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더 이상 얼지 않는 동이면 석탄리 안터 대청호
폭염 재난 대비할 무더위 쉼터도 코로나19에 무력화
기후위기와 상시적 감염병 시대 돌입, 새로운 대응 필요

 

글 싣는 순서

▶ 1회: 기후위기와 상시적 감염병, 대책 없는 옥천
2회: 기후위기가 불러온 농업농촌의 위기
3회: 무력화된 재난 대응시스템, 대응방안은
4회: 기후변화가 불러온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5회: 기후위기, 옥천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기후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올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겹치면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폭염에 대비해 마련된 무더위쉼터 등 대책은 사회적거리두기를 필수로 요하는 감염병 앞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언제 종식될지 알수 없고, 제2·제3의 코로나19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할 상황입니다.

복합적인 재난상황은 더위뿐 아니라 농업과 산업은 물론, 교육 등 생활 전반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문제에 대해 옥천군 등 공공기관은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옥천신문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감염병이 함께 찾아오는 등 변화하는 시대에 지역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봤습니다.

그 첫 번째로 점차 악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와 함께 상시적 감염병 시대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기후변화로 동이면 석탄리의 주요행사였던 안터겨울문화축제가 더이상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겨울이면 사람들로 가득했던 석탄리 앞 대청호는 지난해 얼지 않았다

 

■ 얼지 않는 대청호, 위기의 안터겨울문화축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일상이 됐다고 하지만 지난해 겨울 대청호는 주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군북면 막지리나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이 꽁꽁 언 대청호를 걸어 다니곤 했지만, 이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서다.

특히 지난해 겨울은 대청호에 얼음이 거의 얼지 않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겨울철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빙어잡이와 썰매 등 겨울놀이를 즐기던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 앞 대청호도 마찬가지였다.

수년 사이 얼음이 점차 얇아지더니 지난해에는 아예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얼거나 아예 얼지 않았다. 겨울이 점차 따뜻해지고 여름이 점차 뜨거워지는 전지구적 상황에 우리 고장의 대표적 축제중 하나였던 안터마을 겨울문화축제는 강제로 역사속 이야기가 됐다.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 겨울문화 축제는 2013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논란이 있긴 했으나, 이렇다 할 홍보 없이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축제로 화제를 모았다. 군비 지원 없이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축제를 운영했으며, 마을의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해나갔다.

몇몇 축제 관계자나 용역업체 호주머니만 불리는 축제가 아니라 행사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2018년 옥천군과 주민들이 함께 대책회의를 열며 재개장 논의를 이어갔으나 기후위기라는 복병으로 인해 모두 물거품이 됐다. 유관수 석탄리 이장은 “축제를 못 연 건 꽤 오래 됐지만 면과 마을에서는 꾸준히 대책을 논의해왔다. 충분히 지역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데, 대청호가 이제는 얼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밤에는 좀 얼다가도 낮에는 영상기온이 되면서 얼음이 녹아버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내가 알기로 겨울에 안터 앞 대청호가 겨우내 얼지 않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 따뜻한 겨울 지나자 노래기 창궐

지난해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면서 산 속 습한 곳에 사는 노래기가 크게 번식해 주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주고 있었다. 산과 인접한 밭은 물론 주택과 건물 내외부에 노래기가 나타나 주민들의 우려를 샀다.

노래기는 절지동물로 사람이나 작물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이나 밭 등 양지바른 곳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군서면 농민 A씨는 “지난해 겨울이 따뜻해 노래기가 크게 번식한 것 같다. 그러면서 먹을 것을 찾아 밭이나 주택으로 몰려드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노래기가 작물이나 생활에 직접적 악영향은 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좋을 것도 없다. 건조해지면 노래기가 줄겠지만 아무튼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폭염과 코로나19 감염병이 함께 발생하면서 무더위쉼터는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는 야외무더위쉼터를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 제기된다

■ 코로나19에 폭염 오자 무방비로 노출된 약자들

이제 곧 폭염이 시작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비책은 코로나19 감염병에 의해 무력화됐다. 우리고장 내 164개에 달하는 무더위쉼터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노인 등 사회적약자들에게 무더위쉼터는 폭염주의보나 경보 발령시 생명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에어컨과 제습기, 시원한 물 등을 비치해 행여 있을지 모를 온열질환을 예방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보니 좁은 지역에 사람들을 밀집해 놓는 정책은 사용할 수 없는 정책이 된 것.

이는 무더위쉼터뿐 아니라 홍수나 폭설, 지진 등 재난 대응책도 마찬가지다. 현재 재난대응은 각종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피소나 학교 강당 등에 사람들을 모아놓는 구조라서다. 만약 기존 재난에 감염병 확산이 함께 발생할 경우 현재 재난대응시스템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다.

 

■ 대책 없는 정부처와 옥천군 ‘대응 마련 시급’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코로나19 감염병이 함께 발생할 상황이 도래했지만 옥천군은 물론 정부부처도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재난에 대응하는 정부부처는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정도. 이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나머지 부처가 사실상 복합재난에 대비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합재난의 경우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염의 경우 야외무더위쉼터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과와 환경부 신기후체제대응팀 등은 모두 복합재난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 설명했다.

행안부 기후재난대응과 박현웅 과장은 “현재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폭염이면 폭염에 대비하고, 감염병이면 감염병에 대비했는데, 이제는 여러 개가 함께 발생하니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라며 “취약계층들은 집에 냉풍기 등을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 및 지자체와 함께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폭염과 코로나19 감염병 등 복합재난시대에 맞는 재난대응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진다. 사람들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대피소는 향후 사용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 옥천만의 기후위기와 감염병 대응방안 마련해야

복합재난 시대에 정부의 지침만 기다리는 것은 근본적 대응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재난대응방법으로는 지금은 물론 향후 벌어질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를 맞아 옥천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전략을 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폭염과 같은 재난은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연령의 문제라는 그는 기존 방식으로는 결코 주민들이 대응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승우 소장은 “대규모로 한 곳에 사람들을 모아두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 소규모로 분산을 하는 시설이 되어있는지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며 “지역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과거에는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동시에 TF팀을 군이 만들어 예산과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점은 박덕흠 의원실 전상인 보좌관도 공감하고 있었다. 전상인 보좌관은 “군이 해야할 역할은 먼저 우리고장의 기후와 토양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옥천은 대도시인 대전 근교에 대청호가 있는 곳으로 그에 맞는 도시계획을 마련하고, 농업계획도 세워야 한다”라며 “향후 기후는 점차 더워질 것이다. 변화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와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지난 5일 서울시 도봉구가 추진한 기후위기비상선언에 참여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한 이 선언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감염병 등 상황에 대응할 방법을 함께 마련하는 게 목표다.

군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향후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재종 군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옥천 홀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문제인 만큼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타 지자체와 협의해 장기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려 한다. 당장은 폭염에 대비하면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을 단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권오성 옥천신문 논설위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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