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를 안 내주겠나? 생각했다. 울면서 뭐든지 돕겠다고 하지 않았나? 광화문 광장 사용을 미리 허가받았던 KBS에서 11시까지는 물품 등을 철거해 추모대회 개최에 협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막판에라도 허용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2시 넘어간 광화문은 경찰차가 완전히 광장을 막고 있었다. 군데군데 웅성대고 있는 경찰이 행인보다 더 많아 보였다. 경찰도 이태원 유가족들에게는 마음이 아프겠지?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나와 따가운 시민들 눈총을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지도자를 잘못 뽑은 죄가 참으로 크구나 싶다.

3,000명이나 되는 경찰을 투입하고 차벽과 진짜 쇠(철)벽으로 사람들을 차단해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했다. 빈 무대만이 서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고 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 옆 세종대로 작은 영역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시민들을 좁은 영역에 몰아넣어 인도에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어 지나가기도 힘들다. 2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좁은 영역에 시민이 몰려 대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또 비좁은 곳에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사고가 나면 왜 집회에는 참여했냐고 그러겠지?

 

 

추모대회 무대 차량에서 이태원 희생자들 영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름을 불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곳곳에서 눈물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저렇게 예쁘고 싱그런 꽃들이 어처구니없게 졌다. 애통하다. 애통이란 말이 의미만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고통이란 것을 그들은 알까. 그 애통함을 겪어본 적이 있을까? 그런 적이 없어서 저리 잔인하고 무도할까? 

오늘 신문에서 이상민 장관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었다고 한다. 윤통은 차관대행체제로 간다고 한다. 두 사람이 처리되지 않고는 그 꽃들의 원한은 풀리지 못할거다.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가 경찰의 저지를 뚫고 1시간 넘게 실랑이를 한 끝에 간신히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너무 초라해서 마음이 아프다.

경찰은 행진만 허가했다면서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해산하라고 계속 방송한다. 사람들은 그에 아랑곳 않고 경찰 한 무더기 앞에도 뒤에도 앉아 있다. 잡아가려면 잡아가라고 묵묵히 앉아 있다. 묵묵함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이 정부는 알까?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민주변호사협회 회원들이 '인권침해방지 조끼'를 입고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을 막고자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분향소에서 기도하고 왔다. 다음에는 제대로 분향해볼 생각이다.

사진,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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