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합니다] 고 유창임님에게 드리는 딸 김혜경씨의 글

 

1982년 집에서 가꾼 과꽃 화분과 함께한 모친 유창임씨와막내딸 김혜경씨.
1982년 집에서 가꾼 과꽃 화분과 함께한 모친 유창임씨와막내딸 김혜경씨.

살아 생전 텔레비전에 한 번 나와 보는 게 소원이었던 엄마 ! 텔레비전은 아니지만 내 카톡 프로필에 사진을 올려놓았으니 지인들은 볼 거고 , 또 혹시 잘 되면 인터넷에서도 여러 사람 보게 될 거예요.

평생 남을 배려하며 사셨던 엄마 ! 웬만하면 지는 게 편하다고 하셨죠 . 그런 성품대로 대학병원에 사후 주검까지 기증하고 구십년 삶을 홀가분하게 벗어나셨지요. 돌아가시기 두 달쯤 전 "엄마! 시신 기증 하는 거 안 해도 돼! 마음 바꿔도 돼!"라고 말씀 드렸을 때도 엄마는 꿋꿋이 한번 뱉으신 말을 지키셨어요.

2010년 아파트놀이터에서 운동하다가 찍음
2010년 아파트놀이터에서 운동하다가 찍음

침대에만 누워 계신 세월이 꼬박 4 년이었죠 ? 나같으면 짜증이라도 낼만한데 . 보 살피는 딸에게는 늘 좋은 얼굴을 보여주셨죠. 오히려 제가 힘들어서 짜증내고 엄마에게 화내고 그랬어요. 이해해 주셨지요 ?

2017년 병상에서 누워 89살 생일을 맞은 모친 유창임씨. 김혜경 주주 제공
2017년 병상에서 누워 89살 생일을 맞은 모친 유창임씨. 김혜경 주주 제공

사랑해요~ 엄마 ! 보고 싶어요~엄마! 제가 난소 수술 받느라고 병원에 한보름 입원해 있는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 모신 게 내내 걸렸어요. 동네 요양원에 모셨다면 더 오래 사셨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요 . 하지만 한편으론 엄마가 코로나 대유행이 오기 전 2019 년 여름에 돌아가신 게 오히려 잘됐나 싶기도 해요. 또 제가 수술하고도 회복에 시간이 걸려 엄마가 더 사셨어도 못 돌봐드렸을 테니까요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도 엄마가 제 곁에 있는 듯 살고 있어요. 물론 엄마를 잊고 지내는 때도 있긴 하지만요.

2018년 7월 병상에서 누워 89살 생일을 맞은 모친 유창임씨. 김혜경 주주 제공
2018년 7월 병상에서 누워 89살 생일을 맞은 모친 유창임씨. 김혜경 주주 제공

이제 엄마 막내딸인 저도 환갑이 됐어요 . 이제 산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짧겠지요 . 꽃과 자연을 좋아하는 시인이었던 엄마 ! 하늘에서는 항상 행복하세요 . 엄마 ! 존경해요 . 사랑해요 . 다음생애도 나의 엄마로 또 와주세요 .

엄마는 늘 ‘ 책임 '이라는 단어를 ‘ 책음 ' 이라고 발음하셔서 저랑 애들이 놀리곤 했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네요 . 그곳에선 더이상 ‘책음’ 지지 마시고 홀가분하게 지내세요 . 사랑하는 엄마 !!

인천/김혜경 주주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가 어언 35살 청년기를 맞았습니다. 1988년 5월15일 창간에 힘과 뜻을 모아주었던 주주와 독자들도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 새로 맺는 인연보다 떠나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절입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탓에 이별의 의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억합니다’는 떠나는 이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이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에게나 추모의 글을 띄울 수 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인물팀(People@hani.co.kr).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가 어언 35살 청년기를 맞았습니다. 1988년 5월15일 창간에 힘과 뜻을 모아주었던 주주와 독자들도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 새로 맺는 인연보다 떠나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절입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탓에 이별의 의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억합니다’는 떠나는 이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이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에게나 추모의 글을 띄울 수 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인물팀(People@hani.co.kr).

* 이 기사는 2023년 1월 30일자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 기사 원문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77411.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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