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도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후끈한 여름이 찾아왔다. ‘캐나다는 북쪽에 위치한 나라니까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어?’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그리고 오타와는 여름에 일주일 정도 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가 찾아온다. 두 달 반 정도는 30도를 왔다 갔다 하는 날씨가 계속된다. 겨울은 눈이 많은 우기이고 여름엔 비가 없는 건기다. 여름이 오면 대부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쨍쨍한 햇볕이 거리를 달군다.

▲ 작년 몬트리올 하늘

몬트리올 주민은 7~8개월간 겨울이 지겨웠는지 날씨가 따뜻해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햇살을 즐기러 나온다. 몬트리올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매주 주말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몬트리올 주민들은 이 기간에 ‘미친 듯이 논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 그동안 놀지 못한 걸 4개월 동안 다 해버리겠다는 마음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일까? 보스 스테판도 이 기간에 휴가를 쓰라고 학생들에게 권한다. 사무직원들은 당당히 ‘3주 동안 휴가 간다’는 이메일을 보내놓고 연구소에서 하나둘씩 사라진다.

▲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몬트리올 거리

그럼 캐나다의 여름 생활을 들여다보자.

1. 다양한 festival

- Jazz festival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Jazz는 누구나 즐겨 듣는 장르다. 몬트리올에선 매년 7월 초순에 10일 동안 Jazz festival이 열린다. 대부분 무료 공연이다. 예술의 거리로 알려진 Quartier des Spectacles에서 진행 되는데 이벤트가 있는 기간 도로를 막아 차가 다니지 못하게 한다.

▲ 몬트리올에서 열린 재스 페스티벌. 현대도 스폰서다. 현대 로고가 반갑다.

Jazz를 듣다 출출하다 싶으면, 늘어선 다양한 food truck으로 달려가 햄버거, 푸틴(감자튀김에 그레이비소스와 응고 치즈를 함께 넣어 만든 캐나다 퀘벡 음식), 핫도그 등을 사먹을 수 있다. 술 한 잔 하고 싶을 경우 Jazz festival 스폰서 중 하나인 하이네켄 천막에 들어가 맥주를 살 수도 있다.

▲ 푸드 트럭

올해는 다른 계획이 있어 Jazz festival에 참석 못했지만 작년엔 사촌동생과 Jazz festival에 참석했었다. 잔디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라이브 재즈를 들으니 잡다한 생각이 없어지며 잠시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 몬트리올에서 열린 야밤 재스 페스티벌

- LGBT festival

LGBT는 이제 우리에겐 나름 친숙해진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약자다.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억압받았던 그리고 아직도 억압받고 있는 성소수자 그룹을 말한다. 몬트리올뿐만 아니라 다른 캐나다 도시에서도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여름에 행사 및 퍼레이드를 한다.

▲ 토론토에서 열린 LGBT festival

올해는 Toronto 친구 집에 방문한 길에 토론토 LGBT festival에 참석했다. 한 달간 진행하는 큰 행사라 한다. LGBT그룹 마스코트인 무지개 색깔이 온 도로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성소수자들은 특이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 중엔 나이 불문하고 게이가 유독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중성적인 느낌이 나는 시크한 옷을 입고 완벽한 헤어스타일로 거리를 활보했다.

캐나다에선 남자가 옷을 잘 입고, 잘 생기고, 몸도 완벽하면 ‘혹시 게이 아냐?’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 이유는 실제로 게이들이 일반 남성에 비해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고 festival에 참여한 많은 게이 커플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멸시와 조롱과 모욕과 차별을 받는 성소수자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 토론토에서 열린 LGBT festival 퍼레이드

LGBT festival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퍼레이드다. 성소수자들이 다양한 공연을 하며 행진했다. 퍼레이드 당일 토론토 시민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무지개 색깔이 들어간 옷, 양말, 장신구를 걸치고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관중들이 도로를 꽉 메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성소수자들의 행진을 보며 관중 모두 환호하였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했다.

캐나다에서는 1981년 처음 성소수자들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매년 행사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찾아 나갔다. 그렇게 긴 역사 때문일까. 30년 지난 지금은 모두가 즐길 수 있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얼굴에 무지개 페인트를 칠한 어린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성소수자들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 흔드는 모습을 보고 다시금 캐나다라는 나라가 따듯하게 다가왔다.

▲ LGBT festival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퍼레이드

우리나라도 성소수자 행사가 20주년을 맞았다. 성소수자들이 행진에 참여하기 두려운 이유 중 하나가 혐오적인 발언과 시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성소수자들이 증가하면서 올해 최초로 7만 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또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EU 6개국 대사는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할 것'이며 '다양한 사회가 곧 강한 사회'라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간 어린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성소수자 행사에 참여해서 웃어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2. 다양한 문화공간

- 야외 장터

Atwater market, Jean talon 그리고 과일 가게

5월이 되면 야외 야채, 꽃가게 그리고 음식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게도 신선한 과일, 야채 그리고 꽃과 식물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다. 어제는 애플망고 3개를 5천원, 체리 50개를 3000원에 구매했다.

▲ Jean talon

Atwater와 Jean talon 마켓은 이것보다 규모가 크다. 1933년부터 퀘백 농사꾼들이 시작한 이 장터는 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몬트리올의 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퀘백 농사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직접 재배하거나 생산한 신선한 야채, 과일, 꽃, 나무와 와인, 치즈, 고기 등을 저렴하게 팔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대화를 하곤 한다.

한번은 정육점에서 고기가 매우 저렴해 멍 때리고 보고 있었는데 점원이 고기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15분 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점원은 한국인 친구가 몇 명 있는데 한국인들이 다들 즐거움이 넘치며 참 좋은 민족인 것 같다며 칭찬했고 놀랄만큼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여유 있는 상인과 활기찬 야외 가게는 살 것만 사고 후다닥 뛰쳐나오는 대형마트와는 다른 푸근한 느낌이 있어 참 좋다.

▲ market 식당

마켓 안 한쪽에는 마다가스카르, 싱가폴, 이탈리아 등 각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들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다가스카르 음식을 먹어봤는데 사용한 향신료가 동양적이라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마다가스카르 인구 절반의 조상이 옛날에 동남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란다. 음식에서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 마다가스카 음식

- 무료 수영장

후덥지근한 여름 어느 날, 더위에 못 이겨 친구와 함께 공원에 있는 야외수영장에 갔다. 3개 풀장이 있는 수영장은 한적하며 깔끔했다. 입장권을 사려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표를 파는 곳이 없었다. 주위를 계속 서성거리니 인명구조원 복장을 한 직원이 도움이 필요하나며 다가왔다. 입장권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물었더니 직원이 당황한 미소를 지으며 수영장은 무료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무료입장에 친구와 환호하며 수영장을 맘껏 이용했다. 속으로 수영장을 무료로 운영하는 방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야외수영장

- 미술관 및 박물관

몬트리올에는 약 40 여개가 넘는 미술관 및 박물관이 있다. 이 때문에 몬트리올을 캐나다의 '문화수도'라 부른다. 몬트리올에선 특정 요일을 선택하면 다양한 미술관 및 박물관을 무료 혹은 할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몬트리올 시민들은 이를 적극 이용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긴다. 모든 사람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캐나다를 왜 북유럽 사회주의 국가와 닮았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 공원

몬트리올은 공원이 참 많다. 20분 거리마다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햇살을 즐기며 치즈와 와인, 감자칩과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각자 악기를 가지고 와 즉석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나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을 보며 책 읽는 걸 종종 즐긴다.

▲ 공원
▲ 공원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몬트리올 맥길로 박사과정을 오게 됐을까? 한국 석사 후 연구실에서 했던 실험과 지금 하고 있는 실험이 유사하다는 데서 가장 큰 이유가 있겠지만 몬트리올이라는 도시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 망설임 없이 쉽게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 같다.

캐나다 친구들은 몬트리올이 외식을 제외하고는 저렴한 생활 물가, 저렴한 렌트비, 차별 없는 사회, 안전함 그리고 누구나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도시라고 늘 이야기해줬다. 1년 2개월 살아보니 친구들 이야기가 맞다. 학생들도 ‘몬트리올은 학생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심지어 헬스센터 비용이 학생은 한 달에 10불이다. 몬트리올과 미국이라는 두 곳을 놓고 고민하던 2017년 11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감사할 뿐이다.

* 참고사항 : 만약 캐나다 몬트리올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6월이 좋은 것 같다. 5월은 가끔 춥기도 하는데 6월은 후끈 덥지도 않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봄·여름 날씨다.

* 참고기사 : 6개국 대사 “국제사회는 계속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할 것” 첫 공동입장 발표.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96298.html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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