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Lobos State Natural Reserve'(포인트 로보스 국립공원)은 한국에서 보지 못한 신비로운 식물과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절벽과 바다, 바위가 절묘하게 아름다움을 일궈냈다. 이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지만, 어느 사진 하나 그때 감동을 담지는 못 한다.

노랑, 주황, 분홍색 꽃들은 색깔이 화려하진 않지만, 바다와 은은히 어우러져 마치 바닷속 산호초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저 멀리 펼쳐진 절벽과 바다는 끝이 없어 보였다. 광활한 태평양과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자연을 온몸으로 맛볼 수 있었다.

해안을 따라 쭉 걸어가니, 이번엔 반가운 물범이 자는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졌다. 속 편하게 지상낙원에서 자는 물범을 보니 자연을 맘껏 누리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인간은 자연을 소유하기 위해 애쓴다면, 물범은 잠시 머물다가 툴툴 털어버리고 맘 편히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보였다.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엔 까만 새들이 점처럼 촘촘히 모여 있었다. 새들은 가만히 앉아서 몸을 다듬기도, 서로 끼룩끼룩하며 대화하기도, 혹은 바다에 날아 들어가 사냥하기도 했다.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피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새, 물범, 심지어 땅에 묶여 있는 풀, 꽃, 나무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서로 대화하고 있는 듯했다.

계획에 없었던 국립공원은 기대 이상이었고, 지난 3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완전히 잊게 했다. 사실 너무 만족스러워 이대로 호텔에 들어가도 여한이 없었지만, 아직 시간이 있어 남자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할 당시 아버지와 가봤던 ‘Pebble Beach(페블 비치)’에 가자고 제안했다. 페블 비치는 포인트 로브스 공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페블 비치
페블 비치

페블 비치에는 리조트와 고급스러운 스파가 있다. 그리고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하고도 비싼 골프 코스라고 한다. 남자친구는 페블 비치에서 골프는 칠 수 없어도 라운지가 예쁘니 맥주 한잔하자고 했다. 페블 비치 입장료는 $11불인데, 입장료를 내면 27km 드라이브 코스를 돌 수 있다.

페블 비치
페블 비치

신이 나서 드라이브 코스를 돌았지만 사실 그저 그랬다. 워낙 멋진 코끼리물범도 보았고 ‘포인트 로보스’에서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드라이브 코스는 자연을 쫓아가지 못했다.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건 코스를 돌며 봤던 저택들이다.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게 크고 호화스러웠다. 바다를 바라보며 위치한 맨션들에서 마치 위대한 개츠비가 튀어나와 파티를 열 것만 같았다. 도대체 저기선 누가 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가 있는 세계와는 완전 다른 세계인 것 같아 거리감만 느껴졌다. 

​페블 비치의 라운지 바
​페블 비치의 라운지 바

전반적으로 페블 비치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자 남자친구는 안절부절못하며 레스토랑/바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고급스러우며 고풍스러운 분위기, 라이브 음악, 큰 창을 통해 시원하게 보이는 산, 바다와 18홀 골프 코스가 보이는 아름다운 라운지였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께서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저렴한 생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긴장이 풀리고 흥이 나자 좋은 코스 안내해주어 고맙다고 남자친구에게 마음을 전했다. 남자친구도 뿌듯한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 남자친구와 여행하면 몇 번 의견이 엇갈려 서로 기분이 상하곤 하는데 이번 여행은 곤경이 있었음에도 지혜롭게 잘 이겨냈다. 관계가 성장했나? 라는 생각도 했다.

'Tree House Cafe'  음식
'Tree House Cafe'  음식

저녁은 페블 비치 근처에 있는 'Tree House Cafe '에 가서 먹었다. 구글 평점이 4.5라 맛있겠다 싶어 찾아갔지만, 솔직히 값만 비싸고 맛은 그저 그래서 추천하지는 않겠다. 오히려 오늘 아침 트럭에서 먹은 타코가 100배는 맛있고 가격도 70%나 저렴했다. 역시 비싸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다. 갑자기 타코 트럭 청년이 그리워졌다.

저녁을 먹고 숙소가 있는 ‘Monterey bay’ 근처로 이동했다. 숙소 근처가 바다라 밤바다를 산책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 생활을 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함께해서 또 얼마나 좋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등등.. 확실히 여행을 하게 되면 대화가 깊어진다. 숙소에 들어와 들뜬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곳이 기다리고 있을까~~

'Big Sur'를 향해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본 풍경
'Big Sur'를 향해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본 풍경

다음날 드디어 어제 못 간 유명한 “Big Sur”를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유명하다는 해안도로를 달렸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한쪽은 아름다운 바다, 반대쪽은 푸르른 숲, 들판이 이어졌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자연에 내가 푹~ 들어간 느낌이었다. 해안도로 곳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간간이 쉬어가기도 했다.

'Big Sur Bakery
'Big Sur Bakery

본격적인 하이킹을 시작하기 전에 'Big Sur Deli'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Big Sur Bakery'에 가서 아침을 샀다. 'Big Sur deli'에선 'Chorizo Burrito'(멕시칸 소시지 브리토)를 샀다. 가격 대비 양도 엄청 많고, 맛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남자친구는 브리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긴 정말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Macway Falls
Macway Falls

든든히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 첫 번째로 간 곳이 ‘Macway Falls’이다. 여기도 아쉽게 등산로는 폐쇄되었다. 그래도 유명한 폭포는 볼 수 있었다. 이 폭포는 특이하게도 제주도의 정방폭포처럼 해안절벽에서 떨어지고 바로 앞에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다. 자연의 다양함에 또 다시 감탄했다. 

그다음 목적지는 ‘Pfeiffer trail’이다.

'포인트 로보스 국립공원'에서 'Big Sur'까지(구글 지도 캡쳐)
'포인트 로보스 국립공원'에서 'Big Sur'까지(구글 지도 캡쳐)

3탄에 계속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  jeesan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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