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고조선3 곰과 범의 에덴동산에서

一熊一虎 同穴而居  획일화[一]하던 곰과 획일화[一]된 범이 같은 (중화의)동굴에 살며

常祈于神雄願化爲人 항상 신웅께 빌어 (곰은)사람을 化하고 (범은)사람대접[爲]을 원했다.

時神遺靈艾一炷     때마침 신인[神]이 영험한 쑥 한 줌과

蒜二十枚曰         마늘 20개를 던져주며 말하였다.

爾輩食之 不見日光  “너희가 그것을 먹고 중화[日]의 빛[光]을 차별화[見]하지 않으면

百日便得人形       획일의 하얀 깃털[一白日] 편이 사람에게 프레임[形]을 깨우치리라.”

熊虎得而食之       곰과 범은 그 말을 (나름대로)이해[得]하였으니, 그것을 먹으며

忌三七日熊得女身   ‘왕의 죽음과 부활[三七日]’을 금기[忌]한 곰은 여자의 몸을 得했으나

虎不能忌而不得人身  범은 불능不能이 금기[忌]하였으므로 사람의 몸을 得하지 못하였다.

熊女者無與爲婚故    곰이 겁탈한 자들이 결혼을 기피하며 도리[故]와의 결혼을 위하매

每於壇樹下呪願有孕  웅녀가 매일 단수 아래서 문화를 저주[呪有]하며 임신을 기원하자

雄乃假化而婚之      수컷[雄]들은 마침내 변화[化]를 받아들여[假] 그녀와 혼인하였으니

孕生子 號曰壇君王儉 웅녀는 임신하여 아기를 낳아 단군왕검壇君王儉이라 불렀다.

(통론: 곰 한 마리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고 있었는데 항상 신웅神雄(환웅)에게 빌어 사람이 되길 원했다. 이때 신웅神雄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의 모습을 얻을 것이다.”하였다. 곰과 범이 그것을 받아서 먹으며 삼칠일(21일) 금기하여 곰은 여자의 몸을 얻었으나 범은 금기를 잘 못하여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혼인해서 같이 살 사람이 없으므로 날마다 신단수[壇樹] 아래에서 임신을 축원하였다. 환웅이 잠시 변하여 그녀와 혼인해주자 잉태해서 아들을 낳아 단군왕검이라 불렀다.)

뱀이 여자에게 물어 가로되,

"하느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실과는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는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될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봄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뱀이 말해준 비밀은 무엇일까?

하느님은 먹지 말라 하였으나, ‘참으로’ 먹지 말라 한 것은 아니니, 비밀은 다름 아닌 ‘금기의 역설’이다. 금기하면 침범(모방)하리라. '금기의 역설'을 이해한 아담과 이브는 무화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아마도 이전까지 옷이라는 문화는 하느님(야훼)의 전유물이었을 터, 뱀으로부터 말씀의 비밀을 전수받은 아담과 이브는 옷벗은 원숭이들의 부끄러움을 널리 유행시키고 치부를 가리는 옷으로 차별화하여 인간의 모방본능을 자극하며 인간세상을 지배하였으리라.

이제 단군신화가 "획일화하던 곰과 획일화된 범[一熊一虎]"으로 묵시하는 중화의 비밀 「계사繫辭」제5장을 보자.

一陰一陽之謂道       ‘하나’가 음이 되고 ‘하나’가 양이 되는 것을 道라고 한다.
繼之者善也           이어져 나가는 것은 선善이요 
成之者性也           업그레이드되어 나가는 것은 성性이라,
仁者見之謂之仁       인자는 그것(善)을 우상화하며 ‘善을 자랑[之=見]하라’ 이르고  
知者見之謂之知       지자는 그것(性)을 차별화하며 ‘性을 모방[之=見]하라’ 이르매,
百姓日用不知故       백성들은 퀸카[日]가 부려먹어도 연고[故]를 알지 못하니
君子之道鮮矣         군자의 도道는 아름답구나.
顯諸仁 藏諸用        모든 인仁을 드러내고 모든 용用을 숨겨서
鼓萬物而不與聖人同憂 만물을 고무하면 성인의 편이 아니면서도 함께 근심하니
盛德大業至矣哉       성덕盛德과 대업大業이 지극하도다! 
富有之謂大業         공작새를 부자로 만드는 것을 대업이라 하고
日新之謂盛德         퀸카[日]가 새롭게 하는 것을 성덕이라 한다.
生生之謂易           살아있는 것을 살리는 것(가짜변혁)을 역易이라 하고
成象之謂乾           이미지[象]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건乾이라 하며 
效法之謂坤           법法을 복사[效]하는 것을 곤坤이라 한다.
極數知來之謂占       극수極數로써 미래를 주재하는 것을 점占이라 하고,
通變之謂事           죽음과 부활[通]로 (공작새가)변신하는 것을 섬김[事]이라 하고, 
陰陽不測之謂神       음양으로 (까마귀가)헤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을 신神이라 한다.

공자는 이렇게 하느님(중화)의 비결을 거침없이 토로하였으니, 말귀를 알아들은 선비들은 아담과 이브처럼 기꺼이 주님께 귀의하였으리라. 그러나 대다수 선비들은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는 것을 道라고 한다.[一陰一陽之謂道]”라고 읽었으니, 우리는 아직도 ‘음양陰陽’이라는 가짜변혁을 진짜변혁의 원리로 이해하고, 그것으로 영원히 이어져나가는 '오행五行'이라는 공작새낙원의 질서를 인간이 지켜야 할 만고의 진리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속는 자와 속이는 자가 함께 살아가는 희한한 세상에 환웅이 강림하여 세상을 바꾼다. 그 소식을 듣고 그 동안 인간을 기망해온 곰(선비)은 자기가 기망해온 인간을 변화시키고, 기망을 당해온 범(욕망하는 백성)은 인간대접받기를 기원한다.

마치 뱀이 아담과 이브에게 유혹했던 장면처럼, 곰과 범의 에덴동산에 환웅이 다가와 미션을 제시한다. "이것을 먹으며 중화에 부역하지 않으면 낙원을 되찾으리라." 말귀를 제대로 알아들은 곰은 여자의 몸을 '득得'하였지만, 무지한 범은 환웅의 이야기를 거꾸로 알아들었으니, 도리어 중화(금기)를 실천하여 사람의 몸을 '득得'하지 못한다. 여기서 '득得'은 '얻다'와 '각성'을 동시에 함축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곰은 여자의 몸을 얻었지만, 이전까지 곰에게 중화주의를 교육받은 남자[雄]들은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지 않고 '도리(삼강오륜)와의 결혼(열하일기에서 연암은 '절개와의 간음[節淫]'이라 풍자한다.)'을 도모한다. 그러자 곰은 자신이 퍼뜨린 중화문화를 저주하며 '자유롭게 사랑하는 문화'를 기원하였으니, 비로소 남자들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니 앞 대목에서 사람의 몸을 득得하지 못했던 범도 이제는 각성[得]하였으리라.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의 (생물학적)자손은 아니다. 신화가 그것을 명시한 것은 인간을 분별하는 '선민사상'을 배격한다는 취지다.

기독교신화와 단군신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지배계급을 위한 신화이며, 단군신화는 지배계급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신화다. 금기의 역설, 그리고 모방과 차별화라는 이중적 행동과학 트리클다운trickle-down이론(이 용어는 독일의 철학자 사회학자인 지멜Georg Simmel이 1904년 발표한 논문에 유래한다)에 근거한 문명의 비결을 전수받은 아담과 이브가 깃털문명을 주도하며 인간을 지배한다면, 환웅으로 인하여 그 비결을 각성한 웅녀와 단군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을 각성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환웅이라는 반역자의 역할이라면, 다음 23화는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부활한 인간 단군의 이야기다. 신화는 곧 역사이며,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이다. 단군은 어떻게 중화의 동굴과 싸우는가? 중화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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