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김향심 여사를 그리워하며

하늘로 가신 내 어머니

 

칠팔월 뙤약볕
온몸으로 받으며
고구마 밭이랑
이리 넘고 저리 넘으며
고구마순 뜯어다
짧은 밤 반 잠자며
고구마순 곱게 벗겨
파아랗게 삶아
이슬 맺힌 새벽 십리 길
비가 와도
하루도 거름 없이
차가운 시장 바닥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가며
오가는 사람 다 쳐다보면서
서투른 미소로
판매전략 펴보지만
아침 장 보는 시간 다 지나도록
그득 남은 고구마순
뱃속에서는 밥 들여보내라고
신호하고 야단인데
붕어빵 굽는 냄새 나는 쪽
힐끔 남몰래 쳐다보고는
새끼들 돈 달랄 일 생각나서
먹고 싶은 충동 참으면서
오는 길목 바라보며
서성이며 마당에 서 있을
서방 생각으로
조금만 참아다오 배야
얼른 팔고 갈께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던
내 어머니

 

열아홉 어린 나이에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우리 4남매 낳으시고
새끼들에게만은 배고픔 주지 않으려고
시집살이 저만치 두고
허기진 배 허리띠 졸라매고
동서남북 헤매고
배고픔에 하늘이 노랗게 보여도
새끼들 배 골릴까봐
흔한 빵 한 조각 사 먹지 못하고
애지중지 키워서
첫째 자식 장가보내고
둘째 자식 시집보내 놓았더니
효도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애미 먼저 세상 떠나고
둘째 딸 시집가서
밥걱정 없이 살지만
장손 여유 없어 힘겹게 살고
막둥이 결혼하여 따로 살지만
저 살기 바쁘다고
지 애비 제사 때나 올까 말까

그래도 속 썩이는 자식은 없어
다행이라고 하시던 어머니
밭이랑만큼 굵은 주름 쳐다보면
자식 노릇 잘못하여 죄스러운데
그래도 우리 엄매는
언제나 변함없이
새끼들 걱정하시는
눈빛은 그대로시네.

2004년 해남타워 앞에서 어머남과 함께
2004년 해남타워 앞에서 어머남과 함께

이렇게 사셨던 어머니께서
1세기를 사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정이 넘치도록 사셨듯이
그곳에서도 그렇게 사십시오.
어머니라고 불러보아도
돌아보시지도 않네요.

 

편집 : 김미경 편집장

 

마광남 주주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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