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물 막음

배를 만들 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물이 스며들지 않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배를 물에 내리기 직전에 배에 박을 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을 하였다.

물이 스며들지 않으면 박을 치지 않아도 될 것이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는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파도에 의하여 틈새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물이 스며들지 않더라도 박을 친 다음에 바다에 나가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의 지혜이다.

앞장에서 볼트와 구지 못의 머리에 댓거울을 감는다는 것은 말했다.

박을 친다고 한 것은 판재와 판재의 붙이는 곳이나 밑과 부자리 삼을 붙이는 곳, 부자리 삼과 옆 삼을 붙이는 곳, 이물비우와 연결된 곳, 하반과 연결된 곳 등에 박을 친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삼나무 껍질로 만든 댓거울(마끼하다) 이라는 것으로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를 못했다.

역사 기록들을 보면, 항해를 할 때는 반드시 의여(衣袽, 걸레)가 있는 것은 물이 새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배가 부패하는 것은 물이 스며들기 때문이니 이를 막기 위해서 죽서(竹絮, 묵은 솜 따위)를 사용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표류하여 온 배에 연기(年紀)를 물으니 80년이 되었다고 했고, 배를 만들면 반드시 유회(油灰)를 쓴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배만 아직 죽여(竹袽, 헤진 옷 따위)를 쓰니 어찌 허술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즉 다른 나라의 배들은 배를 만들 때 유회와 동유(桐油, 오동기름)를 사용하였기에 배에 물이 스며들지 않았고 배의 수명도 연장하였다고 한 것은 유회와 동유 등을 배합하는 것이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고려사 서문에 보면 배에 옻칠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도 수명연장을 위해 옻칠을 했을 것이다.

오동은 따로 재배를 하지 않으니 여러 고을의 밭(田)에 오동나무 수백그루를 심자고 하였던 기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목선(木船)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일이 있었다.

겨울철에 입기 위하여 솜을 넣어서 만든 옷을 입었고, 덮기 위한 이불도 있었는데 만약 물이 새면 이러한 것들을 찢어서 그 속에 있는 솜으로 물을 막았던 것을 저자도 해보았다. 나무로 만든 배는 물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댓거울을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근대에 오면서 삼나무(스기나무) 껍질로 만든 댓거울이라고 하는 것으로 물막이를 하고 있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1910년대의 기록인 어선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물을 막는 방법으로는 박을 친다고 하지만 기록을 보면 배밥(전서, 填絮)을 먹인다고 하였으며 대를 깍은 것, 나무껍질을 표백한 것, 면, 대패 밥, 드물게는 일본식 뱃밥(곤(권)기, 卷肌, 마끼하다)을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5. 선박의 부재별 명칭

선박의 부재별 명칭은 이미 배를 만드는 과정의 설명에서 다 밝혀졌다. 그러나 다시 한데 묶어서 설명하려 한다.

먼저 '표민대화' 내용부터 알아보자.

19세기 중엽 전라도 순천의 어부 11명과 해남 상인들이 일본 땅에 표류해 갔는데 조선인과 일본의 전어관(傳語官)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적은 것이 '표민대화'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배와 관련된 명칭들이 있으나 전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중에서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것들만을 골랐다. 당시에 조선말을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인의 통사에 의해 기록되고, 전라도 방언을 반영하는 음운 및 어휘, 문법에 이르기까지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적용하여 기록하였을 것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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