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거저 생기는 것은 없다' 에서 나온 그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는데.. 해야는데 하곤 하지 못했다. 드디어 인사를 했다.

일이 좀 늦게 끝나 아예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30분 넘어 우이천으로 향했다. 7시 넘어 도착해서 열심히 발바닥 마사지를 하고 있으니,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그분은 벌써 왔다 가셨겠지... 했는데 그분이 오셨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시기 전에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 

" 여기 청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했더니 그분은 수줍은 미소를 띠고 내게 더 고개를 숙이시면서 "고맙습니다" 하셨다. 나는 속으로 '고맙습니다'는 내가 말해야 할 단어인데... 하며 또 "고맙습니다" 했더니 그분도 또 "고맙습니다" 하시는 거다. 누가 누가 더 많이 '고맙습니다' 말하기 내기를 하는 것 같아 웃으면서 돌아섰다. 

그런데 그분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자 갑자기 어떤 다른 분이 나타나서 함께 청소하셨다. 그분은 보기엔 조금 더 젊어 보이시는 분이었다. 선행이 전염되는구나 생각했다..   

한참 걸어 다니다 알아차린 것이 하나 있다. 걸어 다니면서 발로 모래 속을 툭툭 밀어보니 돌멩이가 걸렸다. 모래를 파헤쳐 돌멩이를 끄집어내 보니 작고 납작한 돌멩이였다. 아... 저기 저 돌탑은 누군가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하나하나 꺼내 쌓아놓는 거구나... 그런 손길 하나하나가 돌탑을 만들고 모래천을 만든 거구나. 인제야 그걸 알아차리다니... 난 참 바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래천에 손길 하나 보태고 싶었다. 계속 발로 모래를 헤집으니 제법 많은 돌멩이가 발에 걸렸다. 하나하나 꺼내 모아 돌탑을 쌓았다. 약 40분 동안 꺼낸 돌로 낮은 담장 같은 돌탑을 만들었다.  

앞에 담장처럼 생긴 탑의 80%는 내가 꺼낸 돌로 쌓은 것이다.  
앞에 담장처럼 생긴 탑의 80%는 내가 꺼낸 돌로 쌓은 것이다.  

이제 많이 어두워졌다. 함께 청소하던 젊은 분은 가시고 원조인 그분은 혼자 남아 여기저기 청소를 계속하셨다. 아주머니들이 "아유~~ 교수님, 그러시다 병나시겠어요" 하는 데도 참 열심이었다.

모래천을 즐기는 모든 이들을 위해 조건 없이 베푸시는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모래천 일구기에 나도 아주 조금 손을 보탰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했다. 발 마사지 열심히 한 덕분에 덤으로 꿀잠의 행운까지도… 다음에도 그냥 걸어만 다니지 말고 또 돌멩이 찾아내야지....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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