지•시군구•6대도시에 따라 수당의 규모가 달랐으니 끼리끼리 벌이는 쟁탈전(?)은 상상 그 이상으로 딱하고 추접했다. 기회가 온다면 대학교 이사장과 교직원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기성회비를 들여다볼 참이다. 한마디로 그런 복마전도 없을 것이다!

내친김에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그런데 홀가분하기는커녕 되레 무겁고 민망하다. 너나없이 엄중하고 팍팍한 시기에 교원의 처우를 말하고 보니 주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우리나라의 <교원 지위 법정주의>는 생색내기용도 되지 못한다.

“조선 시대 훈장들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춥고 배고픈 자리였다. 스스로 ‘설경(舌耕)’이라고 불렀다. 입으로 밭갈이하는 무리라는 자조적 넋두리다. 조선 후기에는 몰락한 양반들이 몰려들면서 ‘지천지임(至賤至任)’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선 전문가의 일생).

애당초 교직은 가장 천한 직업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훈장보다는 백배 천배 나아졌다고 자위할까? 40여 년 근무하던 학교를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근원적인 궁금증은 여전하다. <교원지위법>은 하필이면 누가, 그때, 왜, 누굴 위해 만들었을까? 그따위 특별 우대 원칙을 천명한 집단은 교원 말고 없다. 그렇다면? 어처구니없게도 건국 이래 교원의 최고봉(봉급)은 일반직 3급, 공안직 4급, 군인 중령의 최고봉, 임용된 지 14년 차인 검•판사(8호봉)에 미치지 못한다. 누가 씌운 굴레인가? 반상이 사라진 오늘날, 대한민국 교ᆢ원에게 드리운 천형인가? 이쯤 되면 한국의 신분 제도는 법제화되어 있고, 귀천과 상하가 존속•유지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21세기 한국의 교원은 조선 시대 훈장과 진배없다.

김홍도의 ‘서당’과 서울 성북구 번동초등학교 교실(출처 : 한겨레신문, 2021.11.21.)

 

(계속)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춘근 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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