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이 있어 좀 늦게 올랐다.
올 들어 처음 보는 벌깨덩굴 꽃이 참 반갑다. 보랏빛 꽃에 털이 송송 나 있는데 예쁘다.
꿀이 많아 벌들이 찾는다고 이름에 벌이 붙었고, 잎은 깻잎을 닮아 깨가 붙었다고 한다. 덩굴식물이라 덩굴이고, 해서 벌깨덩굴이 된 모양인데 예쁜 꽃에 비해 이름은 좀 별로인 듯하다. 벌로 지은 거 같다.
이름이야 어쨌든 참 아름답다.
한참을 바라보다 길을 나선다.
관악산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산벚나무가 마지막 꽃잎을 덜구고 있다.
너무 높은 곳에 꽃들이 피어 있어 볼 수가 없지만 길을 덮은 벚꽃잎을 보면 한창은 지난 듯하다.
벚꽃 한 송이가 예쁘게 떨어져 있다.
산벚나무에 마지막으로 달려있는 벚꽃 한송이가 벚꽃엔딩을 알려준다.
병을 닮은 꽃을 피운 병꽃나무가 많이 보인다.
다른 나무에 비해 병꽃나무는 바위틈을 뚫고 자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단하다.
하얀 꽃을 피우는 병꽃나무도 있다.
뿌리로 차를 만드는 둥굴레가 모여서 꽃을 피웠다.
나란히 줄 서 핀 꽃들이 귀엽다.
용둥굴레는 꽃이 쌍으로 달린다.
서서 피어 선씀바귀라고 한단다.
꽃술까지 노란 고들빼기도 만났다.
연다래라고도 불린다는 철쭉. 분홍빛이 예쁘다.
분홍색으로 한참 산을 장식하고 있다.
천남성도 모여 피었다.
바위위에서 자라 꽃까지 피운 큰개별꽃이 대견하다.
막 올라오는 단풍취가 귀엽다.
솜털이 송송 난 아기 손 같다.
하얀 꽃을 피운 남산제비꽃 아래 분홍빛 벚꽃 한잎이 외롭게 떨어져 있다.
팥배나무는 곧 꽃을 피울 태세다.
수줍게 몰래 핀 각시붓꽃 한송이는 벌써 지고 말았다.
노란 양지꽃은 눈이 부시다.
관악산에 들어서서 바라본 풍경이 많이 푸르르다.
나보기가 역겨워 뿌려 논 꽃잎은 아니지만 사뿐히 즈려밟고 간다.
바위틈을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며 쉬어 간다.
돌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바람이 담겨 있는 쌍탑을 지난다.
오늘은 연주대를 바라보기만 한다.
관악문도 바라만 보고 내려온다.
왱왱 큰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호박벌도 자주 만난다.
딱딱거리는 소리에 둘러보니 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고 있었다.
벚꽃잎으로 장식된 쌍용폭포를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산을 나서며 아쉬워 다시 한 번 정상을 바라본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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