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딸 로하 첫돌 축하하는 아빠 김정곤씨의 글

 

첫돌 기념으로 고궁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엄마 김현지씨, 딸 로하, 아빠 김정곤씨. 필자 제공
첫돌 기념으로 고궁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엄마 김현지씨, 딸 로하, 아빠 김정곤씨. 필자 제공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수선한 와중인 2020년 5월 아빠와 엄마는 결혼을 했단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속속 번져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마음 고생도 겪어지만 다행히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지. 신혼여행도 애초 꿈꿨 던 스페인에서 제주도로 바꿔야 했어. 새 출발 기념으로 한라산 등반을 했는데, 그날따라 정상엔 안개가 깔려있어 백록담을 보진 못했지만 너무나 좋은 추억이었어.

그런데 가족을 이루자마자 우리에게 작고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어. 예상을 못했던 까닭에 처음엔 너무 놀랐지만, 우리는 신혼을 둘이 아닌 셋이 함께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설레고 기뻤단다.너의 태명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따와 ‘록담이’ 라고 정했어. 한라산에서 보이지 않았던 백록담이 엄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거든. 특이한 너의 태명 덕분에 주위에 임신 소식을 전할 때면 신혼여행 에피소드까지 늘 소개하곤 했지.

설레이고 조마조마한 10개월이 지나고 록담이는 무사히 태어났어, 2021년 2월 16일 오전 9시 10분 우리에게 힘찬 울음소리로 첫 인사를 건넨 넌 딸이었지. 그 순간을 문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의 심장은 아직도 두근거린단다.

우리 첫딸의 이름은 김로하, ‘잡을 로’ 에 ‘강물 하’ 로 지었어. 아빠는 연년생 남동생과 형제끼리만 자란 까닭에 솔직히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지난 1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아빠는 급속히 ‘딸바보’가 되었구나.로하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던 날, 첫 옹알이를 하던 날, 첫 걸음마를 하던 날, 매 순간순간 신비롭고 놀라우면서 행복을 느꼈어. 엄마가 보내주는 너의 휴대폰 영상과 사진을 보는 순간이 아빠가 바쁜 근무 중에 유일하게 딴생각하며 웃음 짓는 때란다.

김정곤씨의 첫딸 김로하 아기의 지난해 6월 백일 기념 사진. 필자 제공
김정곤씨의 첫딸 김로하 아기의 지난해 6월 백일 기념 사진. 필자 제공

또래들에 비해 성장이 빠른 편인 로하는 돌이 되기도 전 젖니가 8개나 나왔고, 걸음마를 넘어 어느새 뛰어다닐 참이구나. 무엇보다 아주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단다. 외출이 조심스러운 이 시국에도 최대한 경험을 해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부지런 덕분에 사교성도 좋아 보인다.

300일 기념 사진
300일 기념 사진

지난 2월 16일 양가 할머니·할아버지 모시고 돌잔치를 할 때도 로하가 낯가림 없이 잘 놀아줘서 모두들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지. 전통대로 두 번의 돌잡이를 했는데 너는 거울과 바늘쌈을 고르더구나. 어쩌면 엄마와 아빠가 디자이너여서 자연스럽게 손재주와 예술을 상징하는 물건에 끌린 것같다고들 축하해줬지.

지난 1년 동안 로하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라는 책을 다시 읽었어. 어린 시절 읽었을 때와 또 다른 감동을 받았어. 지금까지는 소년의 눈으로 나무를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나무의 관점에서도 이해를 하게 된 것 같구나. 아낌없이 준다는 것의 의미가 가슴에 많이 와 닿았거든

2월 16일  돌잔치에서

무엇보다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니 부모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로하를 보면서 부모다운 행동을 늘 생각하게 되는구나. 물론 늘 로하를 통해서 새롭게 배우면서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지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우리 딸, 로하가 있기에 때론 친구이자, 인생 선배이자, 든든한 지원군으로 아빠도 엄마도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고 싶구나.성남/아빠 김정곤·엄마 김현지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02)710-0344.

* 본 글은 한겨레 지면에도 실린 글입니다.
*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39020.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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