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슬픔도 감정이 다 말라버려 가는 늙은이가 된다는 건...
세상만사에 조금씩 거리를 두다가 마침내 사라지고 싶어진다는 건...
시빗거리를 몰고 다니는 삶마저 점점 성가셔 진다는 건...
정말 늙어 간다는 거구나.

그래도 소소한 재미 찾아 일상을 보내려하니 날 그냥 내버려 두길 바란다고. 산다는 게 다 뭔지 내 일상은 점점 더 다른 일상이 되어버리네. 이런 개성 언제 또 가져보나. 흙 물 불 혼자서 원형질을 만지작거리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보람되게 만들려하네. 내버려두라고. 난 운동을 싫어하지, 일상을 버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의 몸을 혹사시키거나 몸 이기주의 같은 운동은 싫어. 차라리 조각노동을 빡시게 할거야. 이건 보람이라도 있잖아.

예술인은 오늘을 기쁘게 살기 위해 내일을 잊는 자. 일반인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은 잊는 자. 이거 말 되나. 내가 만든 산골 작은 미술관에 새 전시물을 걸었다. 이런 거 하면 판매는 되나.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내일의 출세도 밥도 안 되는 조각예술. 내일은 없다. 지금 여기서 오늘만 즐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돼버린 오늘을 홀로 즐기는 예술이 있다.

흙부조, 크기 170 x120cm, 2020년 김봉준 작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위기에 맞서는 한국인 모습을 고부조로 했다. K방역을 온 세상이 주목하고 배우려하고 부러워하는데 K아트는 언제쯤 열등감 벗어나 세계에 당당히 정체성을 나타내나. 올해가 기회인가 박물관 초대전에 기대했지만 바이러스에 속았다. C19 때문에 국경이 폐쇄되고 말았다. 운도 안 따르는 2020은 전쟁 없는 지독한 세계전쟁의 해.

살기가 점점 성가셔져서 세상 나들이조차 싫어지기 전에 하루가 귀한 인생 후반기.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오늘을 살게 하는 코로나시대. C19는 '죽음의 문화바이러스'까지 세상에 퍼지게 하고 있다. 인종차별, 국가이기주의, 의약자본의 이익독점, 노약자를 버리는 약육강식. 말로만 떠들던 인류평화. 인류의 못돼 먹은 근성들과 맞서서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이 <C19 맞섬>을 내놓는다.

* 김봉준(화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
2019 '김봉준미술40년 기념전'. 갤러리 미술세계
2019 '시점'ㅡ'1980년대소집단미술운동 아카이브전' 초대. 경기도립미술관
2019 '오월의 통곡' 개인전. 광주 메이홀 초대전
2018 '민중미술과 영성전' 서남동목사탄생100년기념사업회, 연세대박물관.
2018 '아시아판화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1982 미술동인 '두렁' 창립, 걸개그림 목판화 미술운동 주도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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