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인도원정, 마힌드라 그룹 경영진과 미팅 성사

오늘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득중 지부장이 단식을 풀었다. 천만다행이다. 단식 45일 만이다.

▲ 지난 9일 단식 40일차의 김득중 지부장. 목소리는 여전히 우렁우렁.

사실 그동안 김 지부장이 죽을까봐 겁이 났다. 그에게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목숨을 건 절박함까지 넘어선 평온함이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그는 삶과 죽음 사이를 그냥 초월한 것 같았다. 동료들이 그를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서로 그 비극을 막지 못한 부끄러움과 무능함에 어찌 살랴? 연달아 죽음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에게는 아내도 있고 고등학생 아들, 초등생 아들도 있다.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자는...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피보다 더 진한 7년이란 시간의 고단함으로 묶인 동료들도 있다. 그들의 피말리는 걱정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를 위한 기도를 할 때면 늘 심장이 조이고 목이 멨다.

공장으로 돌아가고, 가족과 함께 일상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소박한 소망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김 지부장에게 상처만 남기고, 다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비관적인 생각도 들었다. 여태껏 쌍차 사측이나 정권이 그들에게 보인 태도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심성이라는 측은지심은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측은지심은커녕 기본적인 상식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집 온 식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지난 9일 쌍차 미사에 갔다.

▲ 미사가 시작됩니다.
▲ 미사에 참석한 시민들. 맨 앞, 의자에 앉아 계신 분이 울 엄마입니다.

그런데 쌍차인도원정대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떤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상기된 원정대는 이렇게 말했다.

▲ 인도원정 5형제

8월 31일부터 단식 중인 김 지부장을 옆에서 지켜만 보기 힘들었던 5명의 쌍차해고자들은 9월 23일 인도로 갔다. 올해 1월 티볼리가 잘 팔려 상황이 좋아지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던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회장 마힌드라를 만나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무모한 출국에 김득중 지부장은 큰 상처만 받고 돌아올까 우려하여 원정을 말렸다고 한다.

인도에 간 원정대는 중학교 영어 대화 수준도 되지 못해서 처음엔 정말 막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이들의 진정성이 전달되어 마힌드라그룹이 있는 뭄바이의 모든 정당과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9월28일 한자리에 모여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들은 쌍차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고, 10월까지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다면 11월부터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회의에 함께 한 정당, 노조 명의로 마힌드라그룹에 면담도 요청했다.

그러자 마힌드라그룹 경영진이 원정대를 찾아왔고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엔 코엔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이들은 코엔카 의장에게 해고자 187명 복직, 3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등의 문제를 이야기 했다. 원정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코엔카 의장은 중단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바로 한국 쌍용차 경영진에게 연락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5일 쌍용차 최종식 사장과 기업노조 홍봉석 위원장이 단식 중인 김득중 지부장을 찾아와서 다시 교섭을 재개하자고 하고 갔다. 그들은 그간 절대 논의할 수 없다던 ‘해고자 복직 시한 명시, 손배·가압류 철회, 비정규직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 등 3가지 사항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 지난 6일과 8일 교섭이 재개되었다. 이 두 번의 교섭에서 쌍차해고자들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복직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 것 같았다. 9일 만난 그들은 웃는 얼굴이었고 뭔가 희망에 찬 생기가 돌았다.

▲ 인도원정 5형제 한사람 한사람을 안아주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 그들 모두 울컥. 보고 있는 우리도 울컥

김 지부장이 단식을 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실무교섭에서 가닥을 잡고 있으나 풀리지 않고 공전 중인 핵심사항을 대표 교섭에서 직접 풀고자 단식을 끝내기로 했다. 아직 핵심사항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전향적 태도와 공장안 노조를 믿고 단식을 중단한다.”고 했다.

회사를 믿을 수 있을까? 노조를 믿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이 정부가 쌍차해고자의 복직을 바라고 있을까? 그게 걱정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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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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