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에서 볼 것은 본관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임스 터렐관’과 ‘명상관’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임스 터렐관’만은 꼭 가야 할 곳으로 꼽는다. 이곳 때문에 <뮤지엄 산>에 가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사진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사진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제임스 터렐관’은 제임스 터렐이 직접 설계한 건축작품이다. 2013년 5월 <뮤지엄 산>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개관했다. 한마디로 '빛과 공간이 만든 경이로운 작품'이다. 그의 빛은 공간을 만나 조화를 부리고,  그의 공간은 빛을 만나 조화를 부린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194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1965년 미국 Pomona대학에서 심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1973년 Claremont 대학원에서 미술 석사학위를 땄다.  2013년 미국 국가문화예술훈장을 받아 예술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00년 프랑스 건축학술재단이 주는 ‘Grand Medailles d'Argent’도 받았고 2009년에는 영국왕립건축가협회 회원이 되는 등 건축분야에서도 인정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7월 28일 백악관에서 제임스 터렐에게 국가예술훈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Turrell).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7월 28일 백악관에서 제임스 터렐에게 국가예술훈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Turrell).

어린 시절 빛의 매력을 알게 된 터렐은 지각 심리학을 전공한 후 1960년대 중반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빛을 전달체로 실험하기 시작한다. 12,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그는 하늘이라는 공간은 캔버스로 삼고, 빛은 물감으로 삼았다. 1977년 애리조나 북부 사화산인 ‘Roden Crater’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빛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작품을 하나하나씩 제작한다. ‘Roden Crater’의 작품들은 다시 제작되어 22개 국가와 미국 17개 주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2001년 10월 해질녘 그의 Roden Crater(로덴 분화구) 프로젝트 앞에 있는 제임스 터렐. (Photo courtesy Florian Holzherr/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 출처 : 무료사진 https://smdp.com/2013/05/29/mind-playing-tricks)
2001년 10월 해질녘 그의 Roden Crater(로덴 분화구) 프로젝트 앞에 있는 제임스 터렐. (Photo courtesy Florian Holzherr/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 출처 : 무료사진 https://smdp.com/2013/05/29/mind-playing-tricks)

뉴욕 비평가 Calvin Tompkins는 “그의 작품은 빛에 대한 것이 아니다. 빛의 기록도 아니다. 빛 그 자체다. 빛의 실질적 존재는 인간이 그 빛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있다”고 했다. 터렐 또한 “내 작품에는 대상도 없고, 이미지도 없고, 초점도 없다. 단지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필요 없는 당신의 생각과 감각의 경험이다”고 했다. 

이제 그가 말하는 그의 빛을 경험하러 가보자. '제임스 터렐관'에는 '스카이 스페이스', '호라이즌 룸', '간츠펠트', '웨지워크' 이렇게  4개관이 있다.  

첫 번째 ‘스카이 스페이스(SKY SPACES)’ 작품관에서는 ‘TWILIGHT RESPLENDENCE(2012)’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천장의 열려있는 둥근 구멍을 통해서 우리는 하늘을 만난다. 내가 앉은 자리에 따라 그 구멍은 타원형으로 변하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하늘 빛도 변하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하늘을 만날 수 있다.

‘TWILIGHT RESPLENDENCE, 2012’(사진: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TWILIGHT RESPLENDENCE, 2012’(사진: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TWILIGHT RESPLENDENCE, 2012’ (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TWILIGHT RESPLENDENCE, 2012’ (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두 번 째는 '호라이즌 룸(Horizon Room)'에서 만난 작품 'LOST HORIZON(2012)'이다. 손을 잡고 층계를 올라 사각형의 빛 속으로  들어간다. 그 빛 너머 무엇이 있을까? 그건 비밀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가보시길... 사람들 입에서 가장 많은 탄성이 나왔던 작품이다.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LOST HORIZON, 2012'(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다음은 간츠펠트(Ganzfeld) 관에서 본 작품 ‘AMDO(2013)’이다. 독일어인 간츠펠트는 전체야(全體野)란 뜻이다. 전체야는 서로 다른 시각 자극이 있지만, 그 자극을 똑같이 인식하기 때문에 형체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전체를 동일하게 지각하는 것이다. 마치 눈이 세상을 덮었을 때 겪는 화이트 아웃처럼 깊이 지각(depth perception)의 전체적인 손실에서 오는 착시 현상이다. 

‘AMDO, 2013’(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AMDO, 2013’(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빛으로 인해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공간에서 깊이 지각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어디만큼 서 있는지.. 발을 잘못 디디면 어디로 떨어질 지 모르는 아슬아슬 오금이 저리는 작품이다.   

‘AMDO, 2013’(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AMDO, 2013’(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웨지워크(Wedgework)관에서는 작품 ‘CIMARRON(2014)’를 경험했다. 웨지워크란 말을 쐐기 작업이란 뜻이다. 이 관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빛이 차단된 어두운 통로를 지나 역시 빛이 완전 차단된 방으로 들어간다. 그 때 빛을 투사시켜 벽에 쐐기모양(wedge)의 착시를 만든다. 오랜 기간 연구해온 그의 노력과 열정 덕에 우리는 환영의 빛을 본다. 분명 거기에 없는데... 마치 거기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CIMARRON, 2014’ (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CIMARRON, 2014’ (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신비로운 30분간 체험이었다. 빛과 공간의 장에서 명상과 사색을 즐기라지만 30분은 명상과 사색을 하기엔 너무 짧았다. ‘제임스 터렐관’은 오전 10:30 부터 30분 단위로 운영한다. 관람자 수를 제한하며 입장권은 매일 현장에서 오는 순서대로 발행한다.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와 호라이즌룸(Horizon room)에서 하는 특별 프로그램 '컬러풀나이트(Colorful Night)'도 있다. 매주 금ㆍ토요일 일몰시간대에 45분간 진행된다. 저녁 하늘 빛과 인공조명이 조화를 부리며 환상적인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고 한다. 언젠가 이도 가볼 날이 있겠지...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에서 진행된 '컬러풀나이트(Colorful Night)'(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에서 진행된 '컬러풀나이트(Colorful Night)'(사진 : Florian Holzherr /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 제임스 터렐관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이글 대부분 사진은 <뮤지엄 산>의 허락을 받고 <뮤지엄 산>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게재하였다(확인 전화 033-910-1209).

참고 사이트 : http://www.museumsan.org/museumsan
참고 사이트 : https://jamesturrell.com/
참고 사이트 :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Turrell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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