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둣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 강북에 있는 만둣국 맛집을 제법 다녀본 편이다. 그 중 세 집을 꼽으라하면 장충동의 '평양냉면'집  만두, 공릉동의 '춘보 만두', 수락산역의 '평양칼국수'집 만두다. 장충동의 평양냉면 집은 이미 '오늘도 냠냠냠'에서 소개했다. 해서 나머지 두 집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공릉동의 '춘보 만두'다. 유명하지도 않고 규모가 크지도 않다. 대로변도 아니고 사람 뜸한 중랑천 둑길 옆에 있는 공릉동 평양식 만둣국 전문점이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리가 잘 된 주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리가 잘 된 주방 

 

이 집은 규모가 작다. 4인 테이블이 10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 세 사람이 일한다. 남사장님, 여사장님, 그리고 최근에 남사장님 대신 자주 보이는 따님. 영업시간은 하루에 딱 3시간뿐이다. 처음에는 저녁에도 했는데 요새는 점심만 영업을 한다. 12시 넘으면 자리가 없어 대기실에 있다가 눈치껏 순서대로 들어가야한다. 식사를 다하고 이야기를 하거나 꿈지럭거리면 사장님의 가차 없는 눈총도 받아야 한다. 먹고 빨리 빨리 일어나줘야 하는 곳이다.

이 만두집의 대장은 시원시원한 여사장님이다. 만두 장사한지 28년 되어간다 하셨다. 공릉동에서 만두집을 연지는 15년 넘는데 성업 시에는 그 작은 식당에서 1년 매출 1억 넘었다고 한다. 한 때 오랜 식당 일로 무릎이 상해 고생해서 그런지 지금은 3시간 영업으로 그럭저럭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이 집은 떡국, 칼국수도 팔지만 만둣국이 대세다. 굉장히 진한 국물 속에 담긴 두툼한 피를 가진 김치만두는 양도 무척 많다. 그런데 이집 만두국 국물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골만으로 끓인 것 같지는 않고.. 콩국물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물어보면 비밀이란다. 단점을 찾자면 내 입맛에는 조금 짠 것...

터트린 만둣국
터트린 만둣국

마지막 남은 만두 한두 개는 터트려서 국물과 함께 먹는다. 밥도 팔지만 여사장님은 '밥 좀 드려요? 필요하면 말해요' 하시며 공짜 밥도 주신다. 만두로 국물을 휘젓고 하얀 쌀밥을 넣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얼마 전에 갔을 때 좀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가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남사장님이 보이질 않았다. 편찮으셔서 좀 한가할 때는 집에서 쉰다고 했다. 사장님이 항상 웃으며 반겨주곤 했었는데... 식당 한쪽 벽면 가득한 가족사진에서 가족이 늘 함께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자랑스럽게 드러내주어 보기 좋다.

이 집을 다닌 지는 17년이 되었다. 두 사장님은 이상하게 남편을 좋아해서 어쩌다 시간이 달랑달랑하게 가도 얼른 들어오라고 하고는 만둣국을 내주신다. 뭐 더 줄 게 없는지 자꾸 들여다 봐주신다. 오래 다니다 보니 꼭 친척집에 다니러 가는 것 같다. 두 분 모두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춘보 만두 맛을 잊지 않게 해주시면 좋겠다.

* 최근에 다시 가보니 토요일도 쉰다고 한다. 쉽게 갈 수 없는 맛집이 되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맛집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