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날 고문하라”는 외침을 접하고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NGO <참여연대> 전경(출처 : 하성환) <참여연대>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NGO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사법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제언한다. 회원 수가 15,000명이고 상근 활동가가 50명 정도로 적지 않다. 공룡재벌 <삼성>과 맞짱을 뜰 정도로 힘이 있는 시민사회단체다.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NGO <참여연대> 전경(출처 : 하성환) <참여연대>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NGO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사법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제언한다. 회원 수가 15,000명이고 상근 활동가가 50명 정도로 적지 않다. 공룡재벌 <삼성>과 맞짱을 뜰 정도로 힘이 있는 시민사회단체다.

90년대 중반부터 NGO 동아리 지도교사를 했는데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인권연대」와 「참여연대」에선 검찰 권력을 예의주시했다. 그 당시 「참여연대」와 「인권연대」는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삼성 공화국> 못지않게 ‘검찰 공화국’을 예견하며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2019년 '조국 사태'는 조국이란 한 ‘개혁적 지식인의 위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강남좌파가 안고 있는 계급적 불일치’가 낳은 문제도 아니다. 더군다나 '조국 사태'는 학종 전형이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계급사회를 고착화하는 통로’만의 문제도 아니다. '조국 사태'를 그런 문제로만 이해한다면 매우 협소한 시각이라 생각한다.

고3 담임을 경험한 교사들은 안다. 2008년부터 입학사정관(이후 학생부 종합) 전형이 학교 현장에 차츰차츰 적용되면서 학급 아이들 중엔 개학 후 아파트 경로당 청소 시간을 입력해 달라고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교내 봉사활동도 담임 교사들은 학년 초 이미 학교장 결재를 받은 계획된 봉사활동이라며 생활기록부에 1시간이든 2시간이든 기계적으로 입력해준 경험을 안고 있다. 심지어 업무가 폭주했던 학년말에 부모가 직접 자신의 자녀가 읽었다며 독서 기록물을 잔뜩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교사들을 무척 난감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2012년 고1 담임이었을 때 겪은 일이다. 내신 3-4등급 나오는 학생이 방학을 이용해 유명 대학에 가서 교수와 공동으로 실험을 했다며 개학하는 날 그 활동 내용을 가져와 입력을 요구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 아이는 공동 실험에 참여했던 것 같다. 중요한 건 당시 그런 일들이 특별히 부유한 집안이나 부모의 뒷배경을 가진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아이는 결코 부유한 집안도 전문학자를 부모로 둔 아이도 아니었다. 입시에 관심이 많았던 성실하고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왜냐하면 이미 그 당시 전국 학부모들은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선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렇게 저렇게 전해 듣던 시절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엄마의 정보력’이다. 실제로 신촌 소재 서울 어느 유명 대학 입학처장이 대강당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할 때 수백 명이 운집한 학부모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은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안의 ‘재력’도 중요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엄마의 대입시 ‘정보력’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학마다 반영 항목이나 반영 비율이 다르고 특정 대학들은 반영 요소에서 특이한 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논술 전형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복잡한 게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 어떤 대학은 고교 재학 기간 봉사 시간이 총 300시간이면 특혜를 주는 반영 요소도 있었다. 또 어떤 대학들은 학급회장이나 부회장을 하면 가산점을 주는 대학도 있었다. 그런 만큼 학생들은 자신을 화려하게 돋보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 것처럼 기록하거나 실제 일부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다양한 대입시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시절이 존재했었다.

글쓴이는 논술 입시 정보를 얻고자 어느 날 삼성이 인수한 서울 소재 유명 대학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 자리에 박사급 입학사정관이 직접 와서 입시 정보를 전해주었다. 당시 그 대학의 경우, 수리 영역과 과탐 두 개 영역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최저 조건을 넘어서는 수능 1등급을 맞추면 논술 답안을 잘 쓰지 못해도 그냥 합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보 하나를 더 주었다. 자신이 있는 대학은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없어서 이과 논술 시험에서 생물, 물리, 화학은 출제되어도 지구과학 문제는 없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논술 전형조차 이럴진대 학생부 종합 전형의 경우 다양하고 내밀한 입시정보는 당시 합/불을 좌우하는 지름길이다.

강남 어느 학교에선 전문학자인 부모들을 초빙해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내용을 스펙으로 입력하는 경우도 흔한 풍경이었다.

2018-2019년 최고의 시청률로 전국을 달군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그런 풍경을 잘 드러내주었다. 교육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존재했던 시절이 2010년대 전반기 풍경이다. 문화자본을 배경으로 전문학자인 부모들은 서로 자녀의 친구들을 품앗이해 주며 서로 스펙을 쌓아주는 풍경이 결코 낯선 장면만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조국 사태’는 문화자본이 빈곤한 평범한 시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고3 담임을 경험해보지 못한 고교교사들조차 어떤 경우엔 고3 학부모보다 입시정보가 어두운 게 현실이다. 대학 입시에 관심이 없으면 실제로 그러했다. 대학이 수도권에 위치했어도 <인서울>인 대학도 존재했고 학생부종합전형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했다. 그 결과 강남 사교육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호황을 누렸다. 반면에, 입시정보를 갈급해하는 수험생들과 입시정보에 어두운 부모들은 힘들어했다. 오죽했으면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수천 가지 복잡한 입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을 단순화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을까!

2010년을 전후해 입학사정관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약칭 학종 전형)으로 굳어지고 수시 모집인원을 늘려갈 때 이미 미국 사회처럼 실패한 전형임을 예측한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 입학사정관 전형은 기여입학제에서 보듯이 부유한 상류층에 유리한 입시제도이자 <위선의 인간형>을 길러내는 실패한 입시전형이다. 왜냐하면 미국 대학 입시에선 SAT 성적이나 교과 성적(GPA) 못지않게 학생들의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중시하는데 학생들이 세칭 명문대 입학을 목적으로 개인 스펙을 쌓기 위해서 사회참여 활동을 수행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순수한 동기보다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비롯해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그 결과로서 자신의 삶의 이력을 인정받는 방식이 아니라, 순수성이 결여된 채 처음부터 대학 입학의 방편으로 사회활동을 바라보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물론 봉사활동을 비롯해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엔 진정으로 그 활동 자체에 기쁨을 얻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입학사정관 제도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제도로 동기의 순수성이 크게 왜곡된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동기의 순수성이 왜곡돼 우리나라에 도입된 입시제도가 학종 전형이다.

어떤 언론에선 미국 사회 내 입학사정관 전형이 선발제도로서 70% 정도 타당성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사회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는데 선발된 학생의 70%는 사회지도자가 되어 살아간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 역시 어설프기 그지없다. 과연 <건강한 사회지도자>로서 살아가는지, 아니면 '괴물엘리트'로 살아가는지는 겉으로 보아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식 입학사정관 전형의 출발부터가 애초에 교육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내 세칭 명문대 입학생들 가운데 유태인 출신 비중이 점증하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비교과 활동을 입학 사정 요소로 도입시킨 불순한 동기, 바로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선발제도가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그런 걸 우리나라에선 학생의 다양한 잠재 요소를 보고 선발하다며 '훌륭한' 입시제도라고 여론을 한껏 부추겼다. 그리고 반영 비율을 높이고 반영 요소를 다양화하면서 학교 현장에 이식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사회정의의 토대인 역사정의가 무너진 대한민국 사회, 학교 현장에 조용히 안착할 리 만무하지 않았겠는가? 더구나 노동을 존중하지 않고 경쟁교육이 세계를 통틀어 수위를 달리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말이다.

2010년대 중후반 들어서서 학종전형은 ‘입시 공정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런 까닭에 교육부는 해마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을 내려 보내 하나씩 하나씩 생기부에 기록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교외 대회 수상을 기록하지 못하게 했고 교외 봉사활동도 적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의 탐구심을 가능하게 했던 소논문도 대필 의혹으로 기재를 금지했다. 2018년도부턴 아예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개최하던 소논문대회를 일괄 폐지했다. 교육부 방침이었다.

급기야 교내 수상 기록도 연 6회로 제한했고 학생들이 읽는 독서 활동도 기록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오늘날 학교생활기록부엔 내신 성적과 약간의 비교과 활동만 기재할 수 있다. 결국 학종전형은 <공정성 논란> 끝에 앙상한 몰골만 남아 도입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조국 사태'는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한 정치적 사건이자 당시 검찰로선 다목적용 카드였다. 다시 말해 윤석열 검찰총장 처지에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정의로운 검찰'이란 이미지 이외에도 놓칠 수 없는 카드가 존재했다는 시각이 있다. 그 배경을 전 『신동아』 기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조국 교수가 2021년 5월에 펴낸 『조국의 시간』 54-55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친정권 검찰이라는 오해를 벗고 정의로운 검찰 이미지도 과시하고 검찰개혁 흐름도 견제하고 검찰 내부 불만도 다독이고(하략)..." - 이소룡, 『나도 한때 공범이었다』 (해요미디어, 2020) 28-30쪽.

처음엔 검찰은 '사모펀드와 조국'을 연관 지으며 날을 세웠다. 그러다 조국 교수가 사모펀드와 무관한 상황이 드러나자 입시 비리 문제로 초점을 맞추었다. 조국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집중되었다. 이를 조국 교수는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란 부제가 붙은 『조국의 시간』에서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시작돼 멸문지화(滅門之禍)의 문이 열렸다"고 토로했다.

언론은 연일 대학 입시, 의전원 입시 비리를 보도했고 그것은 그대로 비록 일부이지만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왜곡된 정의감’일망정 ‘조국 사태’를 계기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게 당시 이대남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아가 학생부종합전형의 실태를 모른 채, 검찰발 언론 보도에 분노하던 일부 시민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극우 유튜브를 신처럼 맹신하며 학습하던 시민들이었을 것이다.

임은정 검사는 특수부 검사들을 겨냥해 "수사를 통해 범죄의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게 아니라 <표적>을 향해 사냥을 한다"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그 말에 공감이 갔다. 이 땅에서 검사들은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짙다며 영장을 청구해도 검찰의 이해관계에 반하면 번번이 기각당한다. 반면에 당시 상황에서 죄가 되지 않는 사건조차 기소함으로써 마치 죄를 지은 사건인 것처럼 포장할 수 있다. 별건 수사는 그런 수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정치를 통해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출처 : 한겨레 자료사진) 대통령 재임 기간 적지않은 실정과 실망을 안겨주었음에도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이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권위주의 질서를 상당 부분 해체시킨 인물이란 점에서 가히 존경스럽다.
정치를 통해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출처 : 한겨레 자료사진) 대통령 재임 기간 적지않은 실정과 실망을 안겨주었음에도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이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권위주의 질서를 상당 부분 해체시킨 인물이란 점에서 가히 존경스럽다.

SBS가 논두렁 시계 사건 보도(2009. 5. 13.) 10일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월 23일 투신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노회찬 전 의원 관련 인격 모욕성 기사들 또한 그러했다. 2018년 7월 21일 자 조선일보는 "집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며 "가증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척 코스프레만 하고, 자기들도 똑같으면서."라고 허위 기사를 작성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틀 뒤 7월 23일 노회찬 의원은 "자신은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노회찬 평전』에 따르면 “한 방에 해결하는 방식”인 ‘투신’을 노회찬 의원이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7월 18일 이전인 듯하다. 그러함에도 의도성 짙은 거짓 보도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노무현, 노회찬의 비극은 두고두고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국회 입성 당시 70% 긴장감을 지닌 채, <직업 전투원>으로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했던 정치인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던 휴머니스트 정치인 노회찬(출처 : 하성환) 그는 강남 빌딩을 청소하러 매일 새벽 4시에 6411번 버스를 타던 투명인간에게 진보정당조차 투명정당처럼 보여졌던 것에 대해 심히 부끄러웠다고 고백할 정도로 인간에 대한 연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했던 정치인이다.
국회 입성 당시 70% 긴장감을 지닌 채, <직업 전투원>으로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했던 정치인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던 휴머니스트 정치인 노회찬(출처 : 하성환) 그는 강남 빌딩을 청소하러 매일 새벽 4시에 6411번 버스를 타던 투명인간에게 진보정당조차 투명정당처럼 보여졌던 것에 대해 심히 부끄러웠다고 고백할 정도로 인간에 대한 연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했던 정치인이다.

이광호 작가가 쓴 『노회찬 평전』에 따르면 2016년 4・13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7일과 3월 17일 두 차례에 걸쳐 2천만 원씩 드루킹 김동원의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총 4천만 원을 후원받았다. “선거비용과 선거 때 진 빚을 갚는 데 쓰겠다”며 노회찬은 후원금을 회계 담당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바쁜 선거 일정 속에 "정상적인 후원금 처리 절차를 밟았는지"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너무도 뼈아픈 실수였다. 유서에서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자책했다. 전용 운전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선일보는 8월에 스스로 정정 보도를 냈다. 그렇게 억울하고 원통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이 노회찬 의원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100년이 지나도 노회찬 같은 정치인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참여연대> 제1회 정기총회 당시 박원순(출처 : 한겨레 자료사진) 인권변호사이자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대부! 박원순. 시민운동가로서 그의 열정과 톡톡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를 성공한 서울시장으로 기억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1994년 <참여연대>를 창립하고 1995년 3월 제1회 정기총회 당시 사무처장을 맡은 박원순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40년 지기 조희연 교육감(왼쪽에서 두 번째). 박원순은 변호사 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젊은 날 이태원에 57평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역사문제연구소>를 창립할 때 아파트를 처분해 전액 기부했다. 현재 시가로 수십 억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한 것이다. 그는 서울 시장 재임 시절, 공약이었던 <서울시립대학 반값등록금>을 실천했고 <무상급식>과 <청년수당>, 그리고 <노동이사제>를 실천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와이파이> 정책과 <제로페이> 정책을 실현하는 등 시장으로서 업적이 출중했다.
<참여연대> 제1회 정기총회 당시 박원순(출처 : 한겨레 자료사진) 인권변호사이자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대부! 박원순. 시민운동가로서 그의 열정과 톡톡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를 성공한 서울시장으로 기억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1994년 <참여연대>를 창립하고 1995년 3월 제1회 정기총회 당시 사무처장을 맡은 박원순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40년 지기 조희연 교육감(왼쪽에서 두 번째). 박원순은 변호사 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젊은 날 이태원에 57평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역사문제연구소>를 창립할 때 아파트를 처분해 전액 기부했다. 현재 시가로 수십 억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한 것이다. 그는 서울 시장 재임 시절, 공약이었던 <서울시립대학 반값등록금>을 실천했고 <무상급식>과 <청년수당>, 그리고 <노동이사제>를 실천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와이파이> 정책과 <제로페이> 정책을 실현하는 등 시장으로서 업적이 출중했다.

그런 정치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대한민국 언론 지형과 경직된 정치사회 현실은 매우 괴이하기 짝이 없고 흉물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이 죽어야 할 정도로 죄를 지은 게 아니지 않은가? 왜 죽음으로 끝났을까? 왜 그분들은 죽음을 선택했을까? 왜 그분들은 죽음으로 내몰렸을까? 설령 인간적 잘못이 있었다면 그만큼 처벌을 감수하고 용서를 구하면 끝날 일이다.

누구는 부끄러움을 씻고자 죽음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대한민국 사회가 강제했다고 생각한다. <단독 보도>라며 악마화하는 언론행태와 피의사실을 흘리며 <인격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검찰 권력, 그리고 정책 대결보다 상대 정당을 비난하고 저주하는 정치 현실이 초래한 참극이다. 거대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수십 년 계속된 우리 정치 현실과 지극히 경직되고 이중적인 한국 사회가 빚은 슬픈 현실이다.

기소편의주의라는 게 있다. 기소를 유예할 수도 있고 불기소 처분할 수도 있으며 약식 기소할 수도 있다. 있는 죄도 증거를 박약하게 제시하면 없는 죄가 된다. 몇 달 전 곽상도 50억 재판이 그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놈 없다>며 없는 죄도 여기저기 쑤셔서 수백 가지 압수 수색하면 다른 죄가 만들어진다. 노회찬과 조국이 비슷한 사례다.

나는 <진보>라는 사람들이 ‘조국 사태’에 거품을 무는 걸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이 얼마나 좁고 작으며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지 황당함을 넘어 인생의 허무함을 절감한다. 극우 유튜버들처럼 경제적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게 아님을 잘 안다. 그래도 비판적 사고를 하며 진보 운동을 실천한 논객인데 왜 자신의 신념에 갇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단, 독선으로 느껴질 뿐이다.

2020년 윤미향 사태가 2023년 2월, 1심에서 거의 무죄로 판결이 났다. 윤미향 사태는 이용수 할머님의 발언이 계기가 되었을지언정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한 수사였다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육원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에 있는 고교생들이 학생회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해 건립했다.(출처 : 하성환)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에 걸쳐, 그리고 전 세계에 걸쳐 널리 확산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 윤미향 정대협 사무처장이다. 윤미향 의원은 오랜 기간 전국에 걸쳐 다니면서 행한 강연 수입료 1억 원을 전부 <정대협>에 기부했다.  <정대협>, 오늘날 <정의기억연대>는 회원 수가 800명 정도로 미약하다. 3년 전 상근 활동가도 7명 안팎에 지나지 않을 정도여서 그분들의 헌신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프란치스코 교육원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에 있는 고교생들이 학생회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해 건립했다.(출처 : 하성환)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에 걸쳐, 그리고 전 세계에 걸쳐 널리 확산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 윤미향 정대협 사무처장이다. 윤미향 의원은 오랜 기간 전국에 걸쳐 다니면서 행한 강연 수입료 1억 원을 전부 <정대협>에 기부했다.  <정대협>, 오늘날 <정의기억연대>는 회원 수가 800명 정도로 미약하다. 3년 전 상근 활동가도 7명 안팎에 지나지 않을 정도여서 그분들의 헌신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횡령, 업무상 배임 등 8개 혐의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2023년 2월 10일, 1심 판결에서 7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년 5개월을 끈 재판에서 1개 횡령 혐의만 1,7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는 상근활동가 7명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NGO 현실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윤미향 의원실은 “2011년부터 기부한 금액이 약 1억 원에 달하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세청에 신고된 기부금만 해도 약 3,600만 원에 해당하여 검찰이 횡령이라고 기소한 금액을 초과한다”고 논박했다. 윤 의원은 “횡령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항소심에서 성실히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녀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당시 가짜 뉴스로 지면을 도배해 인격을 매장한 보수(?)언론들은 제대로 죗값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진보를 자처한 적지 않은 인사들이 실제로 의심하거나 도덕성을 비난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조차 윤미향을 "의심했다"고 고백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김두관도 검찰발표와 언론 보도에 근거해 의심했던 사실을 공개사과했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 진보 인사들이 검찰과 언론 보도에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요컨대 2020년 윤미향 사태는 2019년 ‘조국 사태’의 2020년 버전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윤미향 사태'를 빌미로 검찰 권력은 시민단체(NGO)의 도덕성을 한정 없이 공격하고 헐뜯었다. 눈엣가시 NGO들을 국민들로부터 괴리시키는 효과도 일정 부분 거두었다. 8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의기억연대」 회원들마저 의심 끝에 탈퇴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대협(「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약칭, 「정의기억연대」로 바뀜)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산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우리집」 쉼터 손영미 소장은 정신적 고통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온 삶을 바쳤던 그분의 원통함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지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해 주류언론들은, 그리고 침묵했던 우리 사회는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손영미 소장의 비극은 사회적 죽음이자 사회적 타살이기 때문이다.

노회찬, 노무현, 박원순의 죽음은 여운형, 김구, 조봉암의 죽음과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다. 죽이는 방식만 달랐지 아까운 지도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 않다. 그런데도 민족문제의 핵심이자 민족모순의 근간인 <친일 문제>를 물 건너간 문제로 본다면 이는 현실을 잘못 이해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역사정의가 실종된 사회다. 따라서 사회정의를 세우기가 너무도 험난한 사회다. ‘노동 존중’ 문화가 형성되기는커녕 나날이 ‘노동 혐오’가 확산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2021년 5월에 출간된 <조국의 시간> 책 표지(출처 : 하성환) 부제가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다.  글쓴이에겐 부제가 책 제목처럼 느껴진다. 표독스러운 검찰권력의 이중적 모습과 모순을 잘 정리한 느낌을 받았다. 공익을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검찰 조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태다.
2021년 5월에 출간된 <조국의 시간> 책 표지(출처 : 하성환) 부제가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다.  글쓴이에겐 부제가 책 제목처럼 느껴진다. 표독스러운 검찰권력의 이중적 모습과 모순을 잘 정리한 느낌을 받았다. 공익을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검찰 조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태다.

『조국의 시간』 제3장 소제목 표현대로 오늘날 검찰 권력은 「통제받지 않은 괴물」이 된 느낌이다. 조국 교수의 표현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 적이 없다."- 『조국의 시간』 103쪽

서울 - 양평고속도로가 김건희 집안이 소유한 지역으로 종점이 바뀐 사실을 풍자한 <진보당> 펼침막(출처 : 하성환)
서울 - 양평고속도로가 김건희 집안이 소유한 지역으로 종점이 바뀐 사실을 풍자한 <진보당> 펼침막(출처 : 하성환)

오늘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나 처가 관련 사건들이 그렇다. 한동훈 장관 딸이 썼다는 ‘논문’ 아닌 논문은 또 어떠한가? 말장난도 아니고 기가 막힐 일이다. 사회정의가 무너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면들이다.

소설가 김훈은 며칠 전 중앙일보 기고문에 <한국인들의 DNA 속에 유전되고 있는 내 새끼 지상주의>를 언급하면서 <내 새끼 지상주의를 가장 권력적으로 완성해서 영세불망의 지위에 오른 인물>로 조국 장관을 가리켰다.  그러나 이는 번지수를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 당시 학종전형은 꼴을 갖춰가던 시기였고 사회정의가 부박한 현실에서 입시에 관심을 가졌던 국민 누구나 합법적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던 시절이었다. 조국 교수만 탓하거나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봉사활동 시간이나 논문 작성 이력이 실제인가 허위인가는 법원의 판단보다 세월이 지나면 무엇이 진실인지 드러날 것이다. 

조국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김주대 시인은 이렇게 묘사했다. "온 가족을 발가벗겨 정육점 고기처럼 걸어 놓고 조롱하며 도륙하던" 그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시간을 조국 교수는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

2019년 9월 28일 서초동 <검찰개혁>을 촉구하던 촛불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교대역에서 서초역 방향으로 수많은 인파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초동 검찰을 향한 촛불은 <조국 사태> 당시 검찰권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그리고 오만함을 폭로하고 견제한 촛불집회로 조국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2019년 9월 28일 서초동 <검찰개혁>을 촉구하던 촛불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교대역에서 서초역 방향으로 수많은 인파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초동 검찰을 향한 촛불은 <조국 사태> 당시 검찰권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그리고 오만함을 폭로하고 견제한 촛불집회로 조국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고 노회찬 대표가 죽어서 간 길을 따라 당신은 절며 절며 살아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조국의 시간』 276쪽.

사실 ‘조국 사태’ 당시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조국 교수는 책에서 1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했다. 요컨대 2019년 <조국 사태>의 2020년 버전이 <윤미향 사태>이자 군대에 간 아들 ‘휴가 미복귀 사태’로 곤욕을 치른 <추미애 사태>이다. 그리고 2023년 버전이 <이재명 사태>라고 나는 생각한다. 30년 윤리, 도덕을 가르친 교사로서 조국 교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국의 표현대로 똑같은 잣대로 그들을 100회 압수수색하면 어떻게 될까? 윤석열을, 김건희를, 한동훈을, 그리고 혐의와 의혹을 샀던 여야 정치인들을 100회 압수 수색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 전 구속된 박영수 특검을 보면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인간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노회찬을, 그리고 박원순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자기 성찰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잔인한 언론의 칼날로  예전처럼 마구 사냥하는 짓이 되풀이되고 급기야 대중의 여론을 흔들어 어느 정도 장악한다면 그런 사회에 희망은 없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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