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오월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인생 칠십 뭣이 대단하다고 파란만장합네! 할까마는
초하루부터 그믐에 이르도록 단 하루도 뺀헌 날 없이
모질고 징한 대한민국 역사가 오월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오월의 소사(小史)

[5•1 노동절]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글•사진 출처 : 한겨레, 2023.05.01.).
“영장에 적힌 이 ‘공갈’ 자만 빠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뇨가 심해 며칠 쉬어야 할 때도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봐 미안해 했습니다. 늘 자기를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입니다’라고 소개 했습니다. 그런 사람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은 것입니다.”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글•사진 출처 : 한겨레, 2023.05.04.)

[5•3 인천민중항쟁]

1986년 5월 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을 비롯한 인천광역시 지역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로 당시 시위 과정에서 나온 구호와 유인물의 주요 내용은 ‘속지 말자, 신민당’, ‘몰아내자, 양키 놈’, ‘민중 정권 수립하자’, ‘인천을 해방구로’, ‘해방 인천 만세’, ‘천만 노동자 해방 투쟁 승리 만세’, ‘철천지원수 미제와 그 앞잡이 깡패적 반동 정권의 심장부에 해방의 칼을 꽂자’ 등이었다. 5·3 항쟁은 1980년 5월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시위로 민주화 운동 진영의 반성을 촉발하면서 1년 뒤에 발생한 1987년 6월 항쟁의 시발점이 되었다.(네이버 지식백과, 5·3 항쟁<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사진 출처 : 노회찬재단, 6월 민주항쟁 30주년 특별 기획 그날, 1986년 5월 3일 영상 갈무리)

[5•5 어린이헌장 제정•공포기념일]

“보건복지부의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현황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2021년에만 37,605건 발생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유형별로 보면, 정서 학대가 12,351건, 신체 학대가 5,780건, 방임이 2,793건, 성 학대가 655건이다. 아동 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한해 40건에 달한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약 84%로 가장 많고, 대리 양육자가 9%로 뒤를 이었다. 대리 양육에는 가정 위탁, 입양, 시설 보호가 포함된다.” (매거진한경, 2023.05.02.) (사진 출처 : Pixabay)
그림 출처 (한겨레 그림판, 2023.05.04.)

[5•10 교육민주화선언 기념일•교사의 날]

전두환 정권은 1985년 이른바 민중교육지 사건을 조작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탄압하였다. 그러나 교사들의 교육민주화운동은 계속되었다. 1986년 5월 10일 YMCA중등교육자협회가 제1회 교사의 날을 개최한 자리에서 전국에서 600여 명의 일선 교사가 서명한 교육민주화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사진 출처 : 교육희망)

[5•11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의 유해 한 구(具)를 수습하여 고국으로 봉환했다.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으로 보인다’라고 적힌 목 잘린 유골은 일본 국립홋카이도대학 연구실에 방치된 것으로 당시 발견된 ‘설명 문서’에 “메이지(明治) 27년(1894년) 조선에서 동학당이 궐기하였는 바, 전라남도 진도는 가장 창궐한 곳으로, 이를 평정하고 돌아가는 길에 수창자(首倡者 : 우두머리가 되어 제일 먼저 주창하는 사람-필자) 수백 인을 살해하여 시체가 길에 널려 있었는데 그 중 수괴자는 효수에 처하였는바 이 유골은 그중의 하나로서 그 섬을 시찰하러 갔다가 1906년 9월 20일 채집한 것임. 사토 마사지로(佐藤 政次郞)”라고 적혀 있다(출처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영상자료 갈무리, 2023.03.07.).

[5•16 군사정변]

(출처 : 페이스북 갈무리)

[5•17 쿠데타]

출처( 광주MBC뉴스, 2021.05.15.)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1980년 5월 29일, 망월동에서 129구의 장례식 모습 /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어린이(출처 : 5•18기념재단)

[5.23.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사망]

출처( 나무위키)

[5•27 상무충정작전 개시]

1980년 5월 27일 새벽, 47개 대대 2만 317명의 계엄군을 투입, 각 공수여단별로 특공조를 편성하여 전남도청을 비롯하여 전일빌딩 등 일제히 광주로 진입했다. 특히 그들은 최후 항쟁을 결의하고 남아 있던 시민군을 향해 무장 헬기까지 동원하여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진입함으로써 이날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28명에 이른다(출처 : KBS, 역사저널 그날, 영상 갈무리)

 [5•28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기념일]

1989년 5월 28일, 유치원과 초중등 교직원을 구성원으로 조직한 노동조합이다. “겨레의 교육 성업을 수임받은 우리 전국의 40만 교직원은 오늘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선포한다. 민족교육 만세 ! 민주교육 만세 ! 인간화 교육 만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만만세!” 당시 대통령 노태우는 이를 불법단체로 선언하고 조합원 1,490명을 해직하였다. (사진 출처 : 교육희망)

[5•31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설치]

1979년 10•26 사건 이후, 1979년 12·12 군사 반란, 5·17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내각을 장악하기 위해 1980년에 설치한 행정 기구로, 임시적이고, 위헌적이며 불법적이면서 불합리한 통치 행위로서의 입법기관으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글 : 네이버 지식백과, 사진 출처 : NATV 국회방송, 신군부의 등장과 국가보위입법회의)

피고개 넘어 피바다로

오월은,
우리 엄니가 떼쓰고 보채던 놈 업고 안고 으름시로, 외함니한테 달려 보내고, 맹물 켜던 피고개요, 가다 서다 뒷걸음치던 눈물고개다. 소금 간장 떨어지니 범벅인들 맛이 날까? 피죽도 사치란다, 피밥 달라 그만하라. 배창시가 터지도록 송쿠죽 좀 먹어 보자. 죽도 밥도 아니란 말 제발 부디 하지 마라….

아, 오월이구나.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켜켜이 고꾸라진 오월이구나. 마을마을 고샅길에서 남산 뒷산 칠거지골 산마루까지, 그 피울음 요동치는 오월이구나. 삼천리 반도 온누리에 그 피내음, 서리서리 진동하는 오월이구나. 저민 가슴 아궁이에 묻고 숨어숨어, 주름진 그 피울음 울겨삼키던 오월이구나….

해마다 오월이 오면,
영여(靈輿)지기 앞서가고 상여지기 뒤따른다. 미치지 않은 자 허물없이 잔 따르고, 미친 자는 스스럼없이 벌컥거리라. 둘은 그렇게 곤죽이 되도록 밤새 노래하라. 둘이서이너이 열이백이천이 일만십만백만 칠천하고도칠백만이 피울음 한 자락씩 보태면, 피마루에 누워 계신 영현님네 두 손 꽉 엇걸어 잡고, 구천구지(九天九地) 돌고 돌아 혼연히 되살아나리니….

그 핏물 고여 피도랑 되고
그 피도랑 모여 피개울 되고
그 피개울 엮고 짜니 피거품 뿜고
그 피거품 휘휘돌아 검붉은 핏내 이루고
인제 다시 그 핏내끼리 어깨를 겯고 피가람으로 나아가
그 피가람 우릉우릉 흘러흘러 드넓은 피바다로 내달리니
그 피바다, 삼면을 에돌아 두 눈 치뜨고 대차게 굽이치리니….

피맛 들린 오대마왕

다시 오월이다!
이 무참한 오월에 영락없는 전쟁광이 출현했다. 아서라, 싸움 잘하는 놈 매맞아 죽고, 칼부림 즐기는 자 칼 맞아 죽는다 했다. 막상 피받이가 되어야 할 우리네는 영문도 몰라 끔벅거리는 사이, 우릴 노리는 마왕들은 밑도 끝도 없이 불쑥불쑥 한 마디씩 내지른다. 얼마나 더 많은 피맛을 보려는가,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가? 피맛 들린 걸신들은 어제도 오늘도 피를 부르는 말만 낼름거리는데….

핵이 그리 좋은가?
미처 몰랐다. 너도 나도 그걸 공유하겠다니 정말 몰랐다. ‘핵공유’가 뭘까? 눈에 띄는 말마다 자지러붙을 수밖에. 핵공유, 핵공유 아니다, 핵공유 느낌, 사실상 핵공유, 나토식 핵공유, 한국식 핵공유, 미국 핵공유, 한국형 핵공유, 백악관 핵공유, 대통령실 핵공유....

말장난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말들인가?
내친김에 ‘핵’ 관련 뉴스를 뒤져보니 머리에 쥐가 난다. 핵억제, 핵억제 동맹, 핵동맹, 전술 핵무기, 핵 기획 그룹, 핵무기, 핵미사일, 핵전력 운용, 전략 핵잠수함.... ‘핵’을 앞세운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눈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라, 국어사전 백과사전 다 찾아봐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뼈도 못 추릴 놈!
싸움판에서 강자가 흔히 내뱉는 으름장이다. 그렇다. 내가 죽어 뼈라도 추릴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핵전쟁이 나면 말이다. 핵이 터지면, 핵을 터뜨리면 혼이고 백이고 모두 녹아버릴 테니 핏덩이 같은 우리 손주들은….

출처 (나무위키, ‘핵무기 : 타임랩스의 역사, 2009년까지의 모든 핵무기 기폭 사례들’ 영상 갈무리)

하나야, 하니야

구천을 헤매다가
강마른 눈물 훔치고
소리 없는 울음보 터뜨리고
보이지도 않는 눈 크게 뜨고
엄마 아빠 워니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하니야’ 하는 할미 하삐 소리 못 듣고
손발도 없이 부처님께 손 내밀고, 하느님께 달려가고

그래,
귀먹고 이 빠지고 눈은 침침하고
온 삭신 삐걱대고 말끝마다 버벅대도
우리 손주 안고 업고 얼싸덜싸하려는데,

칼춤 추는 박수 무당

멋모르고 독판치는 개망나니 튀어나와
피빨아서 배채우고 뼈를갈아 진상하고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말끝마다 구설거리 오뉴월 두룽다리
근본없는 써금발이 횡설수설 넋두리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몽니쟁이 개불상놈 뒤끝흐린 옹고집통
느닷없는 뚱딴지가 한데앉아 음지걱정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시거든 떫지말고 얽거든 검지마라
삼대주린 삿된연놈 피근피근 검새부치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미친개가 물만난듯 칼춤추는 박수무당
승냥이는 잠결에도 양떼생각 입만쩝쩝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벨도없는 주정뱅이 초상술에 권주가라
등쳐묵고 간내묵고 쇠털같은 압수수색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총칼로 총칼막고 핵으로 핵을치고
사천왕이 막아주랴 오대마왕 당할소냐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쥐좆도 모름시로 지씹주고 코베인년
뜨물에 애선다고 개씹에 덧게비질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절간가서 간증하고 에비당가 염불한들
성모예수 외면하고 미륵부처 돌아앉고
어널 어널 어널이 넘자 어널

자나깨나 서물서물, 우리하니 보고잪다

하니하니 하니하니 보고잪은 우리 하니
손이라도 잡어보자 얼굴한번 다라보자
어너얼 어너얼 어널이 넘자 어너얼

오월오면 짓던눈물 오월가면 스러질까
오월가면 널보려나 너를볼수 있으려나
어너얼 어너얼 어널이 넘자 어너얼

오월가면 내가웃고 오월가면 너도웃고
오매불망 어여가라 천하요괴 데꼬가라
어허너얼 어허너얼 어널이 넘자 어허너얼

눈에밟힌 우리하니 자나깨나 서물서물
하니하니 하니하니 보고잪은 우리 하니
어허너얼 어허너얼 어널이 넘자 어허너얼

2023년 5월 5일, 기상청이 호우특보를 확대한 가운데 손주들이 사는 곳에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서누는 장염기가 있어 어제부터 누룽지만 먹고 있다. 이를 안 동물 친구들이 위문을 와서 외롭지는 않다고 한다
꼬박 180일째인 우리워니가 49일째인 영이를 돌보고 있다. 오른쪽은 워니가 영이만할 때였다. 워니를 보살피던 우리하니는 2021년 12월 22일, 두 돌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하늘나라 별이 됐다….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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