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오월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인생 칠십 뭣이 대단하다고 파란만장합네! 할까마는
초하루부터 그믐에 이르도록 단 하루도 뺀헌 날 없이
모질고 징한 대한민국 역사가 오월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오월의 소사(小史)
[5•1 노동절]
[5•3 인천민중항쟁]
[5•5 어린이헌장 제정•공포기념일]
[5•10 교육민주화선언 기념일•교사의 날]
[5•11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5•16 군사정변]
[5•17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5.23.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사망]
[5•27 상무충정작전 개시]
[5•28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기념일]
[5•31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설치]
피고개 넘어 피바다로
오월은,
우리 엄니가 떼쓰고 보채던 놈 업고 안고 으름시로, 외함니한테 달려 보내고, 맹물 켜던 피고개요, 가다 서다 뒷걸음치던 눈물고개다. 소금 간장 떨어지니 범벅인들 맛이 날까? 피죽도 사치란다, 피밥 달라 그만하라. 배창시가 터지도록 송쿠죽 좀 먹어 보자. 죽도 밥도 아니란 말 제발 부디 하지 마라….
아, 오월이구나.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켜켜이 고꾸라진 오월이구나. 마을마을 고샅길에서 남산 뒷산 칠거지골 산마루까지, 그 피울음 요동치는 오월이구나. 삼천리 반도 온누리에 그 피내음, 서리서리 진동하는 오월이구나. 저민 가슴 아궁이에 묻고 숨어숨어, 주름진 그 피울음 울겨삼키던 오월이구나….
해마다 오월이 오면,
영여(靈輿)지기 앞서가고 상여지기 뒤따른다. 미치지 않은 자 허물없이 잔 따르고, 미친 자는 스스럼없이 벌컥거리라. 둘은 그렇게 곤죽이 되도록 밤새 노래하라. 둘이서이너이 열이백이천이 일만십만백만 칠천하고도칠백만이 피울음 한 자락씩 보태면, 피마루에 누워 계신 영현님네 두 손 꽉 엇걸어 잡고, 구천구지(九天九地) 돌고 돌아 혼연히 되살아나리니….
그 핏물 고여 피도랑 되고
그 피도랑 모여 피개울 되고
그 피개울 엮고 짜니 피거품 뿜고
그 피거품 휘휘돌아 검붉은 핏내 이루고
인제 다시 그 핏내끼리 어깨를 겯고 피가람으로 나아가
그 피가람 우릉우릉 흘러흘러 드넓은 피바다로 내달리니
그 피바다, 삼면을 에돌아 두 눈 치뜨고 대차게 굽이치리니….
피맛 들린 오대마왕
다시 오월이다!
이 무참한 오월에 영락없는 전쟁광이 출현했다. 아서라, 싸움 잘하는 놈 매맞아 죽고, 칼부림 즐기는 자 칼 맞아 죽는다 했다. 막상 피받이가 되어야 할 우리네는 영문도 몰라 끔벅거리는 사이, 우릴 노리는 마왕들은 밑도 끝도 없이 불쑥불쑥 한 마디씩 내지른다. 얼마나 더 많은 피맛을 보려는가,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가? 피맛 들린 걸신들은 어제도 오늘도 피를 부르는 말만 낼름거리는데….
핵이 그리 좋은가?
미처 몰랐다. 너도 나도 그걸 공유하겠다니 정말 몰랐다. ‘핵공유’가 뭘까? 눈에 띄는 말마다 자지러붙을 수밖에. 핵공유, 핵공유 아니다, 핵공유 느낌, 사실상 핵공유, 나토식 핵공유, 한국식 핵공유, 미국 핵공유, 한국형 핵공유, 백악관 핵공유, 대통령실 핵공유....
말장난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말들인가?
내친김에 ‘핵’ 관련 뉴스를 뒤져보니 머리에 쥐가 난다. 핵억제, 핵억제 동맹, 핵동맹, 전술 핵무기, 핵 기획 그룹, 핵무기, 핵미사일, 핵전력 운용, 전략 핵잠수함.... ‘핵’을 앞세운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눈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라, 국어사전 백과사전 다 찾아봐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뼈도 못 추릴 놈!
싸움판에서 강자가 흔히 내뱉는 으름장이다. 그렇다. 내가 죽어 뼈라도 추릴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핵전쟁이 나면 말이다. 핵이 터지면, 핵을 터뜨리면 혼이고 백이고 모두 녹아버릴 테니 핏덩이 같은 우리 손주들은….
하나야, 하니야
구천을 헤매다가
강마른 눈물 훔치고
소리 없는 울음보 터뜨리고
보이지도 않는 눈 크게 뜨고
엄마 아빠 워니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하니야’ 하는 할미 하삐 소리 못 듣고
손발도 없이 부처님께 손 내밀고, 하느님께 달려가고
그래,
귀먹고 이 빠지고 눈은 침침하고
온 삭신 삐걱대고 말끝마다 버벅대도
우리 손주 안고 업고 얼싸덜싸하려는데,
칼춤 추는 박수 무당
멋모르고 독판치는 개망나니 튀어나와
피빨아서 배채우고 뼈를갈아 진상하고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말끝마다 구설거리 오뉴월 두룽다리
근본없는 써금발이 횡설수설 넋두리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몽니쟁이 개불상놈 뒤끝흐린 옹고집통
느닷없는 뚱딴지가 한데앉아 음지걱정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시거든 떫지말고 얽거든 검지마라
삼대주린 삿된연놈 피근피근 검새부치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미친개가 물만난듯 칼춤추는 박수무당
승냥이는 잠결에도 양떼생각 입만쩝쩝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벨도없는 주정뱅이 초상술에 권주가라
등쳐묵고 간내묵고 쇠털같은 압수수색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총칼로 총칼막고 핵으로 핵을치고
사천왕이 막아주랴 오대마왕 당할소냐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쥐좆도 모름시로 지씹주고 코베인년
뜨물에 애선다고 개씹에 덧게비질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절간가서 간증하고 에비당가 염불한들
성모예수 외면하고 미륵부처 돌아앉고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자나깨나 서물서물, 우리하니 보고잪다
하니하니 하니하니 보고잪은 우리 하니
손이라도 잡어보자 얼굴한번 다라보자
어너얼 어너얼 어널이 넘자 어너얼
오월오면 짓던눈물 오월가면 스러질까
오월가면 널보려나 너를볼수 있으려나
어너얼 어너얼 어널이 넘자 어너얼
오월가면 내가웃고 오월가면 너도웃고
오매불망 어여가라 천하요괴 데꼬가라
어허너얼 어허너얼 어널이 넘자 어허너얼
눈에밟힌 우리하니 자나깨나 서물서물
하니하니 하니하니 보고잪은 우리 하니
어허너얼 어허너얼 어널이 넘자 어허너얼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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