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은 비가 많이 왔다. 어둑어둑하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저녁나절 동안 우르릉 쾅쾅거리더니 밤새 창문을 때리며 무섭게 쏟아졌다. 그다음 날은 언제 그리 요동쳤냐는 듯 날이 환했다. 밤새 내린 비에 모래천을 어찌 되었을까? 궁금했다.
 
모래천에 가보니 물속에 곱게 쌓아놓았던 돌탑은 대부분 무너졌다. 물의 양이 많아졌으며 풀과 나무 가시랭이들이 둥둥 떠다녔다. 폭우가 휩쓸고 간 후유증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래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분이 안 계시기에 나도 빗자루로 그분이 모래천을 청소하듯 해보았다. 그분이 할 때는 빗자루가 물속을 휘휘 젓고 다녔는데 내가 하니 빗자루를 움직이지 못할 만큼 힘에 겨웠다. 남편도 해보더니 물이 많아져서 빗자루를 움직이기 힘들다고 물이 좀 빠지고 나야 청소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빗자루질을 포기하고 물에 떠다니는 가시랭이들을 거두어 보았는데 끝이 없었다. 하다 하다  포기했다.

남편도 빗자루질을 하다 포기했다. 전투 자세를 해도 빗자루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남편도 빗자루질을 하다 포기했다. 전투 자세를 해도 빗자루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정이 있어 한 달 만에야 다시 모래천에 갈 수 있었다. 가을이 깊어져서 북한산 우이구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차가워 발도 들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모래천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물은 깨끗했고 발이 시릴 정도로 온도도 차지 않았다.  

그분은 계실까? 그분은 안 계셨다. 그런데 낡았던 예전 빗자루는 없어지고 다른 빗자루가 보였다. 새로 개비한 것 같았다. 작은 빗자루 한 개도 얌전히 놓여 있었다. 

예전 경험으로 큰 빗자루는 내게 버거울 것 같아 작은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여자분이 씩씩하게 큰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덩치가 있는 분이라서 그런지 빗자루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이분도 전염된 분인 듯... 

여성 자원봉사자
여성 자원봉사자

11월에는 모래천 산책을 즐기기 쉽지 않을 듯싶다. 모래천으로 유입되는 물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우이구곡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다리 밑에서 우이천 상류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다. 사진에서 볼 때 왼편으로 흘러가는 물이다. 

오른편에서 흘러가는 물은 청계천같이 하수가 재생된 물로 이 물은 온도가 그리 차지 않다. 하지만 11월이 되면 그 물도 차가워질 거다. 이제 모래천 산책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싶다. 내년에도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모래천이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재생된 물이 나오는 곳  
재생된 물이 나오는 곳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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