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조리원에서
산후 조리원에서

 

아내가 낳은 아빠

 

어둠 깊은 저물녘처럼
삶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가는 날
눈 덮인 산을 이고 태어난 아내는
숱한 어둠의 끝을 헤집고 헤치며 
비로소 어머니로 태어났다
그때 아들 김주형이 태어났고
김주형을 낳아준 아내 덕에
나는 아빠로 태어났다


애지중지한 시간 속 268일
우리는 서로 서로 
각각 태어났다 
엄마로 태어나고 
아빠로 태어나고 
아들로 태어났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족과 이웃 
세상과 만나며 각각 태어났다
거기 아내가 품은 268일의 기도가 있다
268일의 소망이 있다

 

이제 아들과 엄마 
이제 아들과 아빠는 같은 길에서
아이와 함께
귀한 소리를 듣고
소중한 것을 보고
세상을 품으며 사는 법을 익혀가리라

그렇게 아들로 하여 다시 태어난
성스러운 날 
그날 이후에 삶을 살리라

 

그렇게 나를 아빠로 낳아준 아내는
눈 덮인 산 히말을 보고 자란 사람
고맙소
고맙소
나를 아빠로 낳아준 당신
김주형이 엄마 먼주구릉 
내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신 기쁨
그 이후 나를 낳아준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며
그 소중함을 따라 살겠소

산후 조리원에서
산후 조리원에서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김형효 객원편집위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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