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가칭 「사회전환연구소」 준비 모임을 시작했다. 민주주의가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기 위한 활동이다. 이 시대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으로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김동춘 교수는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으로서 2018년도부터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가 문재인 정부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 중점연구소>로 지정되는 데 앞장섰다. 올해 4년차로 <민주시민교육>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해 오는 중이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김원태  선생님이  연구한 교육선진국  <민주시민교육>비교자료(출처 : 하성환)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김원태 선생님이 연구한 교육선진국 <민주시민교육>비교자료(출처 : 하성환)

그동안 핀란드를 비롯해 북유럽국가와 교육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민주시민교육’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동 연구소 연구교수들과 현직 대학교수들, 그리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초중고 교사들을 공동연구원으로 참여시켜 ‘민주시민교육’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철학적으로 탐구 분석해 정립하였다. 나아가 교육선진국의 ‘민주시민교육’ 국가교육과정 총론을 비롯해 교과서 분석을 통한 ‘민주시민교육’ 교육과정 정책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특히 다른 교육선진국에 비해 가장 늦게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한 영국 사례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영국은 『크릭보고서』를 통해 2000년 ‘민주시민교육’을 국가교육과정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독립과목이자 공통필수과목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했다.

「시민성」 교육을 시행한 지 불과 20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국 사회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특히  영국 ‘민주시민교육’ 실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중요한 시사점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연구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매달 ‘민주시민교육’ 관련 포럼을 열어 연구열을 북돋웠고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공동연구원들은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그동안 각자 연구한 결과물을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었다.

이제 비록 한시적이지만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프로젝트인 <민주시민교육 정책 중점연구소>로서 중간 결실을 맺어가려는 요즈음 윤석열 정부는 느닷없이 교육부 프로젝트를 중단시켜버렸다. 당장 다음 달부터 교육부 예산이 중단되면서 ‘민주시민교육’ 정책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그동안 ‘민주시민교육’ 정책 연구와 정책 개발에 혼신을 다한 연구교수들은 생계가 막막한 처지로 내몰렸다. 참으로 무지막지한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앞뒤 가리지 않고 강행하는 무모한 국가주의 관료행정의 또 다른 폐단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민주시민교육’은 세계교육개혁의 거대한 흐름이자 교육선진국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핵심 교육정책이다. 교육선진국들은 이미 50년 전부터 실천해 온 교육과정으로 최근 들어서 ‘민주시민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2015년 <도덕과>와 <사회과>를 통합해 『도덕 시민』 교과를 탄생시켰다. 『도덕 시민』 교과를 통해 초중고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으로 학생들 <민주시민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2018년도 교육과정을 개정해 기존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한 <사회과>를 『시민』(Civics) 교과로 명칭을 바꾸어 더욱 ‘시민성’(citizenship) 교육을 강화해 오고 있다.

한국 사회는 겨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2018년 교육부 직제에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해 ‘민주시민교육’을 앞장서 이끌어 가고자 했다. 나아가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를 발표해 한층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분위기를 고양시켰다.

교육 운동에 열정을 바친 교사들 또한 문재인 정부 교육부에 기대가 매우 컸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 교육이 제 갈 길을 가는구나”라며 안도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은 거기까지였다. ‘민주시민교육’을 핵심적으로 담당할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했어야 함에도 그에 대한 교육예산은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2020년 교육예산엔 ‘민주시민교육’ 관련 예산이 거의 전무했다. 제대로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이 방향을 잃고 미아가 되어버린 꼴이다.

이 모든 교육행정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아예 ‘민주시민교육’을 불온시하고 적대시하는 느낌이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직제를 전격 폐지한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교육부가 발주한 프로젝트 <민주시민교육 정책 중점연구소> 연구 활동마저 강제로 중단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교육개혁의 세계적 동향과도 어긋난다. 더욱이 일제고사를 부활하는 등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최근의 사태는 불안하기까지 하다. 평생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본 비판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는 이런 무모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시대 교육계 시대정신인 ‘민주시민교육’을 뿌리내리기 위해 몸소 발 벗고 나섰다.

<사회전환연구소> 준비모임에서 개설한 <한국사회 이해하기> 강좌 홍보물(출처 : 사회전환연구소(준) 제공)김동춘 교수는 비판사회학자로서 오랜 기간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홍보물 가운데 11/28 강좌는 김동춘 교수 일정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고 수정된 내용은 신청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사회전환연구소> 준비모임에서 개설한 <한국사회 이해하기> 강좌 홍보물(출처 : 사회전환연구소(준) 제공)김동춘 교수는 비판사회학자로서 오랜 기간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홍보물 가운데 11/28 강좌는 김동춘 교수 일정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고 수정된 내용은 신청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우선 청년 대학생과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준비 중이다. 나아가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프로그램 유지비만 받고 ‘민주시민교육’ 강좌를 동시에 준비 중에 있다. 지금은 ‘소를 키워야 할 시기’라며 김동춘 교수는 “대한민국이 튼튼한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민주공화국은 더불어 살아가려는 민주시민에 의해서 유지되고 발전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21세기 사회 대전환을 우리 사회가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서 뜻있는 시민과 교사들의 높은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동춘 교수가 헌신적으로 추진하는 가칭 「사회전환연구소」 준비모임이 이 땅의 ‘민주시민교육’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소액 후원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든든한 힘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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