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하마을 노무현> 조각상, 테라코타 사람 크기. 2010년 김봉준 조각

 

오월이 오면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가 올해 11주년이고, 광주민주화운동 40년 되는 무거운 달인데 오월의 산천은 생명이 힘차게 번창하는 녹색의 대지로 흐벅지다.

5월이 오면 또 하나의 사건이 나를 무겁게 만든다. 노무현 대통령은 봉화마을로 낙향 후 고향마을 살리기에 애쓰다가 2009년 5월 23일 갑자기 부엉이 바위 아래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런 급서에 난 기가 막혀 한 때 멍한 상태로 멘탈 붕괴를 겪었다. 노무현의 죽음은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모든 시민을 참담하게 했다.

정치검찰의 권력 남용에 민주적인 대통령 한 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하였다. 나처럼 서울에서 지역으로 낙향했던 사람들은, 귀향해서 새로운 마을 만들기에 애쓰시는 전직 대통령 모습에 희망을 가졌었다. 다른 건 잘 몰라도 노무현의 지역 사랑과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생태마을 가꾸기는 나의 문예활동과도 맞아 한층 고무가 되었는데 갑자기 서거라니.

원주시의 오지 마을로 들어와 생태마을축제를 일으키고, 마을 박물관을 세우고, 지역문화만들기 문화프로젝트ㅡ신화미술관 설립, 여신신화축제, 다문화공생문화제, 양성평등지역문화 만들기 등등을 하던 때다. 노무현 정부가 아니었다면 지원 받을 수도 없는 거버넌스 문화사업을 왕성하게 펼쳤다. 그러니 갑작스런 그의 죽음은 낙담에 젖게 했다. 에잇!! 몹쓸 세상 못된 정권! 고향으로 돌아가 범부로나 살겠다는 대통령을 기어코 못살게 하다니...

서거 1년이 지난 다음 해 봄. 노무현기념재단이 생기고 사업으로 기념전시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이광재 전대통령비서가 미술가들을 초대해서 봉하마을도 견학 가고 강원도 대관령 관광도 하며 좋은 작품 출품을 독려 받았었다. 그 때 출품한 것이 <봉하마을 노무현> 테라코타상이다. 흙에 살리라,... 마지막 꿈을 꾸던 노무현. 그 마을에 봉하천이 있어 남방에서 날라오던 여름철새 큰기러기도 곁에 만들어 놓았다. 이 천연기념물 기러기를 다시 봉하천에 오게 했던 것은 노대통령의 생태마을로 가는 꿈에 다름 아니었다.

오월에 떠나간 노무현, 이분은 정말 어떤 분인가. 아직도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채 그가 던지고 간 역사의 숙제를 우리는 줄기차게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시대를 완성하려고 한다. 민주주의 완성, 적패청산과 개혁, 그리고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전천후로 펼쳐가는 시대가 되었다. 나라에 건강관리본부를 세웠고,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했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수립했고 지역문화육성책을 추진했던 노대통령은 권위주의와 싸우면서 적폐 권력 앞에서 체면치레와 몸 사리기를 하지 않았다. "권투선수가 맞지 않고 싸움을 이길 순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진짜 싸움을 아는 분이다. 대의를 위해선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망신과 상처를 피하지 않았다. 책사보다 문화전사가 되어 갈등을 극복하려했다. 그래야 크게 국론을 통합한다고 보았다.

자연의 오월은 생명력이 춤추건만 역사의 오월은 잔인한 달이다. 모진 시련들을 겪게 한다. 봉하천을 정화해서 큰기러기를 다시 초대했던 것처럼 그 분은 우리를 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하나 둘 착착 안착시키도록 하늘에서 바람 지피고 있는지도 모른다. 푸른 오월처럼 부활하기 바라며 만들었던 저 <봉하마을 노무현 상> 조각예술처럼, 언젠가 봉하마을로 다시 오셔서 '마을이 나라'가 되는 날을 보게되실 거다. 나도 보고 싶다. 그 날이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날 일 거다.

* 김봉준(화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
2019 '김봉준미술40년 기념전'. 갤러리 미술세계
2019 '시점'ㅡ'1980년대소집단미술운동 아카이브전' 초대. 경기도립미술관
2019 '오월의 통곡' 개인전. 광주 메이홀 초대전
2018 '민중미술과 영성전' 서남동목사탄생100년기념사업회, 연세대박물관.
2018 '아시아판화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1982 미술동인 '두렁' 창립, 걸개그림 목판화 미술운동 주도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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