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남겨진 자의 고통이라고... 남겨짐에 대한 슬픔이라고... 죽음은 새 생명의 탄생이라고.. 말하면 위안이 될까? 어떤 말로도 남겨진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혹 음악으로는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음악에 위로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들을 위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이 연주한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2006년 앨범 <Lachrymae> 전곡을 들을 수 있는 영상이다. 라틴어인 'Lachrymae'는 '눈물'을 뜻한다. 한스 에릭 필립의 ‘어부’ 모음곡 중 '저녁의 노래'로 시작해서, 눈물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과 '파가니니'의 '소나타 6번'를 거쳐 러시아 가곡 '나 홀로 길을 가네', 우리 동요 '섬집 아기', 우리 가요 '등대지기'까지 총 16곡이 수록되어 있다. 곡들은 애잔하고 구슬프고 비통하기까지 하다. 오닐은 28세에 이 앨범을 냈다. 한창 젊은 나이에 '눈물'이라는 앨범을 냈으니 사연이 있을 법 하다. 그는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느낀 감정을 담고자 했다 한다. 

사진 출처 :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0901.html
사진 출처 :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0901.html

리처드 용재 오닐은 1978년 미국 워싱턴주 시골에서 태어났다. 6.25전쟁으로 고아가 된 그의 어머니는 아일랜드계 미국가정으로 입양됐다. 입양된 어머니는 어려서 앓은 열병으로 지적장애가 있었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오닐은 엄마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극정성 보살핌으로 성장했다. 팔순인 할머니는 오닐이 비올라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차로 왕복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했다고 한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비올라 전공자로는 처음으로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석사를 마쳤다. 졸업 뒤 미국 각지의 여러 앙상블과 교향악단 협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UCL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받았다. 

2007년 <한겨레21>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그는 비올라 음색을 이렇게 말한다. 

“비올라 악기의 음색은 여성의 저음에 견줄 수 있어요.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 같은 거죠.”

바이올린이 날카롭다면 첼로는 무겁고 비장하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합쳐진 음색이라 부드럽다. 그 부드러운 음색으로 그는 ‘슈베르트'를 따뜻하게 연주한다.   

 

2007년 발매된 앨범 <Winter Journey>는 '슈베르트'의 '알페지온느 소나타'로 시작해서 '겨울 나그네'까지 36곡이 수록되어 있다. '알페지온느 소나타'에서는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피아노 부분을 연주한다. 이곡은 예전에 '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를 소개하는 글에 삽입했던 곡이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죽기 전 깊은 혼수상태에서 이 곡을 들려주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곡이다. 

종교를 가졌다면 저 높은 존재로부터 위로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은 그 애통함을 어떻게 견디고 계실까... 어떻게 달래고 계실까... 애잔한 'Lachrymae'와 따뜻한 'Winter Journey'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참고 사이트 : https://ko.wikipedia.org/wiki/%EB%A6%AC%EC%B2%98%EB%93%9C_%EC%9A%A9%EC%9E%AC_%EC%98%A4%EB%8B%90
참고 기사 :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0901.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