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타령 (1)

때아닌 ‘새끼들’ 타령이 난무한다.
진원지는 뉴욕이요, 푸념을 늘어놓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소리광대의 사설(辭說)은 곧 ‘잘 다듬어진 옥이나 금처럼 맑고 분명하게 발음하고,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어나감으로써 청중을 휘어잡는 재능’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전문 소리꾼이 아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바이든’이나 ‘날리면’은 요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본새다. 아무튼 ‘구성지고, 구수하고, 맵시 있게’ 관중을 사로잡지 못한 그날의 사설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자국의 국회의원 전원을 단칼에 깔아뭉개버림으로써, 담대무쌍한 검찰 공화국의 위상을 만방에 드러냈다. 예술적 쾌감까지 주지는 못했지만,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는 숱한 정상들의 부러움과 빈축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관중의 이목을 삽시에 사로잡은 21세기 최고의 사설을 연출했지만, 어리둥절하다. 이래저래 ‘이 새끼들’로 곤두박질한 민주당의 배알머리가 궁금한 까닭이다.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옆에 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미국 의회 의원들에게 욕설에 해당하는 단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비속어에 해당하는 단어를 섞어 발언한 것입니다.” 글•사진(2022.09.22, MBC 화면 갈무리 /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59881.html )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옆에 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미국 의회 의원들에게 욕설에 해당하는 단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비속어에 해당하는 단어를 섞어 발언한 것입니다.” 글•사진(2022.09.22, MBC 화면 갈무리 /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59881.html )

 

2022.09.23, KBS뉴스 화면 갈무리

 

대통령실은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질하는 것이야말로 국익을 자해하는 행위라고 일갈한다.
아무렴, ‘이 새끼들’의 장본인인 대통령한테 직접 확인하고, 15시간이라는 구수회의 끝에 나온 ‘진실’이라는데 누가 이를 의심하랴. 다시 말하면, ‘이 새끼들’은 한국의 민주당 의원을 지칭한 말이요, ‘이 새끼들’이 승인을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아닌 ‘윤석열’ 자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한탄했던 것이란다. 그렇게 하면 끝인가? 답답하다.

‘혼잣말로 지나가면서 한 사적 대화까지 이용해서,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날을 세운다.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설마 마각노출(馬脚露出)은 아니겠지 하는데, 야당과 언론을 대놓고 적대시하고 있지 않은가. 가슴속에 드리워진 두려움과 분노가 전두환을 소환한다. 제5공화국 당시의 ‘보도지침’이 그리운가? 그래서 언론도 언론 나름이라고 강변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각종 뇌물과 촌지로 청와대나 정부 출입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서울 강남에 '기자 아파트'까지 지어 특별 분양함으로써 대부분의 기자를 ‘기레기’로 만든 전력을 기억할 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세상 물정 모르는 까막눈이가 되고, 신군부와 언론의 짬짜미에 의해 잔인한 암흑시대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참에는 여느 때와 달리 그 반응은 날카롭고 싸늘하다.
여야는 늘 따로국밥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대 갈등도 흐릿하고 동서(東西)도 한통속에 가깝다. 이 말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 들으면 저 말이 옳다고 여기는 무지렁이가 봐도, 와 닿는 게 하나 없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게지, 대한민국 대통령실! 참으로 구차하다.

누가 봐도 윤석열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있다.
지지율은 곤두박질하고 해외 순방은 초라하다 못해 지탄을 받는다. 이젠 그를 두고 아무도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깜냥까지 의심받고 있다. 그럴수록 정직해야 한다. 세기의 거친 말까지도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자칫하면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두렵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비록 웃음 띤 얼굴이지만 다부지다. 매섭게 쏘아붙이듯, 분루를 삼키듯, 자못 피를 토하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명아나운서답다. 아닌 게 아니라 발음이 명료하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은 역시 글로벌 국가 경쟁력이 대단한 나라임을 거듭 확인한다.
생각해 보라.
프랑스 통신사 AFP를 시작으로 세계의 주요 언론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한 말씀’을 이토록 떠들썩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가. 이 또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본의든 아니든 윤석열 대통령은 한류 – 언어문화 –를 급속히 확산하는 선봉에 선 것이다. 내친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묘하고 그윽한 한국어의 말맛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게 어떤가?

2022.09.27, 한겨레 그림판

 

‘이 새끼들’은 한국인이라면 초등학생부터 뒷방 늙은이에 이르기까지, 세대 간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공용어다. 이는 정감 어린 낯빛으로, 뒤통수를 살짝 치면서 말하는 게 제격일 때가 많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알지 못하는 저들이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갸웃거렸을까?

fuckers(개새끼들) bastards(개자식들) assholes(멍청이들) pricks(멍청한 놈들) idiots(바보천치들) 崽子(짐승새끼) そ野郎ら(개새끼들)…….

참으로 딱하다. 직역이니 의역이니 중역이니 하고 머리를 쥐어짤 일이 아니다. 무엇이 그리 괴롭고 답답한가. 그냥 ‘i saekkideul(이 새끼들)’이면 족하다.

그런데 70평생 한국 땅 떠난 적 없는 나도 ‘새끼’의 변형이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말 ‘새끼’를 이토록 맛깔나게 풀어쓸 수 있을까? 하나같이 애틋하고 고분고분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위키(namuwiki)’는 참 지극하다.

“ㅅㄲ, 새키, 세기, 새퀴, 시키, 새키람마, 쉐끼, 시끼, 생키, 색희, 새기, 샛기, 쉑, 쉐르기, toRl, Tlqkf, Shake it, 쐨퀴 등”
☛ 끝에 나오는 영어는 우리말을 영타로 친 것이다. ‘toRl’는 ‘새끼’, ‘Tlqkf’는 ‘씨발’, ‘Shake it’은 발음이 비슷한 영단어로 대체한 말이다. ‘쐨퀴’는 필자가 삽입함.

‘새끼’는 속된 말이되, 결코 격이 낮은 말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상용하는 말임을 상기하자. 물론 대통령실의 해명과 같이, 사적인 자리라면 웃으면서 큰소리로 지껄여도 뒷손질당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공적인 자리에서 씨부렁거려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진짜로 윤 대통령을 본뜬 누군가로부터 언제 어디서 어퍼컷이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암튼 한국의 ‘이 새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오만 가지 잡설을 쏟아내고 있다. 볼썽사납다.

‘시장바닥 용어(김의겸)’, ‘국익과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지고(오영환)’,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대통령(강병원)’, ‘너무 놀라지 마시라, 저 양반에게는 일상 언어다(김종대)’, ‘검사 시절 내뱉던 거친 단어는 그만 쓰셔야(이재정)’, ‘제정신인가. 이걸 변명이라고 하다니(김용민)’, ‘위트가 많이 늘었다. 본인도 웃기죠?(한준호)’, ‘굴욕과 빈손 외교도 모자라 욕설 파문으로 국격을 깎아내리더니, 급기야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박홍근)’…….

이에 뒤질세라 ‘이 새끼들’ 아닌 ‘저 양반들’까지 덩달아 법석을 떤다. 있지도 않은 팔자수염 비비꼬며 요설을 휘두른다. 꼴같잖다.

‘영상엔 바이든 대통령 없던데…(한덕수)’, ‘MBC 뉴스는 정치 투쟁 삐라 수준(권성동)’, ‘(MBC는) 미 의회와 미국 대통령을 비하한 것(나경원)’,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치졸한 파파라치 같다(김기현)’, ‘사소한 트집으로 전체 외교 성과를 부정하며 흑색선전에 앞장서(박성중)’, ‘일하러 간 대통령에게 하루가 머다하고 이러지 말라(배현진)’, ‘바이든으로 들은 사람이 좌파(박수영)’, ‘사적 대화 중 튀어나온 한 마디를 마치 대형 외교 사고처럼 부풀리고 왜곡하고(윤상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제 얼굴에 먹칠하는 꼴(김석기)’, ‘미국이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국익에 해가 되니 언론이 방송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정미경)’, ‘쪽팔리다. 그래도 힘내십시오.(김동하)’,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유승민)’…….
☛NK뉴스의 운영자인 채드 오 캐럴(Chad O' Carroll)은 특별히 ‘강철부대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에게 한마디 거들었다. “This is North Korean logic : the government’s assumption is that journalists should work for ROK national interest(이 말은 북한의 논리, 즉 언론인들이 바로 대한민국 정부의 국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런 와중에 지난 9월 26일, K J Noh라는 칼럼니스트는 〈아시아 타임즈〉(Asia Times)에, 「날카로운 혀를 가진 한국 지도자 vs 미국의 짧은 관심, 그 사이의 간격」(Sharp-tongued Korean leader vs short US attention span)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2022.09.27, 굿모닝충청).

'만약 미국 의회의 그 새끼들이 (6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 배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떻게 할까?'
“If those f***ers in the US Congress don’t pass the [the $6 billion Global Fund appropriations] bill, how will Biden live down the sh*t-faced embarrassment?)”

이제, 한국어가 자유롭지 못한 이들까지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듣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새끼질’과 ‘양반질’이 어우러져 지랄 발광 네굽질이 한창이라, 아 글쎄 그새를 못 참고 거품 물고 예서제서 헛기침 앞세우는데, 외눈박이 귀머거리 치고받고 물고뜯고 늘어지니 질서정연한 아사리판이 따로 없구나.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몇 개만 가려서 옮겨적는다(2022.09.23, KBS 「대통령 발언,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댓글 발췌). 참말로 볼만하다.

•이◌영 : “국민들을 우롱하지 마...토나올려고 한다.”
•DINoo : “어떤 영상은 주어가 없다 넘어가고~ 어떤 영상은 얼굴 보고도 알 수 없다 넘어가고~ 이번에는 잘못 들은 거라 넘어가고~ 아무리 영상으로 찍어놔도 우기면 증거가 안 되는 세상~”
•기도쟁이 : “민주당도 이간질하는 북한민주당 소리 듣지 않도록, 간교한 뒷다리잡기 그만들 하시란 말입니다.”
•짝궁둥이 : “캬! 김학의 보고 김학의가 아니란 것과 똑같네. ㅉㅉㅉ.”
•김◌영 : “김학의 동영상 보고 어떤 못난이들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니, 저렇게 멀쩡하고 뚜렷한 발음을 외계어 번역하듯 하는 무리가 있구나.ㅋㅋㅋ”
•vud**** : “뻔뻔한 개고기들이 사과도 반성도 없이 국민을 호구로 몰아가네.”
•sandyma**** : “불량품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하루빨리 반품하는 게 맞지 않냐?”
•뭐여 : “잘 들어보세요 ㅠㅠ 뭐라고 들리나요? 봄바람이 휘바이던~~ 흩날리는 퍽커닢이 ~~ 흘려퍼진 이 거리를 ~~ 우~우~ 토리 걸어요~~ ㅋㅋㅋ.”
•앞으로뒷테 :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
•냉소의강 : “나는 이런 참담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끄럽다.”
•Jay : “진짜, 대응도 너무 후져서 애처롭다. 어쩌다 저런 쓰레기가 저 자리에 올라서 온 국민 망신을 주는지. 때려치길.”
•봉봉여사 : “ㅎㅎㅎ 15시간 생각해서 이 정도냐, ㅉㅉㅉ 그냥 웃을게, 김학의로 시력을 테스트하더니, 윤석열은 청력 테스트냐???”
•무즉심2 : “진짜 세계에서 쪽팔림은 오롯이 국민 몫이 되었네...”
•KUNA : “21세기 지록위마”
•- : “미국은 상전이고 국민은 귀가 막힌 개돼지들이니... 미국에만 잘 보이면 되는 거지 뭐...월~월~꿀~꿀~. 그래도 난 바이든으로 들이는구만. 민주당 이재명이 반성해라.... 이런 놈 대통령 만들어 준 건 너네들이다..”
•공기똘 : “어제는 사적 발언이라며... 이것들은 입만 벌리면 개소리들... 나가 죽어라, 윤떡열”

(계속)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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