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에는 갤러리 2관이 있다. '종이박물관'와 '청조미술관'다. 종이박물관은 1997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초 종이박물관인 한솔종이박물관이 이전한 것이고 청조미술관은 2013년 <뮤지엄 산>이 개관하면서 문을 연 미술관이다.

종이박물관에서는 종이가 발명된 후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종이 대신 기록을 위해 사용하던 파피루스(papyrus)도 파피루스 온실에서 만날 수 있다.

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종이로 만든 옛 작품에 있다.  

시전지
시전지

시전지(詩箋紙)다. 시전지는 시를 쓰기 위해 만든 무늬가 있는 종이다. 편지나 시를 주고받을 때 많이 사용했다 한다. 사군자나 연꽃, 새, 병에 담은 꽃 등의 무늬를 넣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상류층이 주로 사용했는데 조선 후기에는 집안에 시전판(詩箋版)을 갖고 있다가 필요하면 판에 염료를 발라 종이에 찍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멋이 있다. 

종이를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든 한지공예 작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한지공예는 지승공예, 지호공예, 지화공예로 나뉜다. 지승공예는 한지를 가늘고 일정하게 잘라 끈 형태로 꼬고, 꼰 걸 엮어 작품을 만드는 공예를 말한다. 지호공예는 종이를 잘게 찢어 물에 불려 풀과 섞은 후 찧어 점토처럼 만든다. 이를 손으로 빚거나 일정한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후 그 위에 색지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지화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겹쳐 잘라 꽃을 만드는 것이다. 민속놀이나 굿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지승기법으로 주로 공예품은 주로 망태기, 미투리, 바구니, 그릇, 상 등이다. 종이박물관에서 만난 인상 깊은 지승공예품은 지승화병과 지승요강이다.

지승화병 
지승화병 

지승화병은 물이 새지 않아야 한다. 칠을 입혀 물이 새지 않게 했다. 옻칠이나 시칠(枾漆 : 덜 익은 푸른 감을 찧어 만든 즙), 들기름칠을 하여 물도 안 새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한다.

지승요강
지승요강

지승요강은 참 재미있는 물건이다. 혼례를 치르러 가는 신부가 가마 안에서 사용하는 요강이다. 가마지기는 전부 남자였다. 지승요강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신부가 민망하지 않도록 신부 어머님이 직접 만들어 혼례 전날 가마에 넣어줬다고 한다우리 어머님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고 현명하다.  

호랑이 베개
호랑이 베개

지호기법은 상자나 반짇고리 등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호랑이 베개다. 베개에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호랑이 그림을 귀엽게 그려 넣었다.

지호기법으로 만든 휴대용 조명기구인 조족등(照足燈)이다. 불빛이 발등을 비친다고 하여 照足이라 이름 지었다. 귀인이 밤길을 가거나 순라꾼이 야경을 돌 때 사용하던 것이다손잡이가 있고 내부와 하단이 트여있어 손잡이를 들면 발아래를 비출 수 있다역시 옻칠이나 기름칠을 해서 방수처리를 했다. 불에 약한 종이를 에 사용한 것이 특이하다. 우리 조상들은 못하는 게 없었던 것 같다.  

관복함
관복함

나무틀에 종이를 덧발라 만든 관복함이다. 옷을 보관하는 상자다. 단단한 힘이 필요한 곳에는 이렇게 나무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신랑의 혼인예복을 보관하는 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접등(摺燈)이다. 초나 등잔을 넣어두는 등으로 기름종이를 주름잡아 접었다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중앙에 초를 넣어 고정할 수 있는 작고 짧은 원통형 받침이 들어있다. 밤에 보면 무척 아름다워 보일 듯 싶다. 

조선시대 의걸이장(衣欌)이다. 보통 의걸이장은 나무로 많이 만드는데 이 옷장은 종이로 만들었다. 나무에 종이를 대었는지 아니면 지호기법으로 만들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함이나 상자에 보관하던 관복을 더 잘 보관하기 위해 만든 2층 장으로 위층에 횟대를 설치하고 아래층보다 위층을 길게 만들어 옷을 걸 수 있도록 했다. 2층 문판 좌측에는 호랑이, 해, 대나무가 그려져 있고 우측에는 소나무와 매가 그려져 있다. 귀신을 쫓거나 질병·재난을 막아주거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그려넣었다고 한다.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화엄경) 주본 권36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화엄경) 주본 권36

1993년 국가지정 문화재 국보 277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목판본 화엄경이다. 고려 현종 때 (1011-1031) 부처님의 힘으로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만든 대장경 가운데 하나다. 천 년이 넘은 종이임에도 종이상태가 양호하다. 닥종이로 찍은 목판본 종이 17장을 길게 이어 붙여 두루마리처럼 말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1,000년 전인데... 어쩜 이리 글이 단아하고 정갈할까? 종이 구경 갔다가 보물까지 보았다. 

참고 사이트 : http://www.museumsan.org/museumsan/display/museum_now_gallery.jsp?idx=1&m=4&s=1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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