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곳에 27년 된 콩요리 전문점이 있다. 강북구에서 선정한 행복맛집 <우리 콩 순두부>집이다.  이집을 다닌 지도 20년 가까이 된다. 20년간 맛은 변함이 없다. 단지 20년 전에는 사장 어머님이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면, 어느 날부턴가 따님과 아드님이 번갈아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

어머님은 파주 감악산 농원에 주로 계신다고 한다. 농원에서는 장단콩으로 청국장, 된장, 고추장, 간장을 우리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장을 담근 항아리가 셀 수 없이 많다. 

파주 감악산 농원(식당 내 전시 사진)
파주 감악산 농원(식당 내 전시 사진)

두부, 순두부, 비지, 콩자반 등도 주로 장단콩으로 만든다. 요새는 다른 지역에서 나는 국내산 콩을 사용하기도 한다. 되도록 장단콩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장단콩이 너무 귀해 구할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고 따님이 솔직하게 말씀하신다. 하지만 '장'만큼은 꼭 장단콩으로 담근다고 한다.  

장단콩으로 만든 판매용 된장과 고추장
장단콩으로 만든 판매용 된장과 고추장

이 집에 가면 나는 늘 콩비지를 먹는다. 나는 조금 매큼한 김치비지보다는 다진 돼지고기가 바닥에 살짝 깔린 하얀 콩비지가 맛있다. 하얀 콩비지에 간장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이 담백하다. 엄마와 남편은 주로 순두부를 시킨다. 사실 이 집 최고의 음식은 순두부다. 인기가 좋아 조금 늦게 가면 순두부는 다 떨어지고 없다. 굉장히 고소하고 부드러운 그 맛에 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듯... 양도 엄청나게 준다.

콩비지와 순두부
콩비지와 순두부

밑반찬도 참 맛나다. 밑반찬도 20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이 딱 다섯 가지다. 매콤한 제철 나물무침, 김치, 된장에 들어갔다 나온 아삭이 고추, 콩자반과 시래기나물이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밑반찬은 콩자반과 시래기나물이다. 콩자반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급하게 먹으면 그 맛을 알 수 없어 아주 천천히 먹어야 한다. 시래기나물은 늘 '한 접시 더 주세요' 하는 반찬인데 된장을 넣어 굉장히 연하게 볶아 구수하다. 이가 별로 좋지 않은 엄마도 아주 잘 드신다. 생된장에 버무린 아삭이 고추도 맵지 않다. 된장이 워낙 맛있어 된장만으로도 맛나다. 단지 김치가 조금 맵고 제철 나물도 조금 매콤하게 무쳐 나와서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나에겐 아쉬운 반찬이다. 제철 나물을 들기름으로만 무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모두 내 입맛에 맞춰 만들어 달랄 수는 없다. 

시래기나물과 콩자반 
시래기나물과 콩자반 

메뉴는 아래와 같이  다양하다. 다 먹어 봤는데... 결론은 뭐니 뭐니해도 순두부와 청국장과 콩비지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 이 집은 최애 동네 맛집이다. 단점은 저녁 7시까지만 운영해서 일찍 일찍 가야 먹을 수 있다. 때론  6시 막 넘어도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손님을 돌려보내기도 한다.

식당 내부. 60~70명 앉으면 더 앉을 곳이 없을 작은 식당이다. 
식당 내부. 60~70명 앉으면 더 앉을 곳이 없을 작은 식당이다. 

사장님은 마음이 따뜻하다. 워낙 오래 다닌 단골집이라 그럴까? 가끔 어쩌다 저녁에 가면 순두부가 남았다고 싸주기도 한다. 울 엄마를 위한 배려인듯... 그러니 한 달에 한 번은 가줘야 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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