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좋아한다. 저녁 6시 넘으면 일에 지쳐 꼼짝 않고 쉬고 싶을 때다. 그래도 맘을 다잡고 요가수업을 다녀오면 온몸 근육이 시원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기는 듯해서 '참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하곤 한다.

요가를 한지 햇수로 8년이 넘는다. 처음 4년은 정통요가를 했지만 6시 넘어 하는 수업이 없어져서 쉬고 있던 중, 다시 직장인 반이 생겨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 수업에서는 정통요가와는 좀 다른 변형된 요가(SNPE)를 한다.

SNPE(Self Nature Posture Exercise : 자가본연자세회복운동)는 요가자세를 많이 활용하는 신체교정운동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근육을 길러주는 동작과 척추를 바르게 펴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요가라 할 수 없지만, 다들 그냥 요가라 부른다. 정통요가는 깊은 들숨과 날숨을 조절해가며 넉넉한 시간으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므로 나에게 잘 맞았다. SNPE 수업은 그런 여유시간 없이 조급하게 진행되어 많이 아쉽다. 대신 스트레칭을 많이 해주고 안 쓰는 근육도 사용하게 해주어 몸에 좋다고 하니... 

이 SNPE 요가수업 중 나에게 한 가지 문제가 일어나곤 한다. 이 때문에 수업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누워서 배 주변 근육을 단단하게 해주는 이런 저런 동작을 할 때, 내가 통제할 수 없이 방귀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우유나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와 고구마를 먹었을 때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저절로 ‘피식피식 뽕뽕뽕’ 방귀가 나온다. 참으로 쑥쓰럽다. 나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더 심하다. 내가 뀌고도 안 뀐 척 가만히 있은 적도 있고, ‘죄송합니다’라고 한 적도 있는데 이리 해도 저리 해도 사람들은 웃는다. 아무래도 내가 '방귀쟁이 푼수'로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하고 유쾌하지 않다. 기침을 하면 아무도 안 웃는데 방귀를 뀌면 왜 사람들은 웃을까? 왜 사람들은 방귀 뀌는 걸 부끄러워할까? 방귀를 참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상식인데...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효도하려다 엄마에게 혼난 방귀 일화가 생각난다.

내가 4살 때였다. 나는 엄마를 무지 사랑했다. 어느 날 저녁, 아빠는 친구분을 집에 모시고 오셨다. 엄마는 부리나케 음식을 준비해서 저녁상을 들고 방안에 들어섰다. 상을 놓으려고 몸을 구부리는 순간, 그만 엄마에게서 방귀가 뿡~~하고 나왔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엄마, 아빠, 아빠 친구분 모두 다 모른 척하고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방귀소리를 분명히 들은 어른들이 모른 척 하자, 어린 나이에도 엄마가 손님 앞에서 방귀를 뀌는 것은 뭔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어른들처럼 웃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날 밤 아빠와 엄마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 : 아까 창피해서 죽을 뻔 했네요.

아빠 : 뭘~~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엄마 : 그래도 말이에요. 그럴 때 누가 '방귀 내가 뀌었다'고 해주면 덜 창피했을 텐데...

나는 속으로 엄마를 도와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면서 자는 척 가만히 듣고 있었다. 몇 달 후... 아빠가 또 그 때 그 친구분을 모시고 오셨다. 엄마는 또 부리나케 음식을 준비하셔서 저녁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상을 살포시 조심조심 놓았다. 나는 엄마가 방귀 뀌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엄마는 방귀를 뀌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꼭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엄마, 빨리 방귀 껴. 내가 꼈다고 말할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큰 웃음을 터트렸다. 심지어 조신함의 대가이신 할머니도 웃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 등짝을 살짝 두들겨 맞았다.

▲ 사랑하는 우리 엄마 : 지난해 10월 한겨레:온과 문화공간온이 공동 주최한 역사탐방에서

오랫동안 당뇨병를 앓고 계신 엄마는 방귀쟁이가 되었다. 엄마 말로는 당뇨약 땜에 방귀가 더 나온다고 하신다. 그래서 남들과 같이 어디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 가을에 <한겨레:온>과 <문화공간 온>에서 진행하는 역사탐방에 다녀오셨다. 역사이야기를 워낙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엄마!!! 지금은 맘대로 방귀 뀌시죠? 이젠 제가 뀌었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되죠? 세월이 흘러 저도 엄마 따라 방귀쟁이가 되어버렸네요. 엄마 사랑합니다.”

* 어려서 일은 엄마가 수십 차례 하신 말씀에 약간 상상을 가미한 것이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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