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닭 돌탑> 2020년 김봉준 작. 신화미술관 입구에 세움.

한여름 뜨락을 정리하며 나온 돌로 야탑을 세웁니다. 보름간 애쓴 보람이 8.15를 기념하게 되었네요. 큰 돌은 밑돌이 되고 작은 돌은 웃돌이 되요. 꼬마 돌은 쐐기돌 되고 파쇠돌은 안돌이 되고 둥글고 넙적한 돌은 밖엣돌 되어요. 저마다 다 쓸모가 있는 채로 하나의 돌탑을 이루어요. 못생겼거나 예쁘게 생겼거나 버릴 거 하나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력을 지키고 둘레를 유지한다는 조건만 맞으면 되요.

조선에는 절탑과 돌탑이 전해 내려와요. 절탑은 절 가람배치로 세워서 사리나 경전을 넣어두고 기리죠. 외벽에는 사천왕 조각도 하고 목조건축을 닮게 지붕모양으로 돌을 깎아서 얹어요. 그러나 돌탑은 불교 전래 이전부터 고인돌과 적석총, 입석과 돌장승 등은 같은 돌탑문화지요. 중국의 중원은 맨 흙투성이 땅이라 돌 구하기 어려워서 전돌을 구어서 전탑을 세웠나봐요. 우리나라 땅은 산하가 돌투성이라서 논밭을 일구다보면 걸린 돌들 모아서 돌담도 세우고 돌탑도 세우지요. 우리 동네도 그래요. 진밭이라기보다 돌밭이래요.

서낭당목과 조응하던 돌탑은 굿터임을 말해요. 신화미술관 마당은 일당산자락이 내려오는 혈처에요. 이 포터에 이십 년 전 장승을 세웠으나 풍우에 몇 년 못가 다시 돌탑을 쌓고 봉닭을 세워요. 우리겨레는 천손족, 발해처럼 그의 토탬이 봉닭이지요. 돌탑 다 세운 날이 8.15라니! 의미심장해지네요. 겨레 사람들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재주 많아서 똑같은 돌 없듯이 저마다 생긴 대로 살고 싶어 해요.

8.15에 생각나요. 야성과 개성이 넘치는 우리겨레는 돌탑을 닮았어요. 길들여지지 않는 본성을 지키려 해요. 신이 나면 권력이 자기 안에서 나와요. 권력은 나눌수록 좋고 뜻은 모을수록 커져요. 저마다 다양한 뜻 펼치되 큰 뜻은 하나로 만들어보아요.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고 의지한다면 겨레의 돌탑처럼 우리겨레는 인류사에 기릴만한 우뚝한 탑으로 서고야 말거에요.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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