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장인이야기 2. 국가자격증

부러진 다리 고치기 박광한 주주통신원l승인2017.08.24l수정2017.08.24 22:5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편집자 주] 한겨레 주주이자 문화공간온 조합원인 박광한(63)씨는 46년째 구두를 만드는 장인이다. 현재 서울 성수동 구두거리에서 구두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양화되어 가는 수제화 산업의 절멸을 막기 위해  5월 (사)한국제화산업기술협회(www.kosita.or.kr)를 주도적으로 설립했으며 지난 7월에는 수제화 장인이 당하는 갑질을 고발하는 일인시위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2주간 매일 진행한 바 있다.

세계에서 우수한 한국 수제화기능인

80년대 초반 국제기능인대회의 제화(저부)부분 금메달은 늘 한국 수제화기능인들 몫이었습니다. 국제무대가 생긴 뒤로, 만 26세미만의 후배들이 대회를 나갈 때마다 응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재주가 뛰어나 금메달을 휩쓸던 한국인의 약진이 질투가 나서인지, 8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기능인대회 제화부분은 아예 제외되었습니다.

수제화기능인의 현주소

이렇게 한국인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어쨌든 세계무대에서 한국 수제화기능인들이 최고임을 그때 당시의 국제대회 기록이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수제화기능인들의 현주소는 과거의 영광과는 다릅니다. 더 이상 그 기술을 배우는 사람 없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 KBS "꽃피워라 달순아"에서 기술시현

도제식 교육방식

35년 전까지도 수제화기능인들의 기술전수는 도제식이었습니다. 제작 현장에서 선생이 제자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가르쳐주는 방식이지요. 보통 그런 도제식으로 배울 때, 제대로 기술을 갖추는 데는 적어도 3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기술전수의 명맥이 이어져 수제화기능인들은 자신의 선생이 누구인지, 어느 지역인지에 따라 서로 계보를 따져볼 정도로 도제식 교육은 그때 당시 기술전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3D업종, 그리고 멸종?

그러한 기술전수는 앞선 세대와 미래 세대의 다리가 되어주었으나 제화산업이 3D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었고, 제화산업에 참여하는 인구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제식으로 세대를 이어주던 다리가 부러졌고 그런 상태로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결과, 35년 전 10만 명이 넘던 수제화기능인들이 현재는 2~3만 명 이하로 줄었습니다. 평균나이 62세의 수제화기능인들은 점점 고령화되어 머지않아 한국에서 수제화기능인들과 그 기술이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수입구두들의 실상

제화기능인들이 수명을 다하면 한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사람 손으로 만든 구두가 사라지고, 수입구두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현재 고가 수입구두는 어느 정도 품질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저가 구두는 독한 화공약품과 좋지 않은 재료, 기본이 없는 라스트(구두골)로 만들어 오래 신으면 소비자들의 발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구두들이 인터넷과 시장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면, 실상을 아는 수제화기능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 라스트(구두골)에 따라 신발의 형태와 치수가 달라진다.

맞춤구두의 필요성

게다가 소비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발도 늙어서 맞춤구두를 더욱 필요로 합니다. 젊어서 괜찮았던 발이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맞춤구두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맞춤구두를 신는 것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문화와 생활수준은 점점 높아지는데 우리의 발은 과거보다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제화기능인이 사라질 때 생기는 손실

이렇게 수제화기능인이라는 직업이 하나 사라지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국가적으로 경제와 사회 분야에 엄청난 손실입니다. 이 산업에 대한 제조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일자리를 비롯한 그에 따른 문화적인 가치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구두의 품질과 가격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구두를 생산하는 수제화기능인들의 기술을 보전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기술 전수를 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 구두를 만들고 있는 필자의 손

더 심각한 일본의 상황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수제화기능인들이 더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평균나이 75세로 구두제작과 기술전수를 할 동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일본 중년층들이 과거처럼 맞춤구두를 제작할 곳이 없어서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수제화기능인들과 관련 산업을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전수의 주체가 되어야할 수제화기능인들이 너무 고령화된 상태라 이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한국은 기술전수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부러진 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낭비되는 청년들의 시간과 비용

도제식 교육방식의 명맥이 끊어진 상태에서 현재 공방이나, 아카데미, 학원 등에서 수제화기술을 조금씩 가르쳐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교육과정들이 복잡하고 숙련된 전문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기준이 없는 상태라서 잘 가르치는 지, 제대로 배웠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학원이나 아카데미를 수료한 청년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기술을 갖추지 못 한 경우가 많아, 소중한 청년들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다는 업계의 우려가 있습니다.

첫 단추, 국가자격증

고령화되고 있는 수제화기능인들과 배우고자 하는 청년들과의 세대교체를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제화기술 국가자격증이라는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자격증 과정은 수제화기능인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거나, 제화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추고 검증하는데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국가자격증 가운데 왜 유독 수제화기능인 자격증은 없는 걸까요? 산업의 변화가 찾아오고 도제방식의 기술전수가 맥이 끊어지면서, 이 직업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이 한 몫 했고, 노동자인 수제화기능인들 스스로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도 한 몫 했습니다.

 

▲ 작업중인 필자

자금이 기회

수제화기능인 국가자격과정을 심도 있게 가르치고 기술을 갖춘 이들에게 자격을 부여한다면, 이 가치 있는 직업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자격을 갖춘 장인들의 구두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늦었지만 아직 희망이 있는 지금이 세계에서 인정받던 손재주를 다시 꽃피워 이태리구두보다 더 뛰어난 한국의 수제화로 발돋움을 할 때입니다.

시민들의 관심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수제화 산업이 기술자가 없어 쇠퇴되어가는 절박한 위기 속에서 수제화기능인들이 모여 최근 한국제화산업기술협회가 발족되었지만,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구두 소비자들인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산업을 지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국가자격증을 시작으로 산적해있는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한국제화산업기술협회 공식 사이트 www.kosita.or.kr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박광한 주주통신원  kosita.or.kr@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광한 주주통신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SJ 2017-09-06 07:38:41

    수제화 교육을 받고 취직을 못하는 수제화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다?
    필자님께서 말씀하시는 '취직을 한다'는 의미는 공장에서 골싸기를 해야 한다는건지..
    풀을 넣는 과정인지..
    타카를 뽑으며 잡일을 하는건지 모르겠으나..
    수제화 교육을 받는 대부뷴의 사람들은 공장이 아닌 기계를 최소화한 공방 스타일의 작업을 비롯하여 패턴부터 갑피, 저부까지 모두 배워 수제화 공방 창업 목표가 대부분입니다.
    장인이라면 패턴부터 바닥까지 모두 할줄 알아야겠죠.
    그들은 장인이 되고 싶지 공장 취직이 목표가 아니랍니다.신고 |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참여소통 데스크  |  전화 : 02)710-0093  |  등록일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23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김광호  |  에디터 : 이동구  |  부에디터 : 안지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호
    편집위원 : 김경애, 김미경, 박효삼, 서기철, 심창식, 양성숙, 정혁준, 김국화  |  객원편집위원 : 김동호, 김태평, 이미진, 유회중
    Copyright © 2017 한겨레: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