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풍항해법

앞장에서 배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였다.

배를 만들고 추진기구들을 만들었으면 항해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돛을 달고 항해를 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고들 한다. 그렇다 바다가 조용하고 바람이 항해하기에 좋을 때는 재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다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돛단배의 항해란 스릴도 있지만 항상 위험이 따른다.

그러므로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순간의 판단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해놓은 말이 있다.

바다 고운 것과 여자 고운 것을 믿지 말라고 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여지를 폄하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의 바다에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많은 어선들이 있었다.

그 어선들은 하나같이 두 개의 돛을 단 배들이었다. 더러는 세 개의 돛을 단 배들도 있었으나 그 배들은 주로 밭이 배(상선, 물건을 밭아서 장사하는 배)들이었다.

앞장에서도 설명을 하였듯이 이 배들은 모두가 앞 돛은 작고 뒤 돛은 크다.

그럼 역풍항해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민들은 역풍항해를 하침질 한다 또는 된장질한다라고도 한다.

역풍항해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하치기를 잘하네 또는 된장질을 잘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역풍항해를 하면 이물은 아주 약간 위로 올라온다. 앞장의 돛 제작에서 돛에 대한 설명은 하였다.

항해를 하다보면 갑자기 심한 바람을 만나는 것이 아주 많다. 또한 바람이 항해하기에 좀 심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항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돛을 줄여서 묶고 항해를 해야 한다. 즉 그림97에서 보았듯이 돛을 만들 때 이러한 것에 대비해 줄을 묶어놓은 것으로 바람의 세기에 따라 돛을 둘둘 마라서 한활 또는 두 활을 묶고 항해를 한다.

만약 두활 이상을 묶어야 항해를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항해를 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돛을 줄여 묶고 항해를 한 기록이 있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 먼저 돛을 반으로 내려 배의 속도를 줄이고라는 기록에서 그때도 항해 중 바람이 세면 돛을 줄여서 항해를 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두할 이상을 묶어야 할 때는 항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까운 항이나 섬의 바람 반대쪽으로 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또한 역풍을 헤치고 마중 나온 것이 마침내 배임을 알았다. 이렇듯 역풍항해를 한 기록도 있다.

역풍항해를 할 때는 언제나 조류와 파도가 서로 맞부딪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배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북쪽인데 바람도 북풍이라면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럴 때 역풍항해를 해서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그러나 조류의 방향이 북에서 남으로 흐를 때라면 항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풍항해를 한다면 조류의 흐름 때문에 많이 밀려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항해를 할 수가 없고 해도 헛일이다.

그래서 조류의 방향이 남에서 북으로 흐를 때만 역풍항해가 가능하다. 조류의 방향과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기 때문에 파도가 더 많이 일어난다.

이렇게 역풍항해를 하는 것은 배가 20도 정도까지 기울면서 항해를 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 돛은 아두줄을 최대로 당겨서 고정을 하고 항해를 하지만 뒤 돛의 아두줄은 고정을 하면 큰일이 난다.

뒤 돛의 아두줄은 덤불에 직경 3cm 정도의 나무를 돌출되게 박아 놓은 것이 있는데 이곳에다 아두줄을 걸고 그 끝은 한 손으로 잡고 항해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배가 많이 기울면 아두줄을 늦추어 주면 배가 원상태로 되기 때문에 이러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항해를 한다. 그래서 고정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렇게 항해를 하던 중에 매우 심한 바람을 만날 수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큰 바다에서 항해할 때는 흔치 않지만 산 가까이 왔을 때 이런 바람이 자주 발생한다.

어부들은 이러한 바람을 재냉기 바람(휘리치기 바람)이라고 한다. 이 바람은 갑자기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또한 산골짜기를 타고 오면서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아두줄이 고정이 되어있다면 배는 바로 넘어진다. 그래서 아두줄을 고정하지 않고 잡고 있다가 배가 많이 기울면 그때 아두줄을 늦추어주면 배는 금세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동작으로도 배가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앞에서 말한 재냉기(재 넘어서 오는 바람) 바람의 특성 중 바람이 팍 팍 순간순간 시차가 없이 연속으로 몰아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권투선수가 두 주먹을 번갈아 원 투로 치는 것과 같은 바람을 말한다.

그래서 아두줄을 늦추어 주는 것만으로는 배를 원상태로 돌이킬 수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동시에 병행하는 동작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넘어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바로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에서도 배의 이물이 배가 기울어져 있는 쪽으로 돌아갈 수 있게 치를 조작하여야 하는데, 치를 돌릴 때 동시에 아두줄도 늦추어 주어야 한다.

만약 아두줄을 늦추어주지 못한다면 돛은 반대편의 바람을 받아서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노련한 뱃사람이 아니면 순간의 동작으로 그러한 조작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동작을 잘못하면 배가 전복되는 것은 면할지 몰라도 계속해서 바람이 온다면 배위로 물이 넘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배가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마음 놓고 아두줄을 당기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두줄을 당길 때는 언제나 바람의 위쪽을 바라보면서 바람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아두줄을 당겨야 한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람을 무슨 수로 보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뱃사람들은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바람의 세기를 가늠을 한다.

역풍항해를 할 때는 섬과 섬 사이를 지그 잭으로 오가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와류지역이다. 항해 중 잘못하여 이 지역으로 들어갔다면 역풍항해로 얻었던 것을 다시 잃게 된다.

이것은 외해(外海)와 내해(內海)의 조류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항상 조류의 교차로 인해 파도가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지역에 들어오기 직전에 배를 돌려야 한다.

 

<그림 116> 역풍항해 시  배를 돌리는 그림
<그림 116> 역풍항해 시 배를 돌리는 그림

 

<그림 117>  항해도
<그림 117> 항해도

배를 돌리는 것은 <그림 116>과 같이 돌린다.

즉 배를 돌리는 방향은 이물이 바람방향 쪽을 향하여 돌린다.

그림대로 설명을 한다면 이물을 오른 쪽으로 돌린다는 말이다. 이때 방향의 전환을 더 빠르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치를 최대로 밀고 뒤돛을 최대로 당기면 회전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이때 배의 방향이 전환 되면서 배는 큰 원을 그리고 돌기 때문에 수백m를 앞으로 나간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림에서 점선 모양의 배와 같은 위치에 섰다고 판단될 때 치를 천천히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너무 늦게 치를 바로잡아주면 역풍항해로 얻은 것을 다시 잃기 때문에 그렇다.

이때 치를 바로잡으면서 돛의 아두줄을 당기면 된다.

역풍항해에서 이론상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각도는 60도 정도까지 간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이라는 것은 정 북풍이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약간 동쪽에서, 때로는 약간 서쪽애서 부는 것이 바람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60도를 간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50도 정도는 무난하다고 본다. 이러한 항해방법은 날씨가 항해하기 좋을 때 하는 방법들이다.

<그림 117>은 역풍항해를 할 때 60도로 계속해서 10km를 간다면 얻어지는 직선거리는 약 9.6km 정도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와는 좀 차이가 날것이다.

지금까지는 항해하기에 좋을 정도의 바람일 때를 설명한 것이다. 그럼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어떻게 항해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바람이 몹시 분다면 항해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파도와 파도사이를 끼어 타고 넘는 것과 같은 항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고 항상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앞장에서도 설명을 하였으나 바람이 몹시 심하면 돛을 줄여서 묶고 항해를 해야 한다.

만약 앞 돛을 한할, 뒤 돛을 두 할을 묶었다면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항해가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항해를 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이다. 앞 돛을 그대로 두고 뒤 돛만 두 활을 묶고 항해를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보다 더 돛을 많이 묶어야 항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 될 때는 더 이상 항해하기를 포기해야 한다. 모두가 살자고 하는 일이지 않는가.

역풍항해는 배가 2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항해를 하기 때문에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배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를 살피지 않으면 파도가 배를 덮치는 것은 순간이다. 그래서 밀려오는 파도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되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항해이다.

배가 우현으로 기울은 상태에서 항해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려오는 파도의 크기, 속도를 계산해서 그 파도를 이물로 받아 넘길 것인가, 아니면 고물로 받아 넘길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 판단을 하는 시간이 순간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물을 좌우로 돌리면서 파도를 피해야 한다. 풀어서 말하면 파도가 이물로 올 것인가, 고물로 올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파도가 이물로 올 것으로 판단이 되면 바람의 위쪽(바람이 오는 방향)으로, 즉 좌현으로 조금 돌리면서 파도가 뱃전을 타고 고물 쪽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급한 마음에 너무 많이 돌리면 역풍을 받게 되고 돛이 바람을 받지 못하니까 치가 말을 듣지 않는다. 또한 밀려오는 파도가 바로 배 옆에서 일었다면 이물과 고물 어느 쪽이 더 가까운가를 계산하여 배를 좌현 또는 우현으로 돌려서 파도를 피하는 것이 옳다. 만약 배를 우현으로 돌려서 파도를 피한다면 치를 돌림과 동시에 아두줄을 늦춰줘야 한다.

이러한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현으로 돌릴 때 돛이 역풍을 받아서 배를 구제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파도가 지나가면 늦추어 주었던 아두줄을 당기면서 배의 방향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파도는 계속해서 밀려오기 때문에 바람의 위쪽, 즉 파도가 밀려오는 쪽을 보면서 방향도 바로잡고 아두줄도 당겨야 한다. 파도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파도가 고물 쪽으로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파도가 고물을 덮칠 것 같으면 이물을 좌현으로 돌려야 한다.

이때도 급한 마음에서 너무 많이 돌리면 돛이 반대편으로 바람을 받으면서 위험하게 된다.

그러나 밀려오는 파도들은 그 크기가 각기 다르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크기의 파도가 세 개 정도 오면 뒤따라 큰 파도가 따라오는데 때에 따라서는 큰 파도가 연속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앞장에서도 설명을 하였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항해중 배가 심하게 기울어져 복원이 안 될 때는 배가 기울어져 있는 쪽으로 돌리면서 뒤돛의 아두줄을 늦추어준다.

그런데 밀려오는 파도가 너무 커서 배 전체를 덮칠 것 같으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미리 배를 우현 45도 방향이나 그보다 더 돌리면서 동시에 아두줄을 늦추어 준다.

만약 이때 아두줄을 늦추어주지 않았다면 바람이 돛을 이쪽에서 치고 저쪽에서 치기 때문에 배가 전복될 수도 있어 배는 방향을 잃고 만다.

또한 파도가 바람방향과 같은 방향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큰 파도가 발생하면 그 큰 파도 때문에 작은 파도는 진로가 바뀌어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또한 역풍항해를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파도도 있지만 절대로 배의 고물로 물이 올라오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고물로 큰 파도가 덮쳤다면 치를 잡고 있는 선장이 물에 휩쓸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치를 잡고 있는 선장이 물에 쓸려나갔다면 배는 방향을 잃고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되고 만다.

그래서 정말로 위험한 항해를 할 때는 선장을 줄로 묶어 놓고 항해를 하기도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험한 파도 속에서 항해를 할 때는 항상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배를 조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배의 방향을 바로잡는다면 다시 밀려오는 파도로 인하여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역풍항해를 할 때는 오만 신경이 곤두선다.

바다는 동경의 대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림 A> 장보고선의 뒷모습
<그림 A> 장보고선의 뒷모습

<그림 A>는 복원된 장보고선의 뒷부분이다.

이 배를 만들 때 설계자와 의견충돌이 있었다.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요즘의 조선공학을 하신 분들은 동력에 의해 추진하는 선박의 개념을 적용하기 때문에 범선과의 장폭 비에 많은 차이가 난다. 또한 부자리삼의 경사각이 이처럼 하면 복원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부자리삼의 경사각을 그 배의 용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0~20도 가까이 하지 않으면 항해 시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앞에서도 설명을 하였듯이 역풍항해를 할 때는 배의 기울기가 20도 정도까지 기우는데 현재와 같은 선형으로는 항해를 할 수가 없다. 모든 일이 이론만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그림 B> 장보고선의 앞모습
<그림 B> 장보고선의 앞모습

<그림 B>는 장보고선의 선수부분이다. 이러한 형태로 배를 만들면 복원력은 아예 없다. 사람 하나만 옆으로 가도 바로 넘어진다.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 보면 배를 모르는 사람도 그냥 넘어지게 생겼음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대도 기능인들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학자님들의 생각대로 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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