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닻과 닻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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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에서 닻줄에 관해 간단히 설명은 하였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배를 정박시키려고 한다면 닻과 닻줄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닻은 돌 닻(石釘), 나무 닻(木釘), 쇠닻(鐵釘)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변화되었다.

그러나 돌 닻으로 배를 지탱할 만큼 큰 돌이라면 배가 움직이려 할 때 닻을 올리려면 엄청난 힘이 들었을 터인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이때에 정륜(矴輪 닻줄을 감는 제구)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힘이 들었을 것이다.또한 이렇게 큰 돌을 묶어서 쓰기가 어려워 망을 만들어 그 속에 돌을 넣어서 사용하기도 하였다. 만약 적선이 나타나면 닻을 올리기가 너무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닻줄을 잘라버리고 그냥 항해를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돌 닻을 사용하다가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나무 닻이다. 나무 닻에 사용했던 수종은 가시나무와 참나무를 사용하였다. 지역에 따라 자생하는 수종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마다 사용하는 나무가 다르다. 완도는 가시나무가 많기 때문에 주로 가시나무를 사용하였으며, 전라북도나 그곳에 인접한 곳에서는 참나무를 사용하였다.

<그림 106> 나무로 만든 닻 ( 출전: 어선조사보고)
<그림 106> 나무로 만든 닻 ( 출전: 어선조사보고)

 

<그림 107> 나무 닻을 만들고 있는 모습
<그림 107> 나무 닻을 만들고 있는 모습

이 나무는 나무자체가 워낙 무거워서 다른 나무에 비하여 쉽게 가라앉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무가 잘 썩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나무인지라 물위에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나무 자체의 부력으로 인하여 자꾸 수면위로 떠오르려고 한다. 이러한 것에 대비하여 <그림 106>의 닻 그림처럼 닻장에 작은 돌들을 묶어서 사용하였다.

 

<그림 108> 중국의 나무닻(출전: 중국조선사)
<그림 108> 중국의 나무닻(출전: 중국조선사)

<그림 108>은 닻장을 대신해서 큰 돌을 깎아서 닻장을 만들어 사용한 닻의 그림이다. 이 닻은 물속에 가라앉는 것은 다른 나무닻에 비하여 쉽게 가라앉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해저가 펄일 때는 하등의 관계가 없지만 해저가 암반일 때는 닻이 가라앉으면서 잘못 부딪치면 그냥 부러지는 단점도 있다.

<그림 109> 한국의 닻
<그림 109> 한국의 닻

<그림 109>는 우리나라에서 쓰던 닻이지만 옛날에는 배의 닻으로도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통발 등 어업용으로는 가끔씩 쓰는 편이다.

 

<그림 110 중국의 철닻(출전: 중국 조선사(造船史)
<그림 110 중국의 철닻(출전: 중국 조선사(造船史)

 

다음의 <그림 110>은 중국에서 사용했던 닻이지만 <그림 109>의 우리에 닻과 같다. 다만 닻가지 쪽에 고리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다는 닻줄을 메는 것이 아니고 따로 줄을 메어서 닻을 놀 때 이 줄의 끝에는 부표를 달아 놓는다.

만약 정박을 하려고 닻을 놓았는데 해저가 암반이어서 닻이 바위틈 등에 걸려 안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 줄이 없다면 닻줄을 끊어서 닻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이 줄을 메어 놓은 것이다. 이 줄을 당기면 걸려있던 것도 아주 쉽게 빠져 나온다.

<그림 111> 한국의 닻
<그림 111> 한국의 닻

<그림 111>은 한국의 닻으로 이러한 형태의 닻을 사용하지만 배의 크기에 따라 닻의 크기를 다르게 쓴다.

<그림 112>  나무로 만든 닻(출전: 조선기술발전사)
<그림 112> 나무로 만든 닻(출전: 조선기술발전사)

<그림 112>는 나무로 만든 닻이다. 지금에 사용되는 닻과 별다른 점은 없다. 다만 닻가지 쪽에 꺽쇠를 박아서 만든 점이 다르고 닻가지와 닻장을 줄로 묶어 놓은 점이 다를 뿐이다. 이 닻은 세종 28년의 기록에 각도의 병선은 목정(木釘)을 쓰기 때문에 몸집만 크지 수저(水底)에 직접 정지시키지 못하니 중국과 왜국의 예에 따라 닻은 정철(正鐵)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림 113> 멍텅구리배의 닻(출전: 전통한선과 어로민속)
<그림 113> 멍텅구리배의 닻(출전: 전통한선과 어로민속)

<그림 113>  멍텅구리 배의 닻이다. 닻의 부분별 명칭을 참고하기 위해 실어보았다.

지금까지의 닻 그림을 보면 닻장이 있는 위치가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지역에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림 114> 배가 정박할 때 닻의 모양
<그림 114> 배가 정박할 때 닻의 모양

<그림 114>는 배가 정박할 때 닻을 놓는 것을 그려보았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먼저 닻의 고리에서 배로 연결하는 줄이 일반적으로 배가 정박할 때 닻을 놓으면 이러한 그림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바람이 불어서 배와 닻줄이 팽팽하게 당길 때 닻의 고리가 있는 부분이 위로 들린다.

그러나 그림에서의 점선처럼 닻을 놓으면 절대로 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까맣게 칠해놓은 곳이 추를 달아놓은 것이다. 옛날에는 추를 대신하여 큰 돌을 달아서 사용하였으나 많이 불편하여 현대에 오면서 쇠고리 줄을 대략 5m정도 연결하여서, 돌을 달았을 때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더 큰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것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얻어진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형선박들의 닻을 보면 배에 비하여 닻이 아주 작은데, 기술의 발달로 작으면서도 박히는 힘은 더한 것을 알 수가 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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