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음 고우신 옥님

SH 보증금 지원형 장기전세 당첨이 아니었으면 아름다운 이 동네, 이런 좋은 집에서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서민을 위한 공공정책들, 언제나 감동이고 늘 응원합니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우리는 베푸는 삶으로 가야겠지요) 임대아파트에 두어 번 신청 넣었다 서류 탈락한 전력이 있어 이런 생각을 하였죠.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이리도 많다니! 후원과 기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군. ’

2021년 3월 불광1동에 살던 저는 아버지와 같이 살기 위해 8평 전셋집에서 두 배 넓은 집을 찾아 발로 뛰기 시작합니다. 갈현동, 구산동, 불광2동 북한산이 보이는 동네에서, 시민단체들이 많고 협동조합도 활발하다는 은평구에서 살고 싶었어요. 정성부동산 소장님을 만나게 되어 (마음을 다해 알아봐 주신 덕분에) 지금의 집을 만났습니다. 첫인상이 썩 좋지 않았지만, 향림도시농업체험원과 향림근린공원 그리고 구파발천 산책로를 알고 나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단 걸 점차 깨닫게 되었죠.

수도권답지 않은 공기와 풍광, 생활의 편리함..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였어요. 제가 향농일기를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는 모습은 저의 갈망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놀랍고, 편안하고 참 좋았지요.

오늘은 옆집 아주머니 옥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미소가 아름다운 것보다 만 배쯤 더 고운 표현을 해주시는 분입니다. 어제는 큰오빠가 보내주셨다는 미나리를 냉큼 나누어주시더니 오늘도 문을 두드려 올케가 직접 만들었다는 맛난 쑥개떡을 나누어주시네요. 직접 솜씨 발휘하신 저 떡 이름은 모르겠는데요 진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맛이었답니다. 

2년 전 이사 오던 날이 기억나요. 저는 고민 끝에 옆집에만 떡을 돌렸어요. (지금은 좀 후회합니다. 윗집 이웃들도 인사를 흔쾌히 건네주시는 멋진 분들이거든요) 인천에서 살 때도 독립한 집에 이사하고서 옆집에 떡을 돌리며 인사를 하였죠. 아주머니께서는 공장에서 일해서 받아온 떡과 직접 한 김장 김치를 나누어주시곤 하셨어요. 이전 불광1동 빌라 이웃은 제주에서 지인이 보내준 귤과 푸성귀를 아낌없이 나누셔서 도리어 제가 감동을 하였던 것 같아요. 사람이 참 어리석은 존재라 하잖아요. 좋은 것, 감사한 것을 찾아보면 이리도 많았네요.

2년 전 6월 중순, 개구리 울음소리 가득한 첫날 밤의 풍경들이 기억납니다. 이웃집에서는 어떤 분들이 살고 있을까. 오늘 무사히 우리 오디와 앵두꽃님 두 분(고양이)의 이사를 마쳤으니 감사하다. 몸이 고단하지만, 마음은 정말 뿌듯하구나! 내일 할 일들이 그러니까.... 잠이 스르르 들던 설렘의 밤.

2년의 시간을 보내고 맞이하는 지금이라는 순간, 저는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우리 김수현님께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하나둘 만들어 가고 계시거든요. 숲에서 집으로 오는 길 만난 이웃과 잠깐 멈춰서서 이야기 나누며 사는 생활, 꿈에 근접하고 있는 시간이 꿈만 같이 느껴집니다.

옥님은 저를 어떻게 보신 것인지, 소개팅을 시켜주려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향림도시농업체험원 길을 걷자고 하셔서 이것은 무엇인가 싶었는데요.^^ 그 마음만 고이 받았답니다. 아버지는 언제 이사 오시냐고 물으시며 얼른 오셔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운동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챙겨주시던 옥님. 좋은 사람으로 낙점해 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한데 세심하게 챙겨주시기까지 하시니 이 복을 어디에 다 퍼뜨릴지 저의 뇌는 바빠집니다.

지난겨울 반삭했을 때는 오랜만에 만나 웬 학생이 나오나 했다면서 학생처럼(고등학생이요??) 보인다고 극찬을 해주셨어요. 정말 거짓말을 조금도 할 줄 모르시는 이웃이랍니다. 하하.

미나리는 한살림 청포묵과 함께 맛깔나게 무쳐서 잘 먹었습니다. 나머지는 미나리전 부쳐서 한잔하려고 고이 간직하고 있어요. 쑥개떡은 쑥의 진한 향과 깊은 맛이 아주 최고였어요!(이 글을 지난주에 써두었는데요 그사이 직접 농사지으신 열무와 아욱을 아주 담뿍 나누어 주셨답니다. 아.. 너무너무 배가 불러요.

여러분도 이사한 날 옆집 문을 두드려 보셔요. 지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주 마주치는 이웃이라면, 같은 건물에 사는, 그냥 동네라고 느껴지는 범위 그 누구라도 문 두드려 인사를 해보는 것 어떠세요?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네보아요.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의 경험상 효과가 아주 탁월해요. 행복과 만족도, 삶의 질이 백 배쯤 좋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백정은 주주  baerong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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