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가 모르는 사실들도 학생들과 함께 학습활동을 통하여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교육이다

서울신은초 1~3학년 <초록동아리>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채집한 곤충을 도감에서 확인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 : 김광철)
서울신은초 1~3학년 <초록동아리>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채집한 곤충을 도감에서 확인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 : 김광철)

서울신은초에서는 어린이들이나 학부모, 교사들이 누구나 원하면 일정한 인원수가 확보될 경우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다.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면 소액이지만 학교 예산에서 지원을 해 준다.

필자는 2005년부터 의기투합한 몇몇 교사들, 교수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초록교육연대>라는 환경교육 운동단체를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초록교육을 실천하기 위하여 필자가 근무했던 학교에는 가는 곳마다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운영하였다.

서울신은초에서도 자원해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했다. 처음에 교사들도 15명 정도 모여서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학교 인근에 있는 지양산이나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늘공원> 등을 찾아서 자연탐사와 에너지 연수, 탈핵을 중심으로 운영하였다. 교사들의 경우 약 1년 정도는 호응이 좋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업무에 바빠 한두 사람씩 빠져나가면서 나중에는 5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경우는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초록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원해서 결국은 교사, 어린이, 학부모 모두 통합을 하여 ‘서울신은초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운영을 하였다.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도와서 주로 지도교사로서 활동을 하였다. <초록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상세하게 소개를 하겠다.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갈대를 이용하여 풀피리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갈대를 이용하여 풀피리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활동

필자가 2013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학부모 몇 사람의 요청에 의하여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하였다.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강민이 엄마가 아이를 위하여 휴직 중이라서 이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도와달라고 하여 이루어졌다.

우리 반 아이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몇 명은 다른 반 아이들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학교 안팎의 현장에서 자연탐사 활동을 하였다. 그 이야기들 중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도 당시 활동을 기록해 두었던 다음 카페 <들꽃 피는 교실>에 실려 있다. 다음 글과 사진은 그 내용을 약간 편집을 한 것이다.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어린이와 엄마들이 <풀피리 만들기>에 몰입해 있다.(출처 : 김광철)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어린이와 엄마들이 <풀피리 만들기>에 몰입해 있다.(출처 : 김광철)

2013년 7월 27일 오후에는 1학년 생태학습 동아리 아이들과 학부모 등 10여 명과 함께 매월 한 번 있는 생태학습을 나갔다. 학교 옆 <연의근린공원> 팔각정으로 가서 자리를 깔고 그 앞 개울에 많이 자라고 있는 갈대를 이용하여 <풀피리 만들기>를 하였다.

팔각정 바닥이 마루라서 신발 벗고 들어가 앉아서 활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미리 준비해 간 커터 칼과 가위를 이용하여 갈대를 잘라서 풀피리를 만드는 법을 시범을 통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시범적으로 갈대 풀피리 한 개를 만들어서 불어 보았더니 다행스럽게 풀피리 소리가 잘 났다. 처음 엄마들이 만들었을 때는 소리가 잘 나지 않아서 어렵다고 하더니 이내 적응이 되어 다들 잘 만들었다. 훈민이 엄마는 풀피리를 잘 만들어서 금세 소리가 잘 났는데, 잘 안 되어 힘들어 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났더니 팔각정 안에 여기저기 풀피리 소리가 넘쳐났다.

자연학습을 하는데 내가 입으로만 떠들면 재미도 없고, 힘도 들고 그럴 것 같아서 미리 놀잇감을 만들어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난 것이다. 역시 학습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손놀림을 통하여 협응이 일어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갈대가 물가에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을 익힐 수 있다. 이런 활동 과정에서 “갈대는 물가에 자라면서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그게 바로 자연스러운 생태, 환경 교육이 아니겠는가?

갈대나 줄의 잎을 이용하여 <풀 배를 만들어 띄우기> 위해 개울로 내려간 어린이들과 엄마들(출처 : 김광철)
갈대나 줄의 잎을 이용하여 <풀 배를 만들어 띄우기> 위해 개울로 내려간 어린이들과 엄마들(출처 : 김광철)

이윽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다리 밑의 개울로 내려 갔다. <풀배를 만들어 띄우기> 위해서이다. 처음에는 내가 <줄> 잎을 가지고 만들었다. 잎이 접힌 채로 그냥 있지를 않고 자꾸 펴져서 잘 만들어지질 않았다. 나중에는 갈대 잎을 가지고 만들었더니 잘 되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라고 했듯이 자신있는 활동도 확인에 확인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풀을 접어서 끼우기를 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자꾸 펴져버리는 바람에 잘 되질 않았다. 그런데 승민이 엄마는 펴지니까 끼워서 풀끼리 묶어버린 것이다. 아무튼 창의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개울물에 만들어 띄운 풀 배는 동동 떠 가고. . .(출처 : 김광철)
개울물에 만들어 띄운 풀 배는 동동 떠 가고. . .(출처 : 김광철)

<풀 배 만들어 띄우기> 활동을 끝내고 이번에는 꽃이 피어있는 식물들을 찾아 꽃을 관찰하는 활동을 하였다. 요즘 한창 피어있는 쉬땅나무 꽃이다. 마침 네발나비까지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었다. 사진도 한 컷 찍었다.

‘아무리 어려운 이론일지라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다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는 교육계에서 옛날부터 회자돼온 교육이론이 있다. 그래서 좀 어려운 식물을 관찰하여 식물의 각 부위 명칭 등을 익히는 학습을 엄마와 아이들이 동시에 진행하였다.

주변에 보이는 꽃이 피어있는 식물들을 채집하고 와서 도감도 찾고, 필자의 도움을 받아 이름도 검색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주변에 보이는 꽃이 피어있는 식물들을 채집하고 와서 도감도 찾고, 필자의 도움을 받아 이름도 검색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주변에 보이는 꽃이 피어있는 식물들의 꽃을 모아 와서 그걸 관찰하는 활동을 한 것이다. 특히 국화과의 <개망초>와 <금혼초> 등을 따고 와서 <통꽃> 부위에서 암술과 수술을 갖고 있는 독립된 꽃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개망초>의 통꽃 부분을 뜯어내어 관찰하면서 암술과 수술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꽃이 작아서 가르치는 나도 잘 찾지를 못하여 헤맸다. 그래서 주변에 보이는 꽃이 큰 국화과 식물들의 꽃을 따와서 관찰하는 활동을 하였다. 역시 꽃이 크니 암술, 수술도 분명히 잘 보였다.

<연의 생태공원> 개울가에서 만난 쉬땅나무와 그 꽃에 앉아있는 네발나비(출처 : 김광철)
<연의 생태공원> 개울가에서 만난 쉬땅나무와 그 꽃에 앉아있는 네발나비(출처 : 김광철)

그걸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쉬땅나무였다. 쉬땅나무는 원래 이렇게 낮은 곳에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백두대간 한 500m 이상 되는 고지대에 자라는 식물인데, 꽃이 예뻐서 요즘은 조경수로 가져다가 평지에도 많이 심는다.

이렇게 꽃을 관찰하는 활동에는 아이들은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건지, 여러 시간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어 하였다. 오히려 엄마들이 더 열심히 참여하였다.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1학년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학습을 하기에는 많이 무리가 가는 시간이다.

<1~3학년 초록동아리> 어린이들과 엄마들은 채집해 온 곤충들을 확대경에 넣어서 관찰하면서 그 특징을 찾고 적는 활동을 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1~3학년 초록동아리> 어린이들과 엄마들은 채집해 온 곤충들을 확대경에 넣어서 관찰하면서 그 특징을 찾고 적는 활동을 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 서울신은초 1~3학년 <초록동아리>의 곤충탐사 활동

2013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8월 28일에는 신은 <초록동아리>의 1-3학년 생태학습이 있었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모였는데, 10여 명이 모였다. 많이 모이지 않아서 신명은 나질 않았을는지 모르지만 소수 정예라 해야 하나? 다들 진지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좋았다.

이번 주제는 <곤충탐사>로 잡았다. 그건 이 철이 사실 곤충들이 활동하는 데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잠자리, 나비, 메뚜기 종류 등이 제일 많이 활동하는 계절이라서 그렇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또 한 해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곤충에 대해서는 나도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질 않다. 이번에는 학부모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데, 곤충에 대하여서는 내가 그리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학교 글샘터에서 곤충도감을 빌려다 놓고 검색을 하면서 학습을 할 생각이었다.

미리 채집도구 채집통, 확대경 등을 준비하고 최대한 채집을 하기로 하였다. 채집망을 휘둘러 곤충을 채집하는 활동은 오히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잘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정적인 식물보다는 동적인 곤충이나 물고기 등을 잡는 활동을 더 좋아한다.

다들 진지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이렇게 찾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머리에 와서 콕콕 박힘을 아이들과 엄마들은 느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채집하여 온 곤충들이 채집통에 들어 있다. 저것들을 도감과 필자가 제공한 검색 자료를 이용하여 이름을 검색하면서 특징을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채집하여 온 곤충들이 채집통에 들어 있다. 저것들을 도감과 필자가 제공한 검색 자료를 이용하여 이름을 검색하면서 특징을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출처 : 김광철)

<이날 채집하여 관찰한 곤충들>

- 잠자리목 :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 깃동잠자리, 밀잠자리

- 나비목 : 노랑나비, 호랑나비, 네발나비. 부전나비

- 메뚜기목 : 팥중이, 검은등메뚜기. 실베짱이, 방아깨비, 여치 등

이렇게 채집하여 활동을 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생명 존중의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출처 : 김광철)
이렇게 채집하여 활동을 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생명 존중의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출처 : 김광철)
채집해온 곤충을 확대경에 넣어서 관찰하고 있는 동하와 엄마(출처 : 김광철)
채집해온 곤충을 확대경에 넣어서 관찰하고 있는 동하와 엄마(출처 : 김광철)

필자가 당시 이런 활동을 하면서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면 옛날에는 이런 방식으로 엄마들과 아이들을 모아 학습을 진행한 적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해 보니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여러 모로 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엄마들도 공부를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다는 안정감, 편안함 이런 정서 속에서 엄마와 함께 협력하면서 학습을 하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자식 간에 자연스러운 소통과 교감의 시간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한 교육활동이라 여긴다.

이런 자연스러운 활동 속에서 엄마들은 자녀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녀들이 주어진 주제를 갖고 이렇게 탐사활동이나 학습을 함께 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교육활동이 되겠는가?(출처 : 김광철)
부모와 자녀들이 주어진 주제를 갖고 이렇게 탐사활동이나 학습을 함께 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교육활동이 되겠는가?(출처 : 김광철)

교사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은 어쩌면 부담스러운 활동일 수 있다. 교사로서 나의 모든 것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런 기회에 학교와 교사를 더 잘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요즘은 과거와 같이 치맛바람이니 비리니 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니 말이다. 오히려 워킹맘들의 경우 이런 기회에 충분히 참가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서울신은초에서는 학부모 회의라든가 상담도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버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아버지회를 조직하여 운영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그 전에 근무했던 일반학교에서는 이런 활동을 많이 해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또한 혁신학교라서 주변 환경과 분위기가 그럴 수 있도록 조성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활동이라 생각한다.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와같은 협력학습이 이루어지는 것도 바람직한 교육활동이라 생각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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