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북한산 한 자락인 작은 산을 넘어가면 우이천이 나온다. 우이천을 따라 2시간 이상 걸어가면 중랑천과 만난다. 우이천을 따라 걷다가 초안교에서 나와 초안산을 넘어가면 녹천역이 나온다. 우이천을 따라 걷다가 수유역 근처에서 유턴해서 집으로 올 때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이 우이천을 사랑해서 자주 산책하며 이런저런 코스를 즐긴다.
얼마 전부터는 우이천에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덕성여대 앞 다리 밑에 고운 모래가 깔린 우이천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보이면서부터다. 여름 방학 때는 아이들이 많이 들어가 돌탑도 쌓고 놀았는데, 개학이 되자 평일에는 주로 어르신들 차지가 된 것 같았다.
우리도 발바닥 마사지를 즐기기로 하고 물에 들어갔는데 물이 그리 차지도 않아 딱 걷기 좋았다. 물은 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했고 시큼한 냄새 하나 나지 않았다.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참 신기하게도 물에 이끼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시 넘어 한 아저씨가 큰 빗자루를 들고 와 이리저리 휘저으며 뭔가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유심히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다른 아저씨가 매일 저렇게 와서 물청소를 하신다고 했다. 전직교수님이신데 벌써 몇달째 이끼를 걷어내는 청소를 하신단다.
세상에... 그래서 이리 깨끗했구나. 거저 뭔가가 생기는 법은 없는 거지. 열심히 청소하시는 아저씨께 어색해서... 방해가 될까 봐... 말 한마디 걸지 못했지만, 다음에 만나면 꼭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해야겠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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