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오딧세이아6 백제의 자아를 찾아가는 60고개

以六年丙申      그런데도[以] 풍요[年]를 저물게 하자[六] 병신년(396년)
王躬率水軍      왕은 몸소 수군水軍을 인솔하여
討利殘國軍      백제를 토벌[討]하고 경계[囗]를 넘는[或] 목마[軍]를 침투[利]시켰으니,
○○首攻取      뒤집힌[到] ‘수首’가 공격[攻]함으로써[以] 아래 58城을 취하였다.
1)壹八城 2)臼模盧城 3)若模盧城 4)幹弓利城 5)○○城 6)閣彌城 7)牟盧城 8)彌沙城 9)古舍(조)城 10)阿旦城 11)古利城 12)○利城 13)雜彌城 14)奧利城 15)勾牟城 16)古須耶羅城 17)頁○ 18)○○ 19)○○ 20)分而耶羅城 21)○城 22)○○ 23)○○ 24)○○ 25)豆奴城 26)沸○ 27)○利城 28)彌鄒城 29)也利城 30)大山韓城 31)掃加城 32)敦拔城 33)○○ 34)○○ 35)婁賣城 36)散那城 37)○婁城 38)細城 39)牟婁城 40)于婁城 41)蘇○城 42)燕婁城 43)析支利城 44)巖門至城 45)林城 46)○○ 47)○○ 48)○○ 49)○○ 50)就鄒城 51)○○○ 52)古牟婁城 53)閏奴城 54)貫奴城 55)三穰城 56)○○ 57)○○○羅城 58)仇天城
○○○○逼其國城 ○○○○ 키질[其]하며 일탈[或]을 포위[囗]하는 성城을 핍박[逼]해도
殘不服氣         백제는 까마귀깃털[氣]을 패용[服]하지 않고
敢出百戰         감히 획일[一]의 깃털[白]을 출시[出]하며 전율[戰]하였다.
王威赫怒渡阿利水 왕이 꾸짖음을 위협[威怒]하고 분노를 미화[赫怒]하여 아리수를 건너고
遣刺迫城         다그치는 자아[迫城]를 보내어[遣] 포위하는 자아[迫城]를 시해[刺]하자
橫衝直撞以       가로대[橫]로 묶인 범생이[直]들이 좌충[衝]우돌[撞]하면서[以]
便國城而殘主因逼獻 경계넘는 자아를 자랑[便]하매 백제왕은 ‘문헌다그침’에 기인[因]하여
上男女生口一千人 식구[口]를 먹여 살리는[生] 남녀 1천을 섬기며[上]
細布千匹歸王     세심하게도 1천의 배필[匹]을 베풀어[布] 왕에게 귀의[歸]하여
自誓從今以後     스스로 종복[從]을 따르고[後] 따름[後]를 첨단화[今]하며
    永爲奴客           길이 (백성의)奴客이 될 것을 맹세[誓]하였다.
太王恩赦先迷之愆  태왕은 지금껏 백성을 미혹한 허물[愆]을 사면[赦]함을 하사[恩]하고
    錄其後順之誠        훗날의 백성을 섬기는 정성[誠]을 기약[其]함을 확보[錄]했으니
於是取五十八城    ‘어시於是’가 ‘춤추는[五] 꼬치[十]들이 분리[八]하는 성城’을 취取하매,
村七百將殘主弟幷  촌닭들이 깃털을 죽이고 백제왕으로 하여금 상생[幷]을 존중[弟]하고
大臣十人旋師還都  十人을 우대하며 十人을 섬겨 '사師'를 돌려보내고 환도하게 하였다.

 

‘그런데도[以]’는 앞 장(신묘년기)을 환기한다. 옛날 ‘是屬民’하던 백제신라가 중화에 동화되어 ‘是倭民’하는 나라로 변질되자 신묘년 이래 고구려는 백제신라를 무너뜨리고 무너진 백제신라를 부활하여 ‘是屬民’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以]…

‘六年’은 욕망을 충족하는 풍요[年]로운 시대를 저물게[六]하고 다시 금욕의 시대를 열었다는 말이다. 六은 보름달(15일)이 지나 기울어가는 달이다.

‘수군水軍’은 창칼을 휘두르는 有의 군대와 붓을 휘두르며 물(문화)을 움직이는 無의 군대(선비군단)를 동시에 의미한다.

미상의 글자 ○○은 누군가의 탁본에 근거하여 ‘以到’로 간주하였다.

‘수首’는 하늘(상부구조)을 우러르는 중화의 퀸카이며, 반대로 하부구조를 중시하는 유화문명의 퀸카는 '혈頁'이다.(주역 제24지뢰복地雷復 제28택풍대과澤風大過 제30중화이重火離 등 참조) '뒤집힌 수首’는 곧 '혈頁'을 의미한다

영락6년기 전반부(1~11행)는 有의 전장에서 백제를 토벌하고 無의 전장에서 경계를 넘는 트로이목마[軍]를 침투시켜 58성을 取한다. 첫 번째 ‘일팔성一八城’은 ‘획일화[壹]와 배척[八]의 성城’이요, 58번째 구천성仇天城은 ‘하늘[天]을 겁탈[仇]하는 城’이다.

후반부(12~27행)는 59번째 城을 취하고 목적지인 60번째 城에 도달한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자아를 상실하여 온)60고개―육십갑자(중화의 순환주기)―를 거슬러가는 것이다.

14행은 공작새들의 죽음(전율: 논어 팔일21장 참조)과 부활(출시)이다.

15행의 ‘아리수阿利水’는 ‘언덕[阿≒無]이 착취[利]하는 물[水]’이다.

17행의 ‘가로대[橫]로 묶인 범생이[直]들’은 성인군자들이 동일시하는 충신·효자·열녀들이다.

19행의 "식구를 먹여살리는"은 까마귀백성의 특성이다. 공작새선비들은 식구를 먹이는 생업을 기피한다. 그 중 선택받은 자들은 유가가 부양하지만, 소외된 선비들의 가족은 굶어죽기 일쑤다. 열하일기 '앙엽기'에서 연암은 과거에 낙방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비들이 기거하는 '석조사'라는 절 이야기를 한다. 그 중 유세기라는 선비는 몇 년 전 아내를 잃고 네살배기 딸을 처가에 맡겨둔 채 석조사에서 글품을 팔아 끼니를 때운다고 한다.

25행의 ‘십十’은 한 꼬치[一]로 꿴[丨] 충신 효자 열녀로서 중화문명의 주인공이지만, 27행의 ‘결속하는 사람[十人]’과 ‘모든 사람[十人]’은 유화문명의 주인공 결속의 세계를 추구하는 지식인과 백성이다.

59번째의 성은 14행의 ‘五十八城’. 하늘과 땅 사이에 춤추는[五] 꼬치구이[十 충신 효자 열녀]들이 분리·배척[八]하는 城이다. ‘五十’의 뿌리는 논어 위정 제4장 “꼬치로 꿴 것[十]을 천지간에 춤추게[五]하니 천명을 주재한다[五十而知天命]”라는 구절이다.

목적지인 60번째 성城은 어디인가?

다름 아닌 26~27행 촌닭들[村]이 건설하는 다양성과 변혁의 나라다. 마지막 부분에서 각 주체들의 역할을 유의하라. 광개토왕, 백제왕, 於是, 촌닭들. 於是와 촌닭들은 일체일 수도 있지만, 민중주체를 강조하고자 구분하였으리라. 

결국 광개토왕은 트로이목마[軍]를 침투[利]시켜 59개의 중화의 城을 무너뜨림으로써 잃어버린 백제의 자아[城]를 회복한다. '중화문명 vs 유화문명'의 전쟁은 '큐피드 vs 큐피드'의 전쟁이며 '트로이목마 vs 트로이목마'의 전쟁이다. 두 문명의 깃털전사들을 문화의 지평에서 화살[射]을 날리는 큐피드에 비유하였다면, 전쟁국면에서는 병사[軍]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의 영웅 오딧세이아는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에 침투시킴으로써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는 사이에 패색이 짙어가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비결은 무엇일까? 목마는 문화text다. 그 속에 숨겨진 병사들은 의식context이다. 찬란한 그리스 문화text에 매혹된 트로이사람들은 그것을 스스로 끌어들였으니, 문화에 내재된 정신context이 트로이의 영혼을 포획하였으리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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