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 그래 어제 하루 또 잘 보내셨는가?

엊그제, <동우회> 세 친구들  절두산 순교자 성지 걸었네.

성지를 걷는 한송(좌)과 경산(우)
성지를 걷는 한송(좌)과 경산(우)

원래, 이 '절두산'이란 이름은 '蠶頭峰'으로 누에가 머리를 치켜드는 듯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네.

조선시대엔 한강의 최고 명승지로 중국의 사신들이 오면 으레 이곳에  와서 놀았다 하네.

한데, 고종 3년(1866) 병인 양요때 만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을 붙잡아 이곳에서 머리를 절단한 뒤 이곳 을  '절두산'이라 부르게 됐네.

1966년 이곳에 성당과 절두산 천주교 기념관을 세우고 주변 지역을 공원으로 꾸며 현재는 천주교 순교자 성지가 되었네.

순교자 성 김대건(안드리아) 성인 신부상
순교자 성 김대건(안드리아) 성인 신부상

아마, 이곳이 천주교 순교자 성지로 '절두산'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한강의 최고의 명승지  '잠두봉'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걸세.

그리고 그 아랜 조선시대엔 '楊花津'이라 하여 나루터였네.

지금은 나루터 위로 한강북로길이 있어 차들이 연락부절하고 찻길 위 언덕엔 개화기 이후 한국에 들어와 선교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나 묻힌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원이 있네.

고아의 慈父, 曾田嘉伊智 선생묘
고아의 慈父, 曾田嘉伊智 선생묘

그리고 합정동 큰길을 건너 양화대교 아래로 내려가면 한강공원인데 공원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면 야외 공연장이 나오네.

그곳에서 잠시 쉬고 층계를 따라 위 언덕으로 올랐네.

야외공연장에서 쉬고 있는 세 늙은이
야외공연장에서 쉬고 있는 세 늙은이

산책길이 있어 그 길을  따르다 보니 때아닌 장미가 한창이더군!

다시 산책로를 따라 얼마쯤 갔더니  바로 '望遠亭'에 이르게 되더군.

망원정
망원정

望遠亭!

원래 이 정자는 세종대왕의 형님 효령대군 정자로 어느날 봄  세종 임금께서 형님을 뵈러 그 정자로 찾아갔을 때 비가 왔다 하네. 마침 가물어 비를 기다릴 때인데. ..

그래서 그 정자 이름을 '喜雨亭'이라 했다 하네. 그 뒤 폐허가 된 것을 성종이 임금 자리에 오르면서 형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을 위해 다시 복원하고 이름을 '望遠亭'이라 개칭한 것이네.

望遠亭前三月暮
與君携酒典春衣
天邊山盡雨無盡
江上燕歸人未歸
四顧雲煙堪遺興
相從鷗鷺共忘機
風流似慰平生願
莫向人間學是非

망원정 앞 춘삼월 저무는데,

그대와 술 마시려 봄옷 잡혔네.

하늘가 산은 다하여도 비는 그치지 않고,

강 위에 제비는 돌아가도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네.

안개를 돌아보니 흥을 풀만 한데,

갈매기와 서로 좇아 사심을 잊는다.

이 풍류 평생의 소원을 위로할 듯하니,

인간 세상 시비를 배우지 마세!

현송, "인간 세상의 시비를 배우지 말라"(莫向人間學是非) 했네.

갈매기와 서로 좇으며 잠시나마 사심 잊었네.

현송, 이 시는 월산대군의 '저녁 봄날 백윤과 함께 망원정에서 노닐면서 느낌이 있어'(暮春日與伯胤同遊望遠亭有感)란 긴 제목의 시네.

이로 보아 월산대군이 벗이자 당숙이었던 부림군(富林君) 이식(李湜, 1458-1489)과 함께 망원정에 올라 읊은 시란 것을 알 수 있네.

부림군 이식은 월산대군이 죽었을 때 이렇게 애도 했네.

冥寞人間隔
嗟君向此行
英靈埋厚土
名字寄銘旌
鳥噪高陽宅
雲封望遠亭

적막하게 인간 세계와 헤어져

아~ 그대 그렇게 떠나가다니

영령은 땅에 묻히고

이름은 명정에 붙었네.

새는 고양의 옛집에서 울고,

구름은 망원정을 에워싸네.

"새는 고양의 옛집에서 울고"(鳥噪高陽宅)라 한 것은 월산대군의 별서가 고양에 있었기 때문이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저 멀리 강과 산이 아득하이

楊花津邊十月暮
東友三翁微吟步
蠶頭峰上天主堂
土亭舊址宣敎墓

倚杆望遠詠月山

江上鷗鷺相從舞

風流似慰平生願

莫向人間學世貌

양화진에 시월이 저무는데

동우회  세 늙은이 웅얼웅얼 읊으며 걷네.

옛 잠두봉엔 천주교당 서 있고,

토정 살던 옛터 언덕엔 선교사 묘원

강 위에 갈매기  서로 춤추며 좇네

이  풍류 세상의 소원을  위로할 듯하니

인간세상의 모습 배우지 마세

망원정 올라 한 수 읊었네.

망원정에 올라 시를 읊는 한송
망원정에 올라 시를 읊는 한송

어디선가 월산대군의 "인간 세상 시비 배우지 마라!" 하는 소리 들려오던군!

서둘러 내려왔네!

2023. 10. 28. 오후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이 달구벌 현송에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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