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은 '무량대수'보다 크다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수’를 익힌다.

입학하면 1학년 1학기에 9까지 수를 배우다가 다시 50까지 수를 배운다. 2학기에 가서 100까지 수를 배운다. 2학년은 1학기에 세 자리 수, 2학기에 네 자리 수를 배우고, 4학년 1학기에 이르러 비로소 ‘큰 수’를 배우게 된다. 여기에서 ‘큰 수’란 일상생활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는 만, 억, 조 등을 말한다. 천조까지 익히게 되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천문학적인 수를 접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학년별 수학 교육과정이 어떤 교육적 함의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요즘은 카드나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용돈이나 세뱃돈을 현금 대신 가상계좌 등으로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모가 손 편지와 함께 세뱃돈 3만 원을 주었는데,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 본 5학년 여조카가, "와씨, 이거 갖다 뭐함?"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한없이 애잔하게 들린다.

그런가 하면, 한 자산운용사의 설문 조사 결과, 자녀에게 주는 세뱃돈 가운데 1순위가 펀드라고 한다. 선물하고 싶은 펀드 유형으로 미국 중심의 자산 배분형 펀드가 무려 89%를 차지하고, 이어서 글로벌 주식형, 국내 주식형, 국내 채권, 글로벌 채권 등이었다고 한다(이투데이, 2024.2.8.).

어린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의 규모와 운용이 곧 진정한 경제교육의 시발점일까? 모르긴 해도,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려면 돈이 뭔지도 모르는 유아들에게 돈맛부터 가르쳐야 하나 보다.

연령별로 보면, 만 0세~6세인 미취학아동이 1,913만 주(2,721억 원), 만 7세~12세인 어린이가 3,701만 주(4,687억 원), 만 13세~18세인 청소년이 6,213만 주(7,88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성년자 중 주식 평가금액이 가장 높은 금액은 230억 5265만 원으로 나타났다.(그림과 글 : 최동민 기자, ‘미성년자 주식 보유액 1조 5천억 원’, 『한국방송뉴스』 2023.10.5.)


아무튼 초등학교 4학년 때 익히는 ‘큰 수’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백억 천억 조 십조 백조 천조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조’보다 더 ‘큰 수’가 존재한다. 조(兆)의 만 배인 수가 경(京)이고, 경(京)의 만 배인 수가 해(垓)이다.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큰 수’가 많다.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을 뜻하는 ‘극(極)’이나,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을 뜻하는 ‘불가사의(不可思議)’도 수의 개념이다. 모든 수 가운데 가장 큰 수라는 ‘무량대수(無量大數)’는 ‘불가사의’의 만 배가 되는 수라니, 우리가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이다. 일없다고 핀잔할지 모르지만, ‘불가사의’를 여기에 옮긴다. 10의 64제곱에 해당하는 수이다.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크다’, ‘작다’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예부터 ‘크고 작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했다. 맞다. 크기를 논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어쨌든 초등학교에서 ‘큰 수’는 ‘만’, ‘억’, ‘조’이다.

나는 내 깜냥을 익히 알고 있다.
‘억' 단위만 해도 멍때리는데 무슨 수로 ‘무량대수’를 알겠는가? 죽었다 깬들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눈엔 띄지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수는?
과연 ‘무량대수’일까?
그건 또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

그럼 ‘무량대수’보다 더 큰 수는 무엇일까?
촌분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단박에 말할 수 있다.

0.73

왜냐고 묻지 마라.
나는 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다시 또 그 이유를 묻는다면

내 어눌한 변설을 탓하다가
추접하고 구질구질한 똥구녁을 개탄하다가
두말없이 핫바지를 틀어잡고 히쭉히쭉 웃어넘길 것이다.

그래도
또다시 깐죽거리는 놈들에게는 흰 눈 뜨고 한소리 할 것이다.

넋 빠진 놈들!
마법과도 같은 ‘0.73’의 노회함을 애써 잊은 채
죽은 새끼 들쳐업고 좁디좁은 잔등에서 방방거리지 마라.
젖 먹던 힘 다 보태서 그악스런 주뎅이들이나 콱콱 틀어막으라.

꼴같잖은 것들!
천하에 만고잡놈 눈앞에 두고
밥지랄 쌩지랄 헛지랄 용천지랄 떨지들 말고
김인국 신부의 처절한 강론이나 거푸거푸 여겨들으라.

“악마는 존재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윤석열)가 권력 우두머리가 된 후 분심과 걱정이 그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성경이 증언하는 악마의 활동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중략)
정의가 무너지니 하느님이 살기 힘들고, 평화가 깨지니 사람이 살기 쉽지 않고, 생명을 무시하니 대한민국은 일체 피조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우울한 나라가 되었다. 지상에서 가장 미친 나라가 돼버렸다….”(김미경, ‘대한민국 국권을 팔아넘기려는 윤석열과 숨은 얼굴들’, 『한겨레:온』 2024.02.26.)

나간 놈의 집구석이라더니
벙탱이 새끼 소리 들어도 싸지.
지발덕덕 마고할미 같은 요설 좀 그만 나불거리라.
이렇게 뇌까리는 나도 내가 불가사의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나니….
 

☛20대 대선 당시 총선거인이 4419만 7692명이었다. 이중에서 3406만 7853명이 참여했고, 그중 무효투표수는 30만 7542표로 집계됐다. 윤석열 당선인의 최종 득표율은 48.56%, 이재명 후보는 47.83%다. 윤 당선인은 1639만 4815표를, 이 후보는 1614만 7738표를 얻었다. 득표 차는 24만 7077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2.3.10.)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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