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날을 맞아 온 아이, 나는 어버이를 찾아 가렵니다.

아이가 오고 있다

                                                                 김형효

아이가 오고 있다
투욱 툭
토옥 톡
아이가 오는 소리
어디서부터 어디로 오는가
하늘과 땅 
산과 바다와 들을 가로지른 바람이 되어 오고 있다


소리 없이 부르고 불렀던 아이다
엄마가 될 사람도 부르고
아빠가 될 사람도 부르던 아이다
오다가 오다가 오다가
가고 가고 또 가버리기에
엄마가 될 사람도
아빠가 될 사람도
이제는 부름을 멈출까


삼라만상의 근심을 다 끌어다 놓고 
둘이서 도란도란 고민하고 고민하다
한 번만 더 불러보자고 
하늘보고 땅 보고
산과 바다와 들을 가로지른 바람 따라 
그 뜻을 따르자고 한 번 더 불러보았다.
바람이 소리 없이 불어와 그 끝을 붙잡고 
고요히 아이를 부른 엄마 되고 아빠 되자는 
우리 부부에게 바람도 모르게 오는 
봄 꽃 향기처럼
토옥 톡
투욱 툭 울림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성큼 성큼 같고
턱, 터억 강력한 걸음 같은
하늘에서 바다에서
어딘가에서 시작된 바람을 타고
여기 눈이오
여기 발이오
여기 머리요
그렇게 부름에 답하듯 
툭 투욱, 토옥 톡
둥그렇게 웅크리며 
투욱 툭, 톡 토옥 
온몸을 기지개 켜며 오고 있다
나의 아이, 우리의 아이가
끝끝내 오고 있다


아이를 부를 때마다
오다가 가고
오다가 가고
오다가 가고 
가고 또 가버리기에 
오는 줄 알고 울던 울음 기뻤는데
이제는 아무도 몰래 숨어 기쁜 울음 울다가
투욱 툭
토옥 톡
아이가 오는 소리가 분명해졌어도
또 숨어서 기쁜 울음 울다가
툭 투욱, 토옥 톡
둥그렇게 웅크리며 
투욱 툭, 톡 토옥 
온몸을 기지개 켜며 오고 있는 아이


여기 눈이오
여기 발이오
여기 머리요
그래 이제 왔구나
정말 와주었구나
이제 너의 이름을 지어볼까
라온! 라온! 
기쁨인가 행복인가
이제 너를 알리러 나를 불러 주신 
나의 엄마, 나의 아빠를 찾아가리
고맙구나 라온!

어린이 날을 맞아 내게 오는 아이, 나는 나를 불러준 어버이를 찾아 가 인사를 전하렵니다.
어린이 날을 맞아 내게 오는 아이, 나는 나를 불러준 어버이를 찾아 가 인사를 전하렵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객원편집위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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