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조용한 일상이 이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덕분이다. 가급적이면 외출을 자제하다가 요즘은 아예 집을 나가지 않는다. 이 두메산골만한 청정지역도 없는데 여기서 작업이나 실컷 하는 거다. 간절한 기원, 이 주제로 테라코타나 실컷 한다.

그래도 세상과 단절하기 싫어 뉴스와 유튜브에 새 소식을 기다리지만 희망적인 소식은커녕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인류가 쩔쩔매는 세상을 매일 접할 뿐이다. 중국에서 시작했다지만 이제 서방세계가 제일 심각하다. 그들이 큰소리치며 리드해온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위기에 봉착했다. 의료 보건 복지가 시장주의에 밀려나 방치한 결과 속수무책이 되었다. 이제는 국유화니 국경 봉쇄니 배급제니 하며 공공영역으로 관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시장에만 맡기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이제야 드는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인간사회는 자본시장만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가려진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 <맞섬> 유화 50호 2015년 김봉준 작

위기가 와야 새 질서는 떠오르게 마련이다. 시장만능주의에 맞서서 인간다운 새 질서를 세우려했던 인류의 무수한 진보적 비전들이 앞으로 다시 검토될 것이다. 위기가 와야 비로소 새 질서는 창조되는 것이다. 위기에 맞서 준비한 자만이 새 질서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은 자기도 모르게 이런 창조적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는 보건의료와 복지, 정보통신기술 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예술에서도 새 질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거대한 구체제가 창조적인 시민의 역량을 가두어 왔기 때문에 시민의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간절한 기원은 오래되었다. 내가 바라는 인류의 창조적 새 질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물질만능주의가 아닌 생명이 모두 신성한 영혼으로 살고 지는 지구촌이다.

* 김봉준 화백 소개
2019 '김봉준미술40년 기념전'. 갤러리 미술세계
2019 '시점'ㅡ'1980년대소집단미술운동 아카이브전' 초대. 경기도립미술관
2019 '오월의 통곡' 개인전. 광주 메이홀 초대전
2018 '민중미술과 영성전' 서남동목사탄생100년기념사업회, 연세대박물관.
2018 '아시아판화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1982 미술동인 '두렁' 창립, 걸개그림 목판화 미술운동 주도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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