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뒤바람항해법

금까지는 역풍항해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럼 이제 뒤바람항해에 대해서 알아보자. 앞장에서 역풍항해 시는 이물이 위로 약간 올라온다고 했다.

그러나 뒤바람항해 시는 이물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현상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뒤에서 오는 바람을 타고 항해를 할 때는 돛대가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

즉 바람이 뒤에서 불기 때문에 돛대 꼭대기에 실린 바람의 힘으로 인해 돛대 꼭대기에 엄청난 힘이 가해짐으로 배의 이물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하여 앞 돛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앞 돛이 크고 뒤 돛이 작다고 해보자. 배는 순간 물속으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뒤바람항해 시에는 앞 돛은 뒤 돛에 가려서 바람을 전혀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를 않다.

<그림 118>은 뒤바람항해 시 돛의 모양이다. 즉 돛이 좌우로 벌려지게 된다. 만약 돛이 세 개인 배라면 맨 앞 돛은 바람을 전혀 받지 못하고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거린다.

<그림 118>  뒤바람항해 시 돛의 모양
<그림 118> 뒤바람항해 시 돛의 모양

뒤바람 항해를 아주 편안한 항해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뒤바람 항해도 역풍항해 못지않게 무서운 항해다.

뒤바람항해 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용승(龍繩)이라고도 하는 돛을 올리는 도르레 줄인데, 어민들은 용두줄이라고 한다. 용두줄이란 용승과 같은 말이다. 이 줄은 매는 방법이 따로 있다.

줄을 매는 방법은 뒤 돛의 경우 돛대가 세워진 멍에의 왼쪽에 직경 3cm 정도의 나무를 돌출되게 박아 놓는다. 이곳에다 용두줄을 걸고 마치 자동차에서 바를 묶는 방법으로 끼어서 묶는다.

이렇게 줄을 묶는 방법을 따로 하는 것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돛을 내려야 하는데 잘못 묶어 놓으면 줄을 푸는 시간이 많이 걸려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해 중 위급하다고 판단될 때는 뒤바람항해에서는 돛을 내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을 순간에 풀 수 있는 방법을 쓴 것이다. 이렇게 메어둔 줄은 손이나 어떤 물체로 툭 치기만 해도 아주 쉽게 풀린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될 일이 하나 있다.

줄이 풀리는 것은 순간인데 이 줄의 끝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줄의 끝을 잡고 줄을 풀어야 한다.

만약 이 줄을 놓쳤다면 보통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줄을 놓쳐버리면 심한 파도 속에서 돛대를 뉘어서 다시 세워야 돛을 다시 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심한 파도로 배는 몹시 흔들린다. 그러한 상황에서 돛대를 뉘고 세우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뒤바람 항해를 순풍(順風)에 돛을 단다고 선유하는 것 같은 말들을 자주한다.

순풍이란 순한 바람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가려고 하는 목적지 쪽으로 불어주는 바람을 의미한다.

항해를 하다보면 앞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치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만약 치가 부러졌다면 아주 난감한 일이다. 자동차의 핸들이 부서진 것과 같다.

그렇다고 물결치는 대로 떠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험이 많은 뱃사람들은 이럴 때 당황하지 않고 뒤 돛을 먼저 내리고 닻줄 등의 줄을 두 가닥을 같은 길이로 배의 양옆에서 뒤쪽으로 가도록 편다.

그리고 앞 돛에 바람을 가두면 뒤로 늘어져 있는 줄에 걸리는 물의 저항으로 인해 배가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 뒤 돛을 올리면 안 된다.

앞 돛 하나만을 달고 항해를 해야 하는데 배의 방향은 바람의 45도까지 방향을 유지하고 갈 수 있으나 가장 가까운 섬을 향해서 가능한 빠르게 육지에 접근해야 한다.

이때 방향전환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방향전환은 늘어져 있는 줄의 길이가 같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줄을 조금 당기면, 당기는 쪽의 반대편으로 배가 돌아간다.

이것은 당기는 쪽의 줄이 당기는 것만큼 길이가 짧아졌으므로 그쪽 줄에 걸리는 물의 저항이 작아지기 때문에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있다. 치도 노도 돛도 다 부러지고 배를 움직일 방법이 없다면 말 그대로 물결치는 대로 흔들거리고 떠다녀야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이 되면 배는 요동을 친다. 방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한마디로 동서남북으로 헤맨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이럴 때는 배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닻이 메어져 있는 닻줄을 현 위치의 수심을 계산해서 저층에 닿지 않게 닻을 물속으로 넣고 이물에다 고정을 한다.

이렇게 하면 배는 금세 이물이 바람방향을 향해서 똑바로 선다. 그렇게 한 다음에 조류나 바람 가는 데로 흘러가면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바다에서의 항해란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곡창인 호남에서 곡물을 싣고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임금이 기뻐하면서 어제 시를 남겼는데 다음과 같다.

천리 남녘 바다 잘 건너기 어렵고

거센 바람 곡식운반 또한 쉽지 않도다

선박 모두 무사함을 알려왔으니

환과(鰥寡)를 구제하는 하늘의 뜻이 분명하도다.

3월이면 봄이기 때문에 비교적 날씨가 좋았을 것인데도 이렇게 걱정을 하였던 것으로 보아 많은 배들이 파손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였는지 완도의 소안도에서 무사항해를 비는 제사를 지내고 제주를 향해 출발을 하였다. 지금도 소안도 사람들은 그 자리를 알고 있다.

환과(鰥寡)란 외롭고 의지(依支)할 곳이 없는 사람을 비유(比喩譬喩)해 이 르는 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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