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직접 피해 고스란히 받는 농가, 과수피해 특히 극심
매년 동해 및 냉해 발생, 폭염으로 인한 생육장애, 돌발해충도
옥천만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마련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글 싣는 순서

1회: 기후위기와 상시적 감염병, 대책 없는 옥천
2회: 기후위기가 불러온 농업농촌의 위기
3회: 무력화된 재난 대응시스템, 대응방안은
4회: 기후변화가 불러온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5회: 기후위기, 옥천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농업농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면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아직 미미하고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공공기관의 평가와 달리, 실제 현장 상황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사례는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었습니다. 옥천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냉해와 동해, 폭염, 폭우, 우기 발생, 겨울철 온난화 등으로 인한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었습니다. 고령화보다도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농업농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후위기 기획 두 번째로 옥천신문은 지역의 농업농촌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농업농촌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은 4~5년 사이 같은 작물도 파종시기와 수확시기가 달라졌으며, 봄철 냉해와 여름철 우기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평가했다.

 

■ 기후위기에 취약한 옥천 농업정책

옥천농정은 물론 국내 농업정책은 대부분 사전예방보다 사후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업농촌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그에 따른 대책은 상황이 발생한 뒤에야 부족하나마 뒤따르는 형태였다. 수입농산물 개방에 따른 보호정책이나, 농산물 가격폭락에 대응한 각종 시범사업 도입과 보조금 지원이 그 예다.

사후대응에 초점을 맞춘 농업정책은 기후위기 앞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농업변화는 공업과 달리 변화에 장시간이 소요됨에도 옥천 농업은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아서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가 발생하기 전 사전대응을 하는 게 핵심이지만 옥천군의 농업정책은 기후위기를 사실상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옥천군 농업농촌 예산은 629억3천650만6천원으로 전체 예산의 12.47%에 달한다. 이 중 기후변화에 따른 농정계획과 구상을 담은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후변화 대응 고품질버섯 재배시범사업’ 등 품목별 대응사업이나, 재해보험 확대 등 사후대응 사업 일부가 있는 정도다.

기후변화는 기존 형태의 농정지표로도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 10년 사이 기후변화로 농업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년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온도는 최저 영상 11.5도에서 13.1도로 큰 변화가 없었다. 2010년 연평균 온도는 영상 13.1도, 2019년은 영상 12.7도로 단순 비교를 하면 오히려 평균기온은 더 낮아졌다.

문제는 연평균 기온이 아니라 3~4월 봄철과 겨울철의 급격한 기온변화라는 게 농민들의 평가다. 지난 4월5일과 6일 이틀간 기온이 영하 2.5도~2.6도로 떨어지면서 복숭아와 배, 자두 등 과수뿐 아니라 옥수수, 감자 등도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4월21일과 22일에는 강풍이 불어 하우스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7월 들어서는 우기처럼 2주이상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계속됐다.

 

■ 농민들, 기후변화 피해는 이미 일상이 됐다

상당수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수년전부터 시작됐고,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지적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무리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던 작물이 이제는 수확량은 물론 수확시기도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동이면 석탄리에서 45년간 농사를 지어왔다는 신정숙(70)씨는 “한 몇 년 전부터 농사가 안되기 시작했다. 옥수수의 경우 올해는 3월에 냉해를 입어서 수확이 일주일 정도 늦어졌다”라며 “요즘에는 동남아 우기처럼 흐리고 비오는 게 반복돼서 옥수수고 콩이고 익지를 않는다. 고추도 붉지를 않고 벌레만 생겨 큰일”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특히 과수농가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게 농민들과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의 공통된 평가다. 3~4년간 묘목을 키우는 등 일정기간 투자가 이뤄져야 수익을 낼 수 있고, 한 번의 피해를 입으면 회복도 수년이 걸리고 비용도 커서다. 그나마 포도 등 시설재배가 가능한 경우는 대안이 있지만, 배나 사과, 복숭아 등은 사실상 대안마련이 어렵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실제 올 4월5일부터 9일까지 지역농업에 큰 타격을 줬던 저온 피해도 과수에 집중되어 있었다. △복숭아 118농가 △배 20농가 △자두 38농가 △사과 51농가가 저온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로 나타났다. 벼 등 수도작은 상대적으로 폭염에 강하고, 채소 등 특용작물은 냉해 등 피해 발생시 다시 파종하는 등 대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군북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장경식(59)씨는 “올 해도 열흘정도 저온피해를 입어서 생산량이 한 40%는 줄 것 같다. 시설재배를 하면 괜찮다는 말도 있는데, 그러면 배 맛도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든다”라며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청산면에서 4천500평 배농사를 짓는 한귀동 배수출협의회장도 “시설과수를 하려면 하우스 높이가 나무 높이보다 최소한 1.5m 정도 더 높아야 한다. 배나무가 햇순 포함하면 4m정도인데 결국 5.5m까지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시설투자를 하면 경제성이 없어 농사를 못 짓는다. 작년에 흑성병으로 굉장히 어려웠는데 올 해도 60%정도 생산량이 줄 것 같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농사를 못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흑성병에 걸린 배.
▲ 올 4월 냉해 피해를 입은 복숭아나무

 

■ 변화하는 지역농업의 위기, 대안은 여전히 미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작목전환이다. 시설재배가 어렵다면 기후변화에 맞는 작목으로 바꾸는 것을 대안으로 한다는 것이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게 농업계의 평가다.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유정용 과장은 “기후위기로 돌발병해충이 생겨나는 등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안으로 작목전환과 재배법 전환을 이야기하는데 모두 맞는 말이지만 바꾸는 게 쉽지 않다”라며 “온난기후에 맞는 과수를 한다 하더라도 추위에 약하다. 복숭아는 이제 강원 해안가로 재배지역이 옮겨가고 있다. 복숭아는 시기에 따라 조생종에서 만생종으로 구분했는데, 이제는 내한성 여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미 작목이 상당부분 바뀌고 있고, 품종도 다변화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대안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농업대안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농정변화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합의된 대안이 없어서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연구기획팀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올 해는 저온피해와 과수화상병 등이 유행하고 있다”라며 “문제는 명확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냉해나 재난 등 농업재난재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농작물 재배보험과 같이 한계가 분명한 사업은 지양하고, 농민수당과 같은 농업공공성을 높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이재창 소장은 “친환경 농업을 중심으로 한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공급으로 기후위기 문제도 대응하려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친환경농업을 확대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기후위기 문제는 사실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옥천농업도 다음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권오성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