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길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 꽃밭이 펼쳐진다. 어떤 가을꽃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두리번두리번하며 산행을 했다. 몰라서 지나친 꽃도 있겠고…. 처음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들여다본 꽃도 있고…. 이전 글에서 소개한 꽃이지만 그래도 예뻐서 또 한참 들여다본 꽃도 있다. 사진으로 찍은 꽃 중 여남은 꽃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선자령 입구 초입에서 제일 먼저 만난 꽃은 국화과에 속하는 '고려엉겅퀴'다. 

▲ 엉겅퀴와 고려엉겅퀴(엉겅퀴 사진 : 이호균선생님 블로그 / http://blog.daum.net/ihogyun/2768289)

'엉겅퀴'는 6~8월에 진한 자주색 꽃이 핀다. 피를 멈추고 엉기게 하는 풀이라고 엉겅퀴라 이름 붙었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7~10월에 꽃이 피는 '고려엉겅퀴'는 강원도에서 ‘곤드레밥’으로 유명한 음식에 들어가는 바로 그 나물이다. 어린순을 봄에서 여름까지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곤드레밥’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고 고맙다.

두 번째로 만난 눈에 띈 식물은 '천남성'이다.

▲ 천남성 꽃과 열매(천남성 꽃 사진 : 이호균선생님 블로그 /http://blog.daum.net/ihogyun/2766263)

5~7월에 피는 꽃은 깔때기 모양에 가운데는 곤봉 같은 것이 달린 특이한 모양이다. 10~11월에 붉은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하는데... 이 사진에서 보면 붉지도 않고 포도송이 같지도 않은데 사람들이 천남성이라고 한다. 맞는지 모르겠다. 알줄기에 독성이 있어 식용하면 안 되고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선자령 전망대 전 바위에 올랐을 때 바위에 딱 붙어 있는 '난쟁이바위솔'을 만났다.

▲ 난쟁이바위솔(왼쪽 꽃 출처 http://blog.daum.net/ihogyun/2763246#article-reply)

'바위솔'은 이름처럼 바위에 붙어산다.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겨 '바위솔'이라 이름 지어졌다. '바위솔'은 키가 보통 30cm인데 '난쟁이바위솔'은 10㎝다. 특히 ‘난쟁이바위솔’은 높은 산 바위틈에서 살아 수분을 저장해야 살아가므로 잎이 선인장 잎처럼 통통하다. 8~9월에 피는 흰 꽃은 이미 져버렸고, 내년을 기약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여러해살이 풀이라.... 끈질긴 생명력으로 수십 년 살아내지 않을까 한다..

귀여운 '톱풀'도 만났다.

▲ 톱풀

7~9월에 꽃이 피는 '톱풀'은 원래 한 송이 풍성한 꽃으로 보일 만큼 촘촘한 꽃이 자랑인데 10월이라 그런지 마지막 작은 송이로 올해를 보내고 있다. 잎이 톱처럼 생겨 톱풀이라 이름 붙었다. 외국에서는 톱같이 날카로운 도구에 다친 상처를 잘 낫게 한다 해서 '목수의 약초'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 국화과 꽃이다.

층층으로 꽃이 피는 '층층이꽃'도 만났다.

▲ 층층이꽃(오른쪽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ihogyun/2767966)

7~8월에 우리나라 전역 산과 들에서 꽃이 피는 꿀풀과 '층층이꽃'은 마지막 분홍 꽃송이를 달고 있다. 층층이꽃은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 몇 송이가 잎과 함께 달린다.

이 층층이꽃과 이름이 비슷한 식물이 있다. '층꽃나무'와 '층층나무'다. 

▲ 층꽃나무(2018년 9월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층꽃나무)와 층층나무(2019년 5월 서리산에서 만난 층층나무)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층꽃나무'도 7~8월에 꽃이 층층으로 핀다. 층꽃나무는 꽃 수십 송이가 한군데 뭉쳐서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핀다. '층층나무'는 꽃이 아니라 가지가 층층이 옆으로 퍼진다. 5~6월에 피는 하얀 꽃은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해 핀다. 층층으로 늘어진 가지에 하얀 꽃이 수북하다.

작년 8월에 금대봉에서 만난 '마타리'도 또 만났고, 이번엔 '산괴불주머니'가 아닌 '눈괴불주머니'도 만났다.    

▲ 마타리와 눈괴불주머니

7~9월에 꽃이 피는 '마타리'다. 원래 풍성한 노란 꽃에 맛난 꿀이 많아 나비와 벌이 좋아하는 꽃인데... 내년을 기약하는지 아주 작은 꽃 하나 달고 있다.

7~9월에 꽃이 피는 '눈괴불주머니'는 산골짜기에서 산다. 우리나라 대부분 괴불주머니는 봄과 여름에 꽃이 피는데, 눈괴불주머니는 여름과 가을에 꽃이 핀다. 괴불주머니는 오색 비단 헝겊에 수를 놓은 옛날 어린이들 노리개를 말한다. 꽃 모양이 괴불주머니를 닮았고, 꽃이 누워 있다고 해서 ‘눈’ 자가 붙었다.

지난 9월 말 선자령 입구에서 만난 '흰진범'도 소개할까 한다.

▲ 진범(출처 :http://blog.daum.net/ihogyun/2764311)과 흰진범

귀여운 오리들이 오종종 모여 있는 것 같은 꽃이 피는 '진범'은 자주색, 연한자주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다. 진범은 8월에 꽃이 피고 ‘흰진범’은 8~9월에 꽃이 핀다. 둘 다 산지에서 자란다. 흰진범은 귀한 꽃이라고 한다.

진범이 있는 곳엔 '투구꽃'도 있다. 비슷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 9월엔 선자령 입구에서 '투구꽃'을 만났는데 이번엔 흰 색의 '투구꽃'도 만났다.

▲ 투구꽃(2018년 9월 태백산에서)과 개마투구꽃(혹은 흰투구꽃)

9월, 투구 모양의 보라색 꽃을 피우는 '투구꽃'은 해발 400m 이상 산지에서 자란다. 투구꽃도 진범과 마찬가지로 독을 가진 유독식물이라 한방에서 약으로 쓴다. 오른쪽 흰 꽃은 '투구꽃'과 똑같은 모양인데 어떤 이들은 ‘흰투구꽃’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개마투구꽃'이라고 한다.

'개마투구꽃'이라 하면 굉장히 귀한 꽃을 본 것이다. ‘투구꽃’ 앞에 '개마'가 붙은 것은 개마고원 자생식물이기에 추운 북쪽 지방에서 사는 식물이다. 2017년 국립수목원은 북한에서만 자생하던 몇몇 식물이 강원도 정선, 태백, 평창, 홍천 등 800m 이상 산간일대에서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개마투구꽃’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기 전 개마고원에 한번 가보고 싶어 ‘개마투구꽃’을 보지 않았나 싶다.

앙떼목장 바로 앞에서 '향유'가 지고 있다.

▲ 향유(왼쪽 꽃 출처 :, http://blog.daum.net/ihogyun/2767454)

지난 9월 호명호수 가는 길과 석룡산 가는 길에 꽃향유를 여러 번 만났다. 8~10월에 꽃이 피는 한해살이 향유는 꽃향유보다 꽃이 작고 주로 아래 한쪽 면에서만 꽃이 핀다. 희거나 연보랏빛 꽃이 피어 꽃향유보다 덜 화려하다. 강한 향기를 풍겨 香薷라 이름 붙었다 한다..

선자령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궁궁이'도 만났다.

▲ 궁궁이

여러해살이 풀인 궁궁이는 8~10월에 산골 냇가에서 핀다. 왼쪽 궁궁이는 지난 9월 말에 만난 궁궁이고, 오른쪽은 이번에 만난 궁궁이다. 한 달 사이로 꽃이 거의 다 졌다. 궁궁이에서 궁궁은 한자로 ‘芎窮’다. 궁궁이 ‘芎’에 곤궁할 ‘窮’으로 냇가에 피는 풀인데 궁할 때 쓰는 풀이라고 하면 되나? 여성에게 좋은 약재라고 한다니 더욱 예쁘게 봐줘야겠다.

올해로 생을 마감하는 향유도 지고, 내년을 기약하는 궁궁이도 꽃잎을 떨어뜨리면서 선자령에 가을이 깊어간다. 선자령은 겨울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언젠가 선자령 얼음꽃, 눈꽃도 구경할 날이 오겠지...

* 엉겅퀴 꽃, 천남성 꽃, 난쟁이바위솔 꽃, 층층이꽃, 진범, 향유 꽃는 야생화 전문가인 주주통신원 이호균 선생님 블로그(http://blog.daum.net/ihogyun)에서 가져왔다. 늘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선생님께 또 감사를 보낸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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