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조목(八條目)이란 삼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여덟 가지의 작은 항목을 말한다

첫 번째는 ‘격물(格物)’이다.

‘사물에 이르다’ 또는 ‘사물을 바르게 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주자는 사물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접하고 사물에 다가가야 한다고 했고, 왕양명은 양지(良知), 즉 바른 지식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주자의 설명에 의하면 사물을 직접 대하고 난 다음에 사물의 본질과 모습을 알 수 있고, 그런 다음에 지식을 완성하게 된다. 오늘 한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내일 또 한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여 지식을 넓혀 가다 보면 어느 날 홀연히 사물의 모든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치지(致知)’이다. 

치지란 앎을 완성하는 것이다. 인식하는 주체인 마음의 이치와 인식의 객관적 대상인 사물의 이치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은 가능해진다. 유학에서 지식이란 단순하게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각성도 포괄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사물의 이치를 인식하는 마음이 있고 사물에는 객관적 이치가 있으므로 격물치지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성의(誠意)’다.

자신의 의지를 성실하게 유지하는 의지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삼가고 독실하게 해서 덕을 쌓는 것이 자신의 의지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正心)’이다.

몸을 닦는 것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사물도 바르게 인식할 수 없다. 또한 마음은 몸을 이끄는 주인이다. 따라서 마음을 바르게 해야 바른 인식과 바른 행동이 가능해진다.

다섯 번째는 자신을 닦는 ‘수신(修身)’이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은 모르고 남의 단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수신은 자신의 단점을 알고 보완하는 것을 말한다.

여섯 번째는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는 ‘제가(齊家)’다.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는 일은 수신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바르면 집안사람들도 바르게 된다.

일곱 번째는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治國)’이다.

집안을 잘 다스리면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된다.

여덟 번째는 온 세상을 평안하게 만드는 ‘평천하(平天下)’다.

세상을 안정시키는 일은 위정자가 덕을 쌓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평온한 태평성대에 살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덕(德)을 쌓아야 한다. 뜻으로 보아 平天下가 아니라 天下平이라야 맞는데 고문(古文)으로부터 그렇게 내려왔으므로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팔조목 가운데 격물·치지·성의·정심은 수신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사물의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사물에 직접 다가가서 경험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끊임없이 자신의 의지를 성실하게 유지하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마음을 반듯하게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팔조목이 반드시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신에서 제가, 치국, 평천하에 이르는 길도 차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신하면 곧 평천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팔조목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된 것이므로 나열된 순서나 차례에 의해 갖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또는 동시에 갖추어야 하는 실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 주자집주(朱子集註)의 원문을 보고 뜻을 새겨보자.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先齊其家  ( 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  욕치기국자선제기가)

欲齊其家者先修其身, 欲修其身者先正其心, 欲正其心者先誠其意, ( 욕제기가자선수기신  욕수기신자선정기심  욕정기심자선성기의)

欲誠其意者先致其知, 致知在格物(욕성기의자선치기지   치지재격물)

옛날에 명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 나라를 다스렸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먼저 자기 집안을 바로잡았으며, 그 집안을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닦았다. 또한 몸을 닦으려는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했다.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뜻을 정성스럽게 했고,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 앎(知)의 경지를 최상에 이르게 했다. 앎의 경지를 최상에 이르게 하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캐서 밝히는데 있다.

〇 명덕을 천하에 밝힌다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다 그 명덕을 밝히게 함에 있다.
〇 마음이란 몸의 주인이(身之主也) 되는 곳이다. 誠은 실(實:진실)이다. 意는 마음이 발하는 바이다. (心之所發)  그 마음이 발하는 바(意)를 實(진실)로 하여 그것이 반드시 스스로 마음에 맞아 스스로 속임이 없어야한다.
〇 치(致)란 추극(推極)이다.知는 오히려 식(識)과 같다.  나의 지식(知識)을 추극(推極)해서  그 앎이 다하지 못한 바가 없어야 한다.
〇 격(格)은 지(至)이다. 物은 오히려 事와 같다. 사물의 理를 완전하게 궁구해서 그  극처(極處:지극한 곳)까지 이르지 못함이 없게 해야 한다.
 

物格而后知至, 知至而后意誠, 意誠而后心正, 心正而后身修, 身修而后家齊,( 물격이후지지  지지이후의성   의성이후심정  심정이후신수  신수이후가제)

家齊而后國治, 國治而后天下平, 自天子以至於庶人, 壹是皆以修身爲本,(가제이후국치  국치이후천하평 자천자이지어서인 일시개이수신위본)

其亂本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而其所薄者厚未之有也.(기란본이말치자부의 기소후자박이기소박자후미지유야)

사물의 이치가 끝까지 밝혀진 뒤에 앎의 경지가 최상에 이르게 되고, 앎의 경지가 최상에 이른 뒤에 뜻이 정성스럽게 되며, 뜻이 정성스럽게 된 뒤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게 된 뒤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바로 잡히고, 집안이 바로 잡힌 뒤에야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천자(天子)로부터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다 수신을 근본으로 삼는다. 그 근본이 잘되지 않고서 말단이 잘 이루어지는 법은 없고, 그 두텁게 할 것을 엷게 하고, 엷게 한 것을 두텁게 하는 경우는 없다.

〇 물격(物格: 물에 이른다)이란 물리(物理)의 지극한 곳에 이르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〇 지지(知至: 앎에 이른다)란 내 마음에 아는 바가 다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知가 이미 다하면, 意(뜻: 마음의 방향)을 얻어 實(진실)하게 된다.
   意가 진실하게 되면 마음이 참됨을 얻어 바르게 될 것이다.
〇 本이란 身을 말하고 두텁게 하는 것이란 집(家)을 말한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류종현 독자  ppuri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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