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등산을 마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Golden Gate Bridge를 건너 San Rafael 동네에 숙소가 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샌프란시스코를 잠깐 구경했는데, 솔직히 그렇게 오래 있고 싶진 않았다. 도시는 생각 외로 쓰레기가 많았고, 노숙자도 많았다.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집들은 철장으로 문을 굳게 잠그고 있었으며, 도시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삭막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양한 색깔의 집들이 언덕을 따라 즐비해 있고, 도시를 누비는 전기버스가 인상적이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안개가 자욱해 마치 고담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은 왜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즐겁고 평화로웠던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재빨리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떠나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남자친구와 함께 석사과정을 했던 친구와 Napa Valley 와인 탐방을 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는 일에 푹 빠져있고 열정과 야망이 있는 친구였다. 대화하면서 느껴지는 긍정적 에너지, 그리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같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서 그런지 옷과 스타일 전체적으로 아이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옷과 스타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과학자 집단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나니 신선했다 ㅎㅎ.

그날 아침 겸 점심은 유명 베이글 가게에서 베이글 샌드위치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유난히 베이글을 좋아하는 나는 쫄깃하며 신선한 아침 베이글에 그야말로 행복했다. 베이글 한 쪽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나는 정말 단순하다. '한 끼의 행복'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Napa valley로 가는 길
Napa valley로 가는 길

Napa valley로 가는 길은 그다지 재밌진 않았다. 도로와 밭이 쭉 이어졌다. 1시간 정도 운전하니 와이너리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구글이 추천해 준 와이너리에 갔다. 도착하니 이 와이너리는 저택같이 컸고, 실내와 외부가 화사하고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개츠비가 파티를 열면 이런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분위기에 한껏 신이 난 우리는 자리를 요청했다. 여직원은 예약하지 않았으면 오늘은 자석이 모두 마감되었다고 했다. 월요일이 휴일이어서 이번 주말은 꽉 찼고 아마 다른 와이너리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했다.

우리 셋 다 머리가 띵~해졌다. Napa valley에 와이너리가 워낙 많아 예약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잠시 생각이 멍~할 무렵, 갑자기 남자친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지산, 여기서 파는 와인하고 와인 잔을 산 다음에, 저기 저 벤치에 앉아서 먹는 건 어때? 제대로 된 테이블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와인을 마셔볼 수 있잖아” 남자친구는 한마디로 ‘노상 음주’를 제안하고 있었다. 다른 와이너리에도 전화를 해봤지만 여직원 말대로 다 만석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멋진 저택에서 와인을 마시는 대신 우린 노상을 선택할 수밖에 ...

노상에서 와인 한 잔 
노상에서 와인 한 잔 

근처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와인을 맛보기 시작했다. 와이너리에서 파는 와인은 그리 싸지도, 더 맛있지도 않았다. 그나마 제일 맘에 든 건 동그스름한 와인 잔이었다. 노상을 하는 게 민망해서 와인을 후다닥 마셔버렸다.

간신히 찾아 들어 간 와이너리
간신히 찾아 들어 간 와이너리

그리고 다시 외곽지역에 있는 와이너리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 자리가 있는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깔끔하고 정갈했다. 하지만 와인은 여전히 그저 그랬다 ㅎㅎ 그래도 분위기가 좋았던 지라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외이너리 실내
외이너리 실내
오른쪽 남자 친구와 왼쪽 그의ㅖ 친구
오른쪽 남자 친구와 왼쪽 그의 친구

나름 Napa valley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하다는 ‘Tony’s Pizza Napoletana' 피자집을 가기 위해서였다. 2시간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놓고 도착하니 피자집 밖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Tony’s Pizza Napoletana‘앞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 
'Tony’s Pizza Napoletana‘앞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 

 

‘Tony’s Pizza Napoletana‘ 피자집의 실내 사진을 보며 얼이 빠진 우리 둘
‘Tony’s Pizza Napoletana‘ 피자집의 실내 사진을 보며 얼이 빠진 우리 둘

우리는 곧 자리에 앉았고, Detroit 피자, 이탈리안 피자 그리고 피자 반죽을 튀긴 애피타이저를 시켰다. 디트로이트 피자는 처음 먹어보는데 튀긴 반죽이 마치 스펀지같이 부드럽고 뽀송뽀송했다. 위에는 상큼한 토마토와 올리브유가 어우러져 바삭했다. 이탈리안 피자도 너무 맛있었다. 피자 반죽을 튀긴 애피타이저를 이탈리안 채소 아루굴라와 함께 싸 먹으니 바삭하고 신선하니 건강한 디저트 같았다.

애피타이저인 튀긴 피자 반죽과  이탈리안 채소 아루굴라
애피타이저인 튀긴 피자 반죽과  이탈리안 채소 아루굴라
디트로이트 피자. 양이 엄청나다
디트로이트 피자. 양이 엄청나다
이탈리안 피자 
이탈리안 피자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리틀 이탈리” 동네를 돌아다녔다. 사람이 많고 분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거리도 어수선하고 더러웠다. 2시간 동안 번잡한 도시에 있으니 힘이 쭉 빠지고 얼른 숙소에 가고 싶었다. 벌써 삼나무 요새가 그리워졌다.

 Golden Gate Bridge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Golden Gate Bridge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그다음 날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시스코에서 우리 동네까지 쭉 드라이브해서 내려왔다.

중간에 San Jose 옆에 있는 Mountain View라는 도시에 들렀다. Mountain View는 2020년 인구 조사 기준으로 약 8만명이 사는 도시다. 실리콘 밸리가 탄생한 곳이다. 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시스코와 달리 매우 깨끗하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 같았다. 인구밀도도 낮았고, 도시도 복잡하지 않았다.

여기서 남자친구 대학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이 친구는 현재 구글에 재직 중인데 이직을 고민한다고 했다. 다들 꿈에 그리는 구글에 취직했는데 이직을 생각하다니 이해가 안 갈 거다. 고민을 들어보니 대기업이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 자체가 더디고, 작은 부서에 있으면 관심을 받기 어렵다고 한다.

무료 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oogle_Mountain_View_California_-_panoramio.jpg
무료 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oogle_Mountain_View_California_-_panoramio.jpg

현재 Google, Apple, Microsoft, Facebook, LinkedIn, 삼성 등 다수 Tech 대기업 본사가 있다. 보통 이 지역 한사람 평균 연봉이 3억이라고 한다. 그만큼 렌트비도 다른 캘리포니아 동네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Tech의 메카여서일까. 지나가는 자동차 대부분이 테슬라 아니면 전기자동차였다. 신기하고도 좀처럼 살기 쉬운 동네는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4박 5일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급하게 계획한 여행이었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런 것조차 지금 생각해 보니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글을 쓰며 느낀 것은 여행에서 자연과 접하는 것은 필수이며, 자연을 뺀 여행은 힐링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 북 캘리포니아 해안과 해안을 둘러싼 자연이 눈에 아른거린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귀여운 수달도 생각난다. 수달아, 잘 있기를... 

* 아직도 리 메탄 공원에서 빅 서 공원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다. 1번 해안도로를 여행할 경우 개통 여부를 확인하고 가면 좋겠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  jeesan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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