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이야기 36. 동생과 퀘백 보물 찾아다니기(2)

이지산 주주통신원l승인2020.09.22l수정2020.09.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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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몬트리올을 벗어나 여행한지 3일째다. 우리는 퀘벡 동쪽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Percé’라는 마을에서 아침을 맞았다. Percé는 인구가 3,300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바다를 사방에 둘러싸고 있어선지 아침엔 뿌연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을씨년스런 느낌마저 들었다. Percé 마을을 상징한다는 ‘Percé rock’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간단하게 근처 레스토랑에서 랍스터 샌드위치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Percé 마을을 먹여 살린다는 'Bonaventure Island'로 가는 크루즈를 예약하기 위해 마을을 걸어 다녔다. 그러다 문득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백인 외 다른 인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몬트리올이나 토론토는 동양인, 아랍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거리에 넘쳐났기에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마을인 Percé는 우리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게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동생은 이런 점이 이상했는지 “우리 마치 외계인 같은데?” 라고 얘기하며 주위를 더 두리번거렸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크루즈 운영 회사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몬트리올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특히나 작은 마을일수록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드물어, 크루즈를 예약하기 위해 온갖 바디랭귀지를 써야했다. 퀘벡주는 프랑스어가 제1언어임을 확실하게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크루즈를 타러 회사 버스를 타고 20분정도 갔다. 크루즈는 탑승 전 마스크가 필수였다. 크루즈 탑승 후 잠시 주변 관광객을 살펴보니 다들 마스크를 쓴 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스크가 못마땅한 듯싶었다. 마스크가 없었으면 서로 웃으며 눈인사라도 나눴을 텐데... 코로나사태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어도, 단체로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게 꿈인가 실제인가 싶기도 하다.

▲ Percé 마을과 왼쪽 ‘Percé rock / 멀리 보이는 Bonaventure Island
(사진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37235)

크루즈는 안개가 조금 사그라진 바다를 가르며 Bonaventure Island로 향했다. 크루즈 안에서 Percé 마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갈색 절벽을 따라 하나둘 집들이 보였다. 이 먼 곳까지 그것도 절벽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모습이 신기할 뿐이었다. 크루즈를 타고 30분정도 가니 드디어 Bonaventure Island가 등장했다. 이 섬은 4.16㎢ 정도 크기다. 매년 4-10월 사이 북방가넷(Nothern gannet), 세가락갈매기, 바다오리 등이 이 섬에 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고 한다.

▲ Bonaventure Island

안개가 완전히 걷힌 섬은 정말 아름다웠다. 섬은 초록 들판과 야생화로 뒤덮여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이 보였다. 이 섬에는 1971년까지 35가구가 살았으나, 퀘벡정부에서 생태계와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퇴거시켰다고 한다. 평화로운 자연을 옆에 끼고 1시간 넘게 길을 걸었다.

▲ Bonaventure Island의 사람이 살지 않는 집

▲ Bonaventure Island

▲Bonaventure Island

 

▲  Bonaventure Island

‘이 길을 따라 가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이상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를 따라 더 걸었다. 소리는 점점 더욱 커지고 뚜렷해졌다.

▲ 섬을 뒤덮은 북방가넷
▲ 섬을 뒤덮은 북방가넷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었다. 섬 끝자락까지 가득한 북방가넷이 끝없이 소리를 내며 섬을 뒤덮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본 북방가넷은 정말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 북방가넷 얼굴(사진출처 : https://pixabay.com/photos/northern-gannet-boobies-3289574/)

눈은 마치 하늘색 아이라이너를 한 듯 반짝이는 푸른 빛깔을 내고 있었고, 그 바깥으론 깔끔하고 예리한 검정 라인이 눈을 다시 감싸고 있었다. 이 검정 라인은 부리까지 이어져, 부리를 더욱 날카롭고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머리서부터 목까지 연한 노오랑 빛깔이 그라데이션으로 이어졌으며 몸은 새하얀 털로 덮여있었다. 날개 끝자락은 속도감과 샤프함을 살리듯 검은 깃털이 나있었고, 검은 발바닥엔 노란 라인이 뼈 모양을 따라 빛나고 있었다.

이 새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흔들거나, 서로 부리를 부딪치거나 하늘을 보며 끼륵끼륵거리며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떤 새들 밑에는 하얀 솜사탕 같은 털이 보송보송한 아가들이 있었다. 아가들은 엄마 혹은 아빠 밑에 쭈그리고 앉아 밥을 달라는 듯 끼륵끼륵 계속 울었다.

▲ 아기 북방가넷

이 새들의 특이한 행동들을 설명하는 글이 근처에 있었다. 하나둘씩 내용을 읽어가며 행동을 파악했다. 북방가넷은 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이나 작은 바위섬에 둥지를 틀고 모여 산다. 차가운 바다에서만 살 수 있는 고등어와 청어를 잡아먹고, 이 영양분으로 새끼를 낳고 기른다. 북방가넷 수컷은 부리로 서로를 쪼며 둥지를 차지하기 위해 길게는 2시간동안 싸운다. 마침내 둥지를 차지한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날개를 닫은 채 머리를 흔든다.

암컷은 한동안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착륙할 둥지를 고른다. 마침내 둥지를 고른 암컷은 수컷에게 목을 길게 빼 보이며 짝짓기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수컷은 암컷 목을 부리로 잡고 짝짓기를 한다. 짝이 된 암컷과 수컷은 부리를 하늘로 높이 치켜들고 날개를 펼친 채 마치 펜싱을 하듯 부리를 부딪친다.

▲ 펜싱하는 가넷

글로 쓰인 이 행동들은 사방에 널린 새들에게서 다 찾아 볼 수 있었다. 마치 BBC 다큐멘터리를 현장에서 보는 듯했다. 2011년 기록에 의하면 이 섬엔 총 50,000마리 북방가넷이 찾아오고 둥지를 튼다고 한다. 그리고 10월이 되면 다 자란 새끼와 함께 날씨가 따듯한 멕시코로 돌아가고 그 다음해 4월 다시 돌아온다.

이 새들은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도 무서워하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이웃마냥 새들은 자기들 의식을 치르기 바빴고 관광객들은 이 신기한 현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새들이 매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보호해준 캐나다 정부가 고마웠고, 인간이 조금만 양보하고 노력한다면 야생동물과 사람이 충분히 어우러져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동생과 이 광경이 얼마나 신기한지 그리고 부모님과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해 얘기하며 방금 본 장면을 다시 음미했다. 크루즈가 Percé 마을에 가까워지자, 아침엔 안개가 가득해 보이지 않았던 Percé rock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운데 완벽한 동그란 구멍이 있는 바위는 파도가 만들었다고 하기보다 사람이 몰래 깎아놓았다고 하는 것이 더 믿을만 했다. 

▲ Percé rock

Percé 마을에 도착해서 끝없이 펼쳐진 자갈로 된 해안선을 걸으며 동생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은 여행 내내 부모님을 어떻게 하면 캐나다로 모시고 올까...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말을 계속 했다. 다 같이 살게 되었을 때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생각해두었다며 홈즈게임을 이용해 만든 가상 집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동생은 부모님이나 나에게 애정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다 이번 여행을 통해 동생이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고마워 “우가.. 네가 이렇게 가족을 생각하는지 잘 몰랐어. 이렇게 생각해주다니 정말 마음이 따듯한 걸? 누나도 앞으로 우리가 다 같이 만나서 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볼게”라고 얘기했다. 동생은 조금 쑥스러운 듯 “응 내가 생각외로 가족 생각 엄청 해.” 라고 짧게 답했다.

사실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동생과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커리어를 쌓기 위해 각자 의지대로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에서 우리는 꿈을 이루어가고 있고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묻어두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내 안에서 그리고 동생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부모님은 종종 맛있는 걸 드시거나 멋진 곳을 여행할 때 우리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동생과 나도 이제 좋은 곳에 오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다음번에 부모님 모시고 여길 와야겠다~라고 얘기한다. 이제야 우리가 부모님 마음과 아주 조금이라도 동일선상에 있게 된 걸까?

하루 빨리 코로나가 안정되어 부모님과 ‘Percé’를 구경하는 날이 오길 희망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북방가넷 영상이다. 잘 찍은 영상은 아니지만 실감은 난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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